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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아도 너무 낮은 최저임금

2015년 최저임금은 5580원, 여전히 1시간 노동으로 1끼의 식사를 해결하기 힘들고, 하루 8시간, 1주 40시간 일했을 때 받는 한 달 임금은 116만 6220원이다. 4대보험을 공제하고 나면 100만 원 남짓이 월급으로 주어진다. 이러한 최저임금으로는 4인 가족은커녕 1인이 한 달을 지내기도 불가능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6월 전후가 되면 최저임금이 최저 생계비를 넘었고,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고용률이 낮아진다는 거짓이 공공연히 떠돈다.

최저임금은 '최저'의 수준이어야 하는 임금이 아니다. 노동자의 생활이 최저의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한 임금이다. 그럼에도 현재의 최저임금은 최소한의 생활 수준을 도저히 지켜주지 못할 수준이다. 이러한 최저임금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을 직접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다. 비정규직은 조직률이 낮아 노동 현장에서 직접 임금 인상을 위한 교섭과 투쟁을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와 간접 고용

많은 기업이 간접 고용을 이용한다. 인건비를 줄이고 고용 조정이 쉽기 때문이다. 이는 간접 고용 노동자들의 임금은 낮을 수밖에 없고,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간접 고용 구조가 1단계에 그치지 않고 다단계의 형태를 갖출수록 노동자의 가난은 더욱 심해진다. 또한 하도급 업체는 정해진 도급비 안에서 최대한의 이윤을 뽑으려 하기 때문에 또 노동자 수를 줄여 인건비를 줄이려 한다. 그러니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복잡한 고용 구조로 진짜 사용자를 찾기가 어려운 것이 간접고용 형태다. 임금 체불이나 갑작스런 해고, 회사가 폐업했을 때와 같이 노동자 권리 보호가 필요할 때도 실질적인 사용자는 책임을 외면한다. 하청 업체 사장, 하도급 업체 사장은 가진 것이 별로 없어 또 노동자 권리가 침해된다. 겨우 힘을 모아 싸워도 중간에서 노동부가 화해를 강요하거나 마음 약한 노동자가 권리 자체를 포기하기 다반사다.

이처럼 간접 고용과 다단계 하도급 구조는 진짜 사용자를 은폐하고 영세한 사업장을 늘려 노동자의 권리 행사 전반을 어렵게 하면서 동시에 저임금을 용인하게 만든다.     

국가에 의한 저임금화

노동자들은 기업에 의해 고용되는데, 무슨 국가가 저임금화를 가져오는가 싶겠지만 국가는 한편으로는 고용주이기도 하고, 하나의 거대한 기업이기도 하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공무원과 관련 공기업들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정부의 임금 통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정원과 예산 감축에 의해 인건비 총액을 통제 당하기 때문이다. 또 이러한 예산 통제는 인건비 외의 범위에서 사용되는 비정규직, 특히 외주화를 양산하게 되고, 이는 다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저임금화를 불러온다.

공공 부문의 외주 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계약 기간에 따라 근로 계약이 종료되고, 업체가 바뀔 때마다 노동 조건이 오히려 후퇴되기도 한다. 이들은 매년 반복되는 고용 승계 과정에서의 상시적인 고용 불안 때문에 후퇴되는 노동 조건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국가는 물건을 구매하거나 공사를 발주하거나, 기타 용역 서비스를 위탁할 때 경쟁 입찰을 한다. 이러한 경쟁 입찰은 적정한 업체의 선정보다는 최저가로 응찰한 업체가 선정되기 때문에 국가와 계약하는 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악화로 이어진다.

고용유인형 복지의 문제점

고용유인형 복지란 쉽게 말해 저임금 일자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최소한의 복지혜택도 주지 않겠다는 말이다. 쥐꼬리 만한 복지나마 보장하는 게 어디냐고 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노동은 모든 사람의 권리고, 사회는 모든 사람이 노동을 통해 자기 실현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사회는 노동을 하지 않으면 생계를 박탈하고, 원하지 않더라도, 또 비참하더라도 비정규직으로 일하라고 강요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현재 정부는 취업률 70%를 달성하기 위해 주휴 수당도 없이 일주일에 15시간도 안 되는 일자리, 최저 임금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며 24시간씩 맞교대하는 일자리, 언제 잘릴지도 모르는 불안정하고 열악한 일자리를 마구 양산하고는 '무조건 일해라! 그렇지 않으면 어떠한 보장도 없다'며 여성을, 청년을, 노인들을 강제 노동으로 내몰고 있다.

