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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롯데 그룹 후계 싸움으로 세상이 시끄러웠던 가운데 전남 목포에서는 또 다른 이유로 롯데가 시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바로 전남도청이 자리 잡고 있는 남악 신도시에 롯데계열의 아울렛과 대형마트가 들어설 예정이기 때문이다.

지역 상권은 이미 붕괴 일보 직전이다. 대형 쇼핑몰이 들어설 경우 지역 소상공인들은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소상공인들과 시민단체들은 연일 계속된 반대 시위에 나서고 있다.

9일, 전남도청 인근 카페에서 전경선 대형쇼핑몰입점반대 대책위원회(이하 반대추진위) 위원장을 만났다. 그에게서 지금까지의 투쟁 진행 상황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의 요지이다.

번성했던 목포의 경기 침체, 설상가상 대형쇼핑몰?

반대 추진활동으로 바쁜 가운데 시내 커피숍에서 그동안의 상황에 대해 자세히 들어 보았다.
▲ 목포대형쇼핑몰입점반대추진위를 이끌고 있는 전경선 의장 반대 추진활동으로 바쁜 가운데 시내 커피숍에서 그동안의 상황에 대해 자세히 들어 보았다.
ⓒ 이혁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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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목포지역 경제 상황은 어떤지?
"우리 목포지역은 한때 전국 5대 도시에 들어갈 정도로 번성하였습니다. 그러나 현재 지역 경기는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젊은 층들은 직업을 찾아 수도권으로 떠난 지 오래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대기업 쇼핑몰이 인근에 들어선다고 하자 지역 상공인은 물론 시민들조차 위기감에 젖어들고 있는 실정입니다."

- 예정된 대형 쇼핑몰은 어떤 회사의 것이고 그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요?
"정확히 말하면 GS리테일에서 롯데쇼핑에 임대를 주었고 롯데쇼핑에서 복합쇼핑몰과 대형마트를 세울 예정입니다. 현재 터파기 공사가 한창입니다. 공사현장은 전남도청이 자리하고 있는 무안군 남악 신도시이며 2만 평의 대지에 200개에서 250개의 점포가 입주할 수 있는 아울렛 매장과 롯데마트가 들어설 예정입니다. 남악 신도시는 목포와 바로 경계선에 있어 이런 대형 쇼핑몰이 들어설 경우 그 피해는 무안지역 소상공인뿐 아니라 목포지역 자영업자들이 입게 될 것이 뻔합니다."

- 지역 소상공인들이 입게 될 피해 예상은 어떻습니까?
"먼저 의류와 가죽제품 업체의 피해가 직접적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그리고 식당, 미용, 도소매업, 부동산 임대업까지 전 업종에 걸쳐 피해가 올 것으로 예상합니다. 중소기업진흥공단 조사에 따르면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80%에 이르는 매출감소가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특히 우리 지역 영세업자들의 피해가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정작 본인들은 그 피해가 유명 브랜드 대리점에 국한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 다른 지자체에 유사한 피해 사례가 있는지?
"저희 반대추진위원과 지역 정치인들이 함께 경기도 이천을 방문하였습니다. 이천시에는 이미 롯데 아울렛이 들어와 있으니, 저희 지역에 아울렛이 들어왔을 시에 그 피해를 가늠해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이천에 있는 롯데아울렛의 규모가 남악 신도시에 들어설 쇼핑몰과 비슷합니다. 이천을 방문한 저희는 그 피해를 직접 목격하면서 깜짝 놀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비어있는 건물엔 임대를 알리는 문구만 을씨년스럽게 붙어 있었고, 사람들이 몰려있는 상가는 땡처리를 알리는 가게들이었습니다. 저희가 만나본 이천시 상인 관계자는 우리들에게 절대 안일하게 대처하지 말라며 피해의 심각성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대형 아울렛에 대한 쏠림현상이 너무 심각해 대기업으로부터 지역상권 지키기는 생계의 문제가 아니라 생사의 문제라며, 이천은 실패하였지만 목포는 반드시 저지하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습니다."

