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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11알 방송된 JTBC <썰전>의 한 장면.
 11알 방송된 JTBC <썰전>의 한 장면.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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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이) 왜 저런 정치적 모험을 하는 것인가. 1500명을 빨리 격리시키든지 한 게 아니라 (35번 확진자 일명 '메르스 의사'를)공개한 건 아니다. 그래서 뭐가 달라지나. 그가 얻은 건 자기 이름을 검색어 1위로 띄운 거다. 다른 뉴스를 덮게 하기 위한 게 아니냐. 왜 긴급기자회견이 하필 6월 4일이었느냐를 주목해야 한다.

그날 재판이 하나 열렸는데, 박원순 시장 아들 박주신씨를 데려다가 치과 X-레이와 MRI를 재촬영하자고 했다. 치아 사진이 이상하다는 거다. 공군에 입대할 때 사진과 이후 사진이 다르다는 거다. 그날 재판이 있었고, 그게 뉴스에 나오기 시작하니 덮기 위해 확 질렀다."

박원순 시장의 메르스 관련 긴급 브리핑 이후 딱 일주일 만인 지난 11일 JTBC <썰전>. 진행자인 방송인 김구라 표현에 의하면, 강용석은 '핏대'를 세우고 있었다. 강용석은 지난 4일 밤 있었던 박원순 서울시장의 메르스 관련 긴급브리핑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기획'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그는 앞선 방송 초반 메르스를 두고 벌인 설전에서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박원순 시장이 사실 관계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긴급 브리핑 형태로 해서 국민들의 불안감을 키워놨다. 그런 점에서 서울시장으로서 굉장히 미숙하고 제대로 하지 못한 대처다. 사실 밤 10시 반에 해야 할 긴급한 사안이 아니었다. 그 의사는 이미 격리조치에 들어간 상태고. 제일 중요한 건, 그 브리핑만 보면 (의사가)굉장히 부도덕하고 일부러 전염을 시키기 위해 돌아다닌 것처럼 박원순 시장이 이야기를 했다는 거다."

왜 하필 그때였는가. 왜 보건복지부에게 맡기지 않았는가. 왜 확진 판정 이후 조합 총회 참석 여부를 두고 거짓말을 했는가. 왜 의사만 나쁜 놈을 만들었는가. 서울시 브리핑을 두고 벌인 초반 토론에서 그는 거칠게 각을 세웠다. 허나,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안다. 그가 그렇게 흥분(?)해서 주장을 펼친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을.

박원순 아들 병역 관련 재판까지 끌고오는 강용석

"(지난 6일) 최경환 부총리가 대통령이 3일날 (메르스 정보를)공개하라고 했다고 했죠. 박원순 시장이 4일 날 공개했죠. 뭐가 문제입니까(중략).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의, 도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광역단체장들이 나 몰라라 손 놓고 있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의 정부에 대한 질타는 계속됐다. 사실 이 대답은 "정보 공개에도 한계가 있다니까요. 정보공개라는 게 필요한 정보를 필요한 사람들에게만 하는게 정보공개지"라는 강용석의 주장에 반박한 것이었다. <썰전> 제작진은 이때 강용석이 지은 머쓱한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

이철희 소장은 방송 초반 강용석의 고함에 가까운 거친 공세를 요목조목 논리적으로 반박했다. 정보공개 건에 관해서도 2014년 에볼라 사태 당시 투명하고 신속하게 정보를 공개해 확산을 막았던 미국의 예를 들어 설명했다. 이철희 소장은 "전염병 대책은 심리학으로 시작해 수학을 거쳐 의학으로 끝난다고 한다"며 "전염병 대책은 국민들로부터 불안감을 해소시켜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실 이날 방송은 강용석이 박원순 시장을 겨냥했던 초반을 제외하고 계속 이런 식이었다. 메스르 사태 관련 정부 대응에 관한 주제로 이어지자 강용석은 급격히 말을 아꼈다. "박근혜 대통령이 3일날 빨리 (정보) 공개하자고 했다던데, 보건복지부는 7일날 공개한 건 왜 그랬데요?"라고 이철희 소장이 묻자 "저는 모르죠"라고 대답하는 식이다.

방송 후반부는 대체로 이런 분위기였다. 이어지는 이철희 소장의 정부 대응책을 향한 직격탄이 화제를 모은 이유는 간단하다. 잘 알려진 그간 정부 대응책의 추이였지만, 여느 방송에서 쉬이, 여타 종편이라면 출연자들이 내뱉지 않는 언사들이 후련함을 선사했기 때문이리라.

"아무도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어요. 이게 정부입니까?"
"심지어 대통령은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메르스 확진 환자의 수도 제대로 알지 못했어요."
"지지율이 34%까지 떨어지니까 (정보 공개)터닝을 한 겁니다. (박근혜 대통령이)'폴(poll)생폴사'이라고 말했잖습니까. 이대로 가면 30%대 밑으로 떨어질지 모르니까 부랴부랴 정책을 터닝한 거예요."
"6월 1일 첫 사망자가 발생했죠. 이때가 메르스 공포가 급격히 확산되는 시점이었어요. 6월 2일 날 대통령이 전남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에 참석했죠. 이날은 3차 감염자가 처음 나온 날이이에요. 총리대행이라는 사람은 유럽에 갔습니다. 또 새누리당의 당정협의 요구도 거절했어요. 그러고 나서 6월 5일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대통령의 관심사 중에 메르스가 가장 우선순위에 있다고 했어요. 이러고도 이게 정부고, 대통령이고, 청와대 입니까."