고용 불안 구조의 심화와 저임금화

기업들은 항상 불황이라고 하고, 이러한 불황에 대처하기 위해 고용시장이 너무 경직돼 있으면 안 된다고 한다. 그래서 IMF 이후 18년 동안이나 노동 시장은 계속 유연해지고 있고, 정규직 신규 채용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비정규직 고용 형태가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정규직 채용은 없고, 직접 고용 기간제 일자리도 찾기 어려워, 파견에, 간접 고용에, 다단계 하청업체에서 일한다. 일은 하는데 내가 파견인지, 직업 소개를 받아 취업이 된 것인지도 노동자가 분간하기 어렵고, 최저 임금이라도 임금만 체불되지 않기를 기대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나마도 언제 잘릴지 모르고, 나도 모르게 업체가 수시로 바뀌니 잘려도 누구를 찾아가서 책임지라고 해야 할지도 알 수 없을 만큼 지금의 고용 불안정 상황은 심각해졌다.

이렇게 불안정한 고용 상태는 그 자체로 저임금을 야기한다. 기업은 유연해진 노동 시장과 비정규직 구조를 이용해 노동자들의 단결을 막고, 노동 조합을 탄압한다. 비정규직은 고용불안으로 인해 노동 조합을 꿈꾸기 어려워졌다. 집단화되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빼앗는 것은 더욱 손쉬워졌다.

저임금을 부르는 임금체계

당신의 임금을 낮추는 시스템
 당신의 임금을 낮추는 시스템
ⓒ wiki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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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직무급제

직무급제란 직무 자체의 상대적 가치와 성과에 따라 임금을 결정하겠다는 것인데 실제에 있어서는 유사 직무에 종사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직무를 세분화해 차별 시비를 회피하고자 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금융권에서는 단순 입출창구와 그 외의 창구를 완전히 분리하는 직군분리를 시행하거나 하위 직급을 새로이 만들어냈다. 그래서 비정규직을 무기 계약화 할 경우 분리된 직군이나 해당 하위직급으로 전환되게 함으로써 이들의 노동 조건을 고착화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본래의 직무급제와 달리 사회적으로 특정한 업무를 저평가함으로써 해당 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의 전체 임금을 저하시키는 방식으로 도입되기도 한다. 청소노동자의 업무, 각종 계산원의 업무, 감시 단속적 업무에 대해 일명 '쉬운 업무'로 평가해 최저 임금으로 충분한 업무 또는 최저 임금조차 제대로 못 받는 업무가 된 것이다.

이러한 직무가 성인남성 외의 노령, 청소년, 여성에 의해 수행되고 있는데 이들에 대한 저임금이 당연하다는 이데올로기가 이들의 직무 자체에 대한 저평가를 만들고, 그것이 직무급제라는 임금 체계와 연동돼 비정규직의 저임금을 합리적인 것으로 포장하는 것이다.

#2. 연봉제

연봉제는 임금을 노동자의 실적, 성과와 연동해 개별적으로 결정하여 이를 12월 또는 그 이상의 월로 나누어 매월 지급하는 임금 결정 및 지급 방식이다. 즉, 연봉제는 개개별의 성과와 임금을 연동해야 하기 때문에 노동조합에 의한 임금 집단 결정 원칙을 깨뜨려 임금을 개별화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이 때문에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에 의해 임금의 총량을 늘리기 위해 싸우지 못하고, 사용자에 의해 결정된 적은 임금의 총량을 노동자들끼리 나눠가지기 위해 서로 싸우게 된다.

또한 연봉액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인사고과인데,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인사고과가 비공개된 기준에 의하여 비공식적으로 결정되고, 이에 대한 이의제기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비밀유지각서'까지 작성하며 이루어진다. 따라서 인사고과의 자의성이 매우 높아 연봉액이 개별 노동자의 능력과 성과와 연동되기 보다는 회사와 상사에 대한 충성도와 복종도에 따라 결정된다.

