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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스커플, 'Jamie&Scott'의 하루하루 이야기입니다. 미국인 남편과 함께 버지니아주 어딘가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고 있어요. 달달한 신혼 이야기도, 새로이 정착하는 이방인으로서의 이야기도 들려드릴게요. 생기 있게 살고 용기 있게 사랑하고자 노력하는 저희 둘의 날들을 지켜봐 주세요! - 기자 말

다시 미국에 들어와 산 지는 두 달밖에 안 됐지만, 그래도 평생 적응하지 못할 것 같은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실내에 신발 신고 다니기'다.

토론토에서 어학연수를 할 때는 주로 한국인들과 하우스 쉐어를 했다. 그들은 나와 같은 한국인이었고, 우리는 한국의 생활양식 그대로 살았다. 때문에 '당연히' 실내에선 신발을 벗는 게 원칙이었다. 그래서 별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여기는…. 오히려 신발을 벗는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뿐이다. 처음에 한 2주 정도는 양말(은 절대 못 벗는다 나는)이라도 신고 다녔는데, 너무 불편했다. 바닥을 밟는 것조차 싫어져서 결국 실내용 슬리퍼를 하나 장만했다. 다들 신발 신고 다니고 나만 실내용 슬리퍼 신고 다니는 상황이 되었지만, 난 정말 한결 편하다.

나 별로 청결하지 않은데... 여기 오니 혼자 '깔끔' 떠는 사람?

그러니까 왜 실내에 들어올 때 다들 신발을 신느냐는 말이다. 그리고 그 바닥에 왜 새 빨래를 던지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으악!
 그러니까 왜 실내에 들어올 때 다들 신발을 신느냐는 말이다. 그리고 그 바닥에 왜 새 빨래를 던지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으악!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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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나는 집에 오자마자 슬리퍼로 갈아 신지만, 그래도 이제 두 달쯤 되니 신발을 신은 채 온 방 안을 돌아다니는 것은 이제 좀 적응이 됐다. 하지만 그 더러운(ㅋ) 바닥에 스스럼없이 앉는 것은 아직 힘들다. 바깥에서 돌아다니고 뭘 밟았을지도 모르는 그 신발이 왔다 갔다 한 바닥에 앉는 게 당연히 더럽지 않나? 밖에서 공중화장실도 다니고 할 텐데…. 난 심지어 엎드려서 책 읽고 텔레비전 보는 친구도 봤다.

나도 사실 엄청나게 깨끗하고 청결하게 사는 스타일은 아니다. 오히려 지저분한 편이다. 어렸을 땐 매일 엄마한테 '방에서 귀신 나오겠다', '먼지 좀 봐라, 먼지' 하면서 잔소리 듣는 게 일상이었다. 서울에서 자취할 땐 맨날 더럽게 살다가 엄마 온다고 3시간 동안 청소해놓았다. 하지만 엄마는 문을 열자마자 '집 꼬락서니가 이게 뭐냐'고…. '이게 청소한 거냐'고…. 그러셨다. 하여튼 요지는, 내가 그런 사람이라는 얘기이다. 나는 절대 깨끗한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여기선 나만 혼자 깔끔한 체하는 느낌이다. 저번 한 번은 남편 스캇이 건조까지 마친 빨래를 바닥에 떨어뜨려 놓는 것이었다.

'아니 이 사람아! 그 더러운 바닥에 새 빨래를 내려놓으면 뭐하자는 거야!'

내가 속으로 식겁을 하고, 막 난리를 친 끝에야 겨우 빨래를 '소파에 올려두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시댁에는 개도 3마리, 고양이도 1마리, 총 4마리의 동물을 키운다. 얘네도 매일 뒷마당에서 똥도 싸고 뛰어놀고 하는데 집안에 들어갈 때 발을 안 씻긴다. 나도 어렸을 때 개들을 키우긴 했지만, 우리 집은 절대 집 안에 개를 들이지 않았다. 항상 마당에서만 키웠기 때문에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내 한국 친구 같은 경우에는 개를 산책하고 오면 최소한 발은 매번 씻겼다. 그런데 여긴 신경을 안 쓴다. 하긴 사람도 집 안팎으로 신발 신고 다니니까, 개라고 딱히 문제 될 것 같지는 않다.

어디선가 들었는데, 미국은 대부분 대중교통 보다는 자기 차를 이용하기 때문에 이런 문화가 가능한 거란다. 집에서 집 앞에 세워둔 차까지만 이동하고, 차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바로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이런 생활인지라 우리나라(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는)와 비교하면 신발이 덜 더럽기 때문…. 이란다. 믿거나 말거나! 사실 신뢰가 잘 안 가는 얘기이다. 미국 사람들 공원도 가고, 산책하러 가고 하잖아. 그럼 바닥에 흙 다 묻잖아….

한 가지만 더. 지금은 많이 적응했지만, 미국은 욕조를 제외한 화장실 바닥에 배수구가 없다. 배수구가 있으면 화장실 물청소하기도 쉬울 텐데 배수구가 없다 보니 그게 불편하다. 하지만 스캇은 한국에 왔을 때 화장실에 슬리퍼 신고 가는 것에 적응을 못 해서 매일 맨발로 다녔다.

스캇은 미국에 오고 나서 남동생과 남동생의 여자 친구한테 "그거 알아? 한국에서는 화장실에서 슬리퍼 신어야 해"라고 말했다. 이를 들은 애들의 리액션은 "헐? 진짜 이상해"였다. 난 속으로 생각했다.

'야, 너희가 더 이상하거든?!'

하여튼, 내가 보기엔 더러워 보여도 이런 환경에서 서양인들은 아주 '잘' 살고 있고, 아기들도 잘 키우니까 큰 문제는 아닌가 보다. 문화의 차이고 생활방식의 차이라 뭐가 더 낫다 혹은 별로다라 할 순 없다. 하지만 여전히 '나'한테 불편하다는 건 변하지 않는다. 아, 그래도 한 가지 좋은 점. 바닥에 눕거나 자지를 않으니 매일 엎드려서 걸레질할 필요가 없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자민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 <오늘은 오늘생각>(http://jaykim237.blog.me/)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빨래, #청소, #바닥, #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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