비교적 중립 지키던 이철희의 이유있는 직격탄

JTBC <썰전>의 한 장면.
 JTBC <썰전>의 한 장면.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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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썰전>은 초기 신선함과 달리 자꾸 뒷걸음친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출연자들의 막말에 가까운 발언들이 물의를 빚는 종편 특유의 직설과 달리 예능감과 균형, 날카로움까지 지녔던 <썰전>. 허나 박근혜 정부 들어 연이어 터지는 센 이슈들 앞에서 역으로 정보 정리의 기능이 강화됐던 것도 사실이다. 그 중심에 강용석이 위치한다.

돌아가 보자. 강용석이 고함을 쳤던 배경에 박원순 시장 아들 재판과 관련된 의혹을 끈질기게 제기했던 일이 있다는 것을. 다수는 기억한다. 박원순 시장이 무소속으로 총선 출마를 앞둔 국회의원 강용석을 민형사상 문제제기 없이 '용서'했다는 사실을.

지난 2002년 2월 23일 박원순 시장은 아들 주신씨의 병역기피 의혹을 제기한 강용석 당시 국회의원을 포함해 의혹을 확대재생산한 모든 이들을 용서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반해 강용석은 "박원순 시장이 저를 '용서'한다고 말했는데 이런 표현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는 발언으로 맞대응했었다.

강용석이 언급한 대로, 이와 관련한 재판이 진행 중인 것은 맞다. 박 시장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한 7인이 고의성을 가지고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는지에 대한 사건을 심리하기 위해서다. 박원순 시장이 원고다. 그리고 이 재판 관련 보도에 '열중'하고 있는 매체는 '뉴데일리'가 거의 유일하다. "박 시장이 기사로 덮으려 한다"는 문제제기는 어불성설인 것이다.

<썰전>은 강용석이 박 시장을 '저격'하는 것을 '예능'으로 포장해 줬었다. 흥미로운 점은 평소 <썰전>의 균형감이다. 이철희 소장이 야당에게 쓴소리를 아끼지 않고 비교적 중립을 지키는 쪽이라면 강용석은 여당에 불리한 발언은 사실 위주로 짚거나 말을 아끼는 쪽을 택해왔다. 반면, 상대 진영을 공격할 땐 '고소남' 때로 돌아간 듯한 파이팅을 보인다. 비교적 중립적이라는 <썰전>이 이 정도다.

이날 <썰전>이 문제적이었던 진짜 이유는 메르스 사태에 대한 정부 대응 실책이란 주제 자체에 있다. 어떤 주제를 선정하느냐가 프로그램의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것은 두말 하면 잔소리다. 상식적이라면, 정부 대응을 비판할 수밖에 없는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방송에서도 소개된 바, 34%라는 지지율이 이를 잘 드러낸다(물론 강용석은 이 조사 자체에 회의를 품었다).

메르스 사태와 같은 국민적인 관심 사안과 불안 정국에서조차 박 시장 개인의 문제를 덧씌우고 치환하려고 할 때, <썰전>은 강용석의 표리부동한 태도와 함께 여타 종편 토론프로그램의 위치로 전락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 반대급부로 이철희 소장의 발언이 주목받은 이유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메르스 사태 앞에서 누가 불안을 조장하는가

안타까운 것은 강용석의 저 관점이나 태도들이 종편을 넘어 진영 논리의 틀에 포획된 이들에게서 손쉽게 발견된다는 점이리라. 박원순 시장의 기자회견 시점에 대해서 갑론을박이 있을 수 있다. 비판할 점은 비판하고 보완할 것은 보완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메르스 대책 관련 쏟아지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불통'과 '무시'로 일관했던 박근혜 대통령과 보건 당국의 무능함과 무대응에 못 이겨 광역단체장이 직접 대책을 세우고 액션을 취하는 일은 환영받아 마땅할 일이다. 그 시점에 있어서도 비판을 받을 여지는 크지 않다. 의료계 전문가들조차 인정하는 사안이다. 불안에 떨었던 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여론 조차 신속한 대응이 있었다면 피해가 적었을 것이란 의견이 대세가 된 지 오래다. 

'메르스 사태'처럼 국민의 안전을 건 사안에까지 '색깔'을 덧씌우는 것이야말로 이 나라의 안전 시스템보다 정신건강 체계가 병들어가고 있다는 증거와 다를 바 없다. 이제 와서는 그 누구도 정보의 신속한 공개가 메르스의 불안을 더 키웠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국가 안보 앞에 좌우가 없듯, 메르스 사태 앞에서의 진영 논리 또한 '백해무익'이다.

공식 보도자료 배포 이전 SNS을 통해 관련 정보를 공개했던 이재명 시장은 <썰전>에서 "팔로어 수 늘리려고 메르스 관련 성남시 정보를 공개 했느냐"고 비판한 강용석에게 이렇게 맞받아쳤다.

"강용석의 정신세계 수준을 알 수 있는 멘트. 부처 눈엔 부처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답니다."

메르스 사태가 고비를 넘길 수 있을지 전국민들의 관심사가 모아지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사안별 비판과 냉정한 판단이 더 필요할 때다. 강용석이 과연 다음 주 <썰전>에서 황교안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그 결과에 대해 어떻게 논평할지 벌써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 편집ㅣ최유진 기자



태그:#이철희, #강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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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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