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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2003년 7월 31일 열린 SARS 방역 평가보고회 인사말 도중에 공무원들의 헌신적인 방역에 감동했다며 "울 뻔했습니다"라고 말했다.
▲ "울 뻔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2003년 7월 31일 열린 SARS 방역 평가보고회 인사말 도중에 공무원들의 헌신적인 방역에 감동했다며 "울 뻔했습니다"라고 말했다.
ⓒ SARS방역평가보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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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조금 전에 까딱하면 울 뻔 했습니다. 안 울려고 물도 먹어보고 했습니다."

2003년 7월 31일 노무현 대통령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방역 평가보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했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사스 방역에 최선을 다한 보건복지부 및 관련 부처 공무원들을 극찬하며 "이번에 보니까 공무원들이 국민을 감동하게 하는 일을 했다"며 '까딱하면 울 뻔했다'고 말했다.

당시 상황을 살펴보자. 국내에 사스 경보가 발령된 것은 2003년 3월 16일이었다. 참여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이후 114일간 비상방역이 시행됐고 7월 7일에 비로소 종료됐다. 당시 참여정부에서 사스에 대한 인식과 대응이 어떠했는지는 당시 고건 총리가 <중앙일보> 13년 2월 28일자에 연재한 '고건의 공인 50년 - 사스 대책'에 잘 나타나 있다.

2003년 사스 방역대응을 자세히 소개한 고건 전 총리의 증언. <중앙일보> 13년 2월 28일자
▲ 고건의 사스 증언 2003년 사스 방역대응을 자세히 소개한 고건 전 총리의 증언. <중앙일보> 13년 2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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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의료진 70명을 방역에 투입시켰다. 총리가 대국민담화를 했다. 범정부차원의 사스 정부종합상황실이 출범했다. 당시 1대뿐이던 열 감지기를 복지부 예비비로 10대를 구입해 공항에 배치했다. 착륙한 비행기에서 승객이 내리지 못하도록 한 뒤 직접 기내로 들어가 열 감지기로 체온을 쟀다. 곳곳을 다니면서 전쟁 치르듯이 방역 활동을 했다.

참여정부의 위와 같은 노력과 대응은 인상적이다. 이웃나라의 발병 소식을 듣고, 즉 예방적 차원에서 군 의료진을 투입하는 등 '전쟁 치르듯이' 움직였기 때문이다. 2015년 6월,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 환자가 속출하는 지금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대목이다.

당시 기록을 보자. 방역 기간 동안 전국 242개 보건소가 사스 감염 위험지역 입국자 23만명에 대해 전화 추적조사를 벌였다. 항공기 5400여 대의 탑승객 62만여명, 선박 1만여 척의 탑승객 28만여 명 등 90만여 명에 대해 검역을 벌였다. 또 환자 접촉자 등 2200여 명이 자택격리됐으며, 1339 응급의료 상담전화를 통해 3300여 건의 사스 상담이 이뤄졌다.

민관이 합동으로 방역활동에 나선 결과 WHO(국제보건기구)로부터 사스 예방 모범국이란 평가를 받았다. 싱가포르도 사스에 뚫렸지만 한국에는 몇 명의 의심환자가 있었을 뿐 단 한 명의 확진 환자가 나오지 않았다.

다시 2003년 7월 31일 사스 방역 평가보고회. 노 대통령은 인사말 마지막 부분에서 이렇게 말했다. "제게 주어진 시간은 8분인데 좀 넘었죠?" 연설 시작 후 21분이 넘어가던 때였다. 공무원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노 대통령은 원고를 들어 보이며 "대체로 (원고를) 읽습니다. 현장에서 도저히 적어놓은 것으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받으면 저도 그 감동을 있는 대로 전하고 싶어서"라며 원고대로 읽지 않고 장시간 연설한 까닭을 설명했다.

확진 환자 발생 16일 만에 병원 방문한 박근혜, 사스 비교에는 불쾌감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월 5일 메르스 환자 치료병원인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했다. 첫 확진 환자가 나온 지 16일만의 방문이다. 메르스 확진 환자 및 격리 대상자가 급증하고, 서울 강남의 학교들이 휴교하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뒤늦게 현장을 방문한 것이다. 이날 오전에는 <한국갤럽>이 박 대통령에 대한 정례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정운영을 잘하고 있다'는 지지여론이 지난 주 40%에서 34%로 급락했다. 메르스 영향 때문이었다.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한 박 대통령은 메르스가 불치의 병이 아님을 강조한 뒤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정부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민간 전문가들하고 함께 확산방지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국민들께서 믿음을 가져달라"고 당부하며 "자가 격리된 분들이 외부와의 접촉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이 부분에 대해 협조를 해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특이한 점은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이 지난 2003년 유행했던 사스와 메르스가 다르다며 강조한 대목이다. 박 대통령은 "양상이 사스하고는 다르다는 것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메르스의 경우에 우리가 이전에 경험을 한 번도 못해봤던 감염병"이라고 말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참여정부의 사스 대처와 메르스 대처를 비교하는 것에 대해 박 대통령이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했다.