마지막으로 연봉제는 다음해의 성과를 미리 결정하는 임금체계로 실제 노동시간을 기초로 가산임금 등이 계산되도록 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체계와는 완전히 다른 임금계산을 하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 노동시간의 제한과 가산수당의 지급 문제를 회피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3. 포괄임금제

포괄임금제는 노동 시간이나 노동 형태와 관계 없이 통상 임금 계산의 편의를 위하여 이용되는 것인데, 사용자의 요구 아래 임금의 총액을 일단 정한 후 통상의 초과 근로수당 등 가산수당을 산정한 다음 남은 금액의 범위에서 기본급을 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포괄임금제는 연봉제와 마찬가지로 노동시간을 기초로 임금을 산정하는 근로기준법과 충돌하는 임금산정 방식으로서 근로기준법의 관련규정들을 완전히 붕괴한다.

또한 포괄임금제는 그 계산 방식이 총액에 노동 시간을 꿰어 맞추는 방식으로 산정되기 때문에 계산 방식이 너무나 복잡하거나 주먹구구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자신의 임금을 계산하기를 포기하거나 최저 임금만 위반하지 않으면 문제를 제기할 여지가 없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즉, 포괄임금제는 자연스럽게 노동 시간을 늘리면서 임금을 저하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도 법의 원칙을 지켜야할 법원에서는 근로기준법에 상충되는 포괄임금제를 폭넓게 인정함으로써 전 산업에서 포괄임금제를 통해 근로기준법을 회피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4. 임금피크제

2016년 정년 60세 연장을 앞두고, 임금 조정 방식으로 임금피크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임금피크제는 일정 연령을 기준으로 임금을 조정하고 소정의 기간 동안 고용을 보장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임금피크제는 고령의 숙련 노동자를 그대로 고용하면서도 고임금의 부담 역시 줄이겠다는 것이다.

임금피크제가 고용을 연장하여 안정시킬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임금을 줄이면서 다른 직무, 이른바 한직으로 분리하기 때문에 조기 퇴직의 압박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고용 안정 역시 얻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임금피크제는 임금을 생산성과 등치시키면서 성과 연동형 임금이 가장 합리적인 것이라고 강조하는 동시에, 고령자의 노동을 '저생산성 업무=낮은 임금을 받아도 합당한 업무'라는 인식을 바탕에 두고 있다. 생산성을 들먹이면서 고령 노동자의 숙련은 무시하고, 또 한편 청년 노동자의 생산성이 높다고 평가하면서도 낮은 초임의 문제는 외면한다. 결국 청년노동자는 저임금으로 혹사하고, 고령 노동자는 고용과 임금 삭감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해 전체 노동자의 임금 수준을 떨어뜨리려는 것이다.

부당함에 맞서는 시작은 '분노하는 것'

정부와 기업들은 임금을 '노동의 대가'라고 한다. 그리고 기업이 지불할 수 있는 비용은 한정되어 있으므로 노동자들이 서로 나눠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모두가 임금을 양보하고 오래 일할 수 있으면 좋은 것 아니냐 라고 한다. 그러나 임금은 고정 불변의 것이 아니다. 기업이 더 많은 이윤을 가져가기 위해 노동 비용을 줄이려 하기 때문에 오히려 노동자의 몫은 점점 더 줄어든다.

이러한 저임금 체계는 기업과 자본, 그리고 국가에 의해 형성되어 왔다. 이데올로기와 구조, 임금체계를 지배하여 임금과 고용을 연동하고, 성과와 임금을 연동하며, 일자리와 복지를 연동시키면서 모든 노동자들을 저임금의 사회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러한 자본의 공격은 매우 복합적이면서 교묘하여 우리가 어떠한 대응도 할 수 없는 것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노동자이고, 노동자는 사회의 절대 다수이다. 우리는 집단화할 수 있고, 저임금을 합리화 하는 모든 교묘한 논리를 뛰어넘는 힘의 대등을 언제든지 찾을 수 있다. 부당함을 인식하는 것 자체가 그 시작이다. 몇 년 전 유행했던 한 노 신사의 책처럼 이렇게 당부한다. 부당하다면 "분노하라".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최은실씨는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장입니다.



태그:#저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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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폐연대는 우리의 삶과 노동을빈곤과 위기로 내모는 불안정 노동을 철폐하고 인간다운 삶을 함께 살아가기 위해 운동하는 단체입니다. 홈페이지 : http://workright.jinbo.net 단체 이메일 : work21@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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