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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은 임금 수준을 낮추기 위해서 노력할 뿐 아니라 노동자를 통제하고 더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한 임금 체계 구성에 애를 써왔다. 이를 통해 형성된 다양한 임금 체계는 노동자의 임금 수준을 하락시켰다. 이 같은 임금 체계에서 낮은 가치로 명명된 노동은 더욱 더 저임금으로 내몰렸다.

차별을 통해 만들어낸 가치의 훼손은 결국 차별에 더욱 노출된 노동자일수록 저임금으로 내몰리는 현상으로 이어졌다. 비핵심 업무에서 일하는 노동자, 간접고용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고령이거나 학력이 낮은 노동자의 가치를 낮춘 자본은 이들의 업무를 외주화하거나 비정규직화 하면서 더욱 낮은 임금으로 내몰았다.

임금만이 아니다. 차별이 노동자의 불안정한 삶에 주는 가장 큰 영향은 해고와 재계약 문제로 노동자들이 이에 저항할 수 없도록 만드는 점이다. 재계약에 대한 권한이 자본에 놓인 상황에서 노동자는 차별에 저항할 수 없다. 차별에 저항할 경우 계약 연장을 거부 당하거나, 다른 이유를 대며 해고한다.

불안정한 노동 시장에서 새로운 구직 활동을 하는 건 일을 구할 수 있을지 모를 불확실성 뿐 아니라, 구직 기간 동안의 생계마저 불안정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결국 저항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점은 더욱 열악하고 모욕적인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는 가능성, 그리고 자신의 자존감이 계속 떨어질 수 있는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아파도 일을 나간다. 일하면 괜찮아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회사에 나간다. 정 아프면 잔업 빼고 집에 가거나 중간에 병원 갔다 온다. 파견은 아파서 이틀만 못 나가면 다른 사람 뽑아 버린다. 잘못하면 잘리니까. 한번 잘리면 3개월은 타격이 온다... 회사에 들어온 지 1년 쯤 지나고 노동절 날 나오라고 해서 쉰다고 했더니... 볼펜 집어 던지면서 그만두라고 했다." - 파견 노동자

재계약, 해고와 같은 자본이 가진 강력한 힘은 노동 현장에서 누구도 하기 싫은 일, 힘든 일로 누군가를 몰아넣는 힘이기도 하다. 동일한 노동을 하는 정규직 간호사와 계약직 간호사지만, 정규직 간호사가 거부할 수 있는 노동을 계약직 노동자가 거부할 수는 없다.

육체적으로 힘든 일이나 위험한 일을 정규직이 거부한다고 해서, 비정규직이 이를 동일하게 거부할 수 없다. 이는 꼭 고용 형태 때문이 아니다. '성', '연령', '학력', '이주'와 같은 차별의 작동 기제는 이 과정에서 언제나 소환되고, 여기서 소환된 노동자들은 끊임 없이 위험한 업무나 다른 사람이 하기 싫은 업무를 할 수밖에 없다.

불안정한 삶은 노동 과정 그 자체로 멈추지 않는다.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최저 생활을 보장하는 사회 보장에서도 이들은 배제된다. 기초사회보장제도인 4대 보험은 정규직에게는 당연한 권리로 이야기 되지만, 비정규직에겐 사업장을 통한 4대 보험 가입의 길조차 쉽지 않다.

지하철역에 붙은 비정규직 구인 광고에 표시된 4대 보험 보장은 아이러니하게도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4대 보험에서 제외되는 현상을 보여준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요양보호사와 간병인 4대 보험 문제, 허울뿐인 특수고용노동자 산재 보험은 사회보장제도에서 배제된 노동자의 현실이다.

노동자에게 저항은 쉽지 않다

곳곳의 노동자 차별,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곳곳의 노동자 차별,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 wiki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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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에 적극적으로 반응한 경험은 없다. 생계를 위해서 묵묵히 일을 한다... 내가 장당 금액을 올려달라고 하면 그 일은 다른 사람에게 갈 것이 뻔 하니까." - 외주출판 노동자

해고와 재계약이 걸린 상황에서 차별에 저항하긴 쉽지 않다. 결국 노동자들은 피할 수 있는 만큼 회피한다. 사업장을 옮기거나, 묵묵히 일을 한다. 이는 해고와 재계약 때문만은 아니다.