박 대통령은 "사스 경우에는 중국이나 동남아에 이미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질병 유입을 막아내는 것이었는데, 이번 메르스 경우는 내국인에 의해 질병이 유입된 후 의료기관 내 여러 접촉을 거쳐 감염이 계속되고 있다"며 거듭해서 차이점을 강조했다.

2003년 3월 17일 세계보건기구는 얼마 전부터 중국을 중심으로 폐렴 비슷하게 퍼지고 있던 괴질의 이름을 '사스'라고 명명했다. '괴질'이라는 표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사스는 기존에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질병이었다. 중국, 홍콩 등 피해 사례가 시시각각 보도되던 때, 참여정부는 적극적 방역대책을 세워서 대응했던 것이다.

박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전주 대비 6% 급락한 34%를 기록했다. <조선일보> 6월 6일자
▲ 메르스 역풍, 박 대통령 지지율 급락 박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전주 대비 6% 급락한 34%를 기록했다. <조선일보> 6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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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지지율 급락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메르스 관련 박근혜 정부의 대응 수준은 언급하기 민망할 정도다. 방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환자 발생 이후의 대응수준에 환자가 분노할 정도다. <KBS>와 인터뷰한 메르스 확진 환자에 따르면 확진 이후 격리조치와 정보공개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메르스 지정병원'도 제때 선정하지 못하는 등 초기대응에 실패했다. <KBS>와 인터뷰한 확진 환자는 "방역대책본부에 전화했는데 (체온이 올라간다고 하니) 그래서요? 그래서요 그러는 거야"라며 분통을 터뜨리며 "내가 증상을 보이니까 어떻게 해야 해요 했더니 오늘 저녁 지내보래요… 어느 병원 지정해 놨을 거 아니냐 했더니 지정병원 없대"라며 황당한 반응을 보였다.  

박근혜 정부의 메르스 초기 대응은 지정 병원도 선정하지 않는 등 실패했다. 초기 우왕좌왕한 정부 대처를 적나라하게 증언한 한 확진환자 인터뷰. 이를 보도한 <KBS> 6월 4일자 방송.
▲ 초기 대응 실패. "지정병원도 없대" 박근혜 정부의 메르스 초기 대응은 지정 병원도 선정하지 않는 등 실패했다. 초기 우왕좌왕한 정부 대처를 적나라하게 증언한 한 확진환자 인터뷰. 이를 보도한 <KBS> 6월 4일자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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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병원'은 지난 2003년 사스 방역 당시에도 큰 골치 거리였다. 사스 방역 평가보고회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참으로 낭패스러웠던 것은 지정병원 문제"였다며 언제 감염될 지 모르는 위험을 무릎 쓰고 일하는 의료진, 검역진이 있는데 "우리동네 사스 환자 못 들어온다 데모하는 모습을 보고… 이해는 가면서도 너무 쉽게 하는 거 아닌가"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어서 노 대통령은 "앞으로 저렇게 계속 가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저는 위기에 대처해야 할 최종적인 위기관리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입니다"라며 이 문제에 대한 고민을 토로한 뒤 "당장 공권력을 들고 나가서 뭔가 강력하게 대처하는 게 적절할까. 저와 같은 상황이 더 확대될 때"라며 고심을 토로했다.

최경환 첫 대국민담화 "메르스는 독감 수준"... 현실은 64명 환자 중 5명 사망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이 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국무총리실 브리핑룸에서 정부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대응 조치 발표와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 고개 숙인 최경환 총리대행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이 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국무총리실 브리핑룸에서 정부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대응 조치 발표와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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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11시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이 '메르스 범정부 대책'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 경유한 병원명단을 공개했다. 이어서 아직까지 지역사회 감염이 확인된 사례가 없고 확진환자들이 의료기관 내에서 감염됐음을 강조했다. 확실한 통제가 가능하다는 정부 입장을 전하며 현재 조치단계인 '주의단계'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경환 총리대행은 "국민 여러분께서는 유언비어에 현혹되지 마시길 바란다"며 국민 각자의 개인위생 준수를 강조한 뒤 "지나치게 과도한 걱정으로 불필요한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 드립니다"고 정부 입장을 밝혔다.

정부를 대표한 총리 권한대행의 대국민 담화가 어느 정도 효과를 보일지 미지수다. 메르스에 대한 '확실한 통제'를 재차 강조한 7일 현재 메르스 확진환자는 하루 사이 14명이 증가했고, 사망자는 1명이 추가로 발생했다.

최경환 총리대행의 대국민 담화문 마지막 문장은 이러하다.

"전문가들은 일반 독감수준으로 적절한 격리가 이루어지고 개인위생 규칙만 잘 지키면 사회적 확산 없는 통제가 가능한 질환으로 평가합니다. 지나치게 과도한 걱정으로 불필요한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 드립니다."

이날까지 메르스 확진환자는 총 64명, 이 중 5명이 사망했다. 치사율 7.8%를 기록했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태그:#사스, #메르스, #노무현,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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