- 반대시위는 어떻게 진행되어왔는지요?
"지난 4월에 몇몇 소상공인들이 주축이 되어 롯데복합쇼핑몰 관련 시민 설명회를 3차례에 걸쳐 실시하였습니다. 여기서 시민들의 여론을 모아 현재 반대추진위를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위원장을 맡아 지금까지 반대시위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지난 5개월간 어려운 여건 속에서 반대운동을 펼쳐 오고 있습니다. 특히 하루 벌어서 먹고사는 상인들이, 임시 휴업을 해가면서 일인시위 등에 적극 동참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대형쇼핑몰 공사현장을 비롯하여 전남도청, 무안군청, 롯데마트 목포점 등 지역에서뿐 아니라 최근에는 국회의사당, 정부종합청사 및 롯데 본사까지 찾아가 반대 집회를 하였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저는 집시법 위반으로 무안경찰서로부터 출석요구서를 통보받은 상태입니다."

"정치권, 직접 행동으로 보여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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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시 휴업을 강행하고 시위현장에 참여한 상인들의 모습 .
ⓒ 반대추진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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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쇼핑몰 입점을 사전에 막지 못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요?
"크게 보면, 대기업이 지역 상권에 진출할 수 없도록 법 개정을 하지 않은 국회의원들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역 안에서 살피면 첫째 전남개발공사의 일관성 없는 행정에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남악 신도시는 계획도시입니다. 따라서 개발 초기에 적절하게 토지 용도를 결정하여 신도시가 조화롭게 유지될 수 있도록 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대형쇼핑몰이 들어서게 될 토지는 대형복합물이 들어올 수 없는 대지였습니다. 그런데 전남개발공사가 지구단위계획변경을 통해, 대형쇼핑몰이 들어설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준 셈이죠.

둘째는 허가관청인 무안군의 행정입니다. 아무리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곤 하더라도, 지역상권 보호를 위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철저하게 조사한 후 허가를 내주었으면 좋았을 겁니다. 그런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단순히 대기업 유치라는 명분 쌓기에 신경을 썼다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 현재 지역 정치권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이번 남악 신도시 대기업 쇼핑몰 입점 문제는 무안군과 목포시, 두 지자체에 걸쳐 있습니다. 무안군수와 무안군 지역 정치인들은 찬성 쪽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당장 남악 신도시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표를 의식한 결과겠지요. 반면 목포시장 및 지방의원 그리고 목포지역 국회의원 등은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최근 박지원 의원은 지역 라디오와의 인터뷰를 통해 대형쇼핑몰의 남악신도시 입점 반대를 공식적으로 발표했습니다. 박홍률 목포시장 또한 공식 석상에서 반대 의사를 표해 소상공인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 추상적인 반대 목소리만 낼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을 보여주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 찬성하는 시민들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당장은 좋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역상권이 무너지면 지역경제가 몰락할 것입니다. 그리고 지역 자금의 역외유출이 불 보듯 뻔합니다. 자금이 지역에서 순환하지 않으면 그 피해는 결국 시민들에게 돌아올 것입니다. 단순히 지역 소상공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인식으로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

- 향후 반대 운동 방향은?
"지난 5개월의 활동결과, 현재 롯데쇼핑 측에서는 지역과 상생할 수 있는 협의를 하겠다면서 무안군에 점포등록신청서류 철회요청을 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반대추진위는 입점 불가를 주장하기 때문에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따라서 먼저 롯데쇼핑 측에서 어떠한 상생협의안을 가져오는지를 보고, 향후 대책을 강구할 계획입니다. 앞으로의 나아갈 길이 멀고 험하지만, 이천시의 문제를 반면교사로 삼아 더욱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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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서 가두시위 모습 .
ⓒ 이혁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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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전위원장과의 인터뷰 과정에서 지역 소상공인들의 대형쇼핑몰입점 반대에 대한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이에 롯데쇼핑의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전화 인터뷰를 시도하했다. 롯데쇼핑은 아래와 같이 답변했다.

"우리 롯데쇼핑은 대기업과 소상공인이 함께 상생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단지 우리들의 배만 불리자고 지역에 투자한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앞으로 시간을 두고 지역 소상공인 및 시민들과 많은 대화를 할 것이며,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씀드립니다."

반대추진위와 롯데쇼핑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안을 빨리 찾아 서로 화합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태그:#목포롯데대형쇼핑몰, #전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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