현장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차별을 경험하는 건설 노동자가 현장에서 이 문제에 저항한다고 해도, 결국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차별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는 하기 힘들다. '성폭력'에 저항하기 어려운 사회 구조에서 여성 노동자가 직장 '성폭력'에 저항하기란 쉽지 않다. 결국 '저항' 보다는 '회피'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건 개개인이 나약하거나 차별 문제가 심각하지 않아서가 아닌, 한 개인이 쉽게 풀 수 없는 구조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한 차별이 개개인에 중요한 삶에 문제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중요하지 않거나 회피할 수 있는 문제일 수도 있다. 즉 모든 차별 경험이 저항해야 할 '무언가'이거나, 자신의 존엄을 훼손하는 '무언가'로 동일하게 해석될 순 없다. 어떠한 차별 경험은 회피할 수 있거나,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인식할 수도 있다. 이것은 꼭 차별이 노골적이거나 숨겨져 있어서가 아닌, 각자의 경험과 상황에 따라 수용하거나 참을 수 있는 문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 비정규직이 많고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이것을 당연하고 일반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여기에서 살 을 찾으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돈을 많을 많이 받는 것으로 보상을 받으려고 한다. 특별하게 차별에 대해서 인식을 하지만, 본인이 수용하는 것이기보다는 아예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원래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 병원시설 노동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불안정 노동의 시대에 개별적 주체들이 차별에 저항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자본이 만들어낸 차별의 힘은 이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평등 감각과 연대가 훼손되고, 노동자의 존엄성이 무너진 상황, 더욱 열악한 노동 환경으로 몰아넣는 상황에서 개별적 주체들이 힘을 모아, 차별에 맞서기는 쉽지 않다.

특히 이와 같은 현상이 자본과의 관계에서 드러나기 보다는 개별 노동자간의 관계에서 드러나는 상황에서 이들이 하나의 힘을 만들어내기란 불가능해 보인다. 그렇기에 노동자 간의 평등 감각과 연대를 복원하기 위한 운동 그리고 담론이 필요하다. 자본이 끊어내고 있는 평등 감각과 연대는 노동자들이 함께 싸울 수 있는 힘의 근간이다.

이를 위해선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의 원칙을 재구성해야 한다. 노동자의 차별을 막기 위해 구성된 '동일 임금 동일 노동'의 원칙이 노동의 직무와 직제에 따라 점점 다른 노동이기에 다른 임금인 것처럼 인식되어 지며 노동자의 집단성은 파괴되었다. 모든 노동은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고, 모든 노동이 필요하다는 '노동의 연계성'과 '평등성'의 개념을 만들어야 한다.

두 번째로 차별 감수성을 만들기 위한 운동이 필요하다. '차별'은 눈에 잘 드러나지 않거나, 차별 당하는 개인의 문제로 전환되기 쉽다. 그렇기에 차별 피해자가 느끼는 것과 가해자가 느끼는 것, 제삼자가 느끼는 것의 간극은 크게 작용한다. 이 상황에서 개인이 너무 민감하다거나, 그 정도는 조금 참으라는 문화는 당사자들이 자신의 차별 경험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기 어렵게 한다. '차별 감수성'을 형성하는 것은 당사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적극적으로 말할 수 있도록 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사람들, 그리고 함께 해석할 수 있는 사람을 늘릴 수 있도록 한다.

차별 금지 제도의 재구성 또한 매우 중요하다. 현재의 차별 금지 제도는 '합리적 차별'의 범위를 넓히고 오직 개인의 구제로만 범위를 좁혀 차별의 원인인 구조와 제도에 대한 변화를 막는 힘으로 작동하고 있기도 하다. 현재의 차별금지제도가 유지되는 한 노동에서의 '반차별'은 더욱 어려워진다.

마지막으로 이와 같이 차별에 맞서기 위해선 노동자 개인의 경험을 드러내고 이를 집단적 운동으로 발전해야 한다. 차별은 개개인의 경험과 해석에 따라 다양한 맥락을 만든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의 이야기가 들릴 때 차별의 양상과 맥락은 폭로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차별의 보편성을 발견하고 집단적 운동으로 문제 제기 해야 한다.

개개인의 경험에 존재하는 보편적 존엄은 함께 싸울 수 있는 근간의 힘이다. 우리가 경험하는 '모욕감'과 '무시'를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집단적 운동을 만들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훈창(인권운동사랑방)입니다.



태그:#차별, #비정규직, #차별시정제도, #동일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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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폐연대는 우리의 삶과 노동을빈곤과 위기로 내모는 불안정 노동을 철폐하고 인간다운 삶을 함께 살아가기 위해 운동하는 단체입니다. 홈페이지 : http://workright.jinbo.net 단체 이메일 : work21@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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