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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 살아있는 탄저균 샘플이 미국에서 경기도 오산의 주한미군 기지에 보내졌습니다. 탄저균은 대표적인 생물학무기입니다. 세균전에 쓰이는 탄저균을 미군이 주한미군 기지에 보낸 이유는 무엇일까요? 더구나 미군은 이를 우리 정부에 통보하지도 않았습니다.
우리 몰래 우리 땅에 생물학 무기를 마음대로 반입하는 미군. "세균전"하면 지난 일본군의 731부대를 떠올리게 됩니다. 미군은 과연 이 땅에서 세균전을 계획하고 있는 것인가요?

6.25 당시 미군의 세균전 만행

미국은 이미 6.25 전쟁 당시에 한반도에서 세균전을 수행하였습니다. 2010년 3월 17일 아랍권 언론 <알 자지라>는 '피플파워'라는 프로그램에서, 세균전 세균의 실전효과를 알아보기 위한 대규모 현장 실험(field tests)을 해보라는 지시 문서가 발견되었다고 폭로하였습니다.

<알자지라>는 1951년 9월 21일자로 나온 이 문서를 미 국립문서보관소에서 찾았다고 밝혔습니다. <알자지라>는 일제가 세균전을 위해 만든 731부대가 습득한 전문지식을 미국이 차용했다면서, 당시 미국이 치르고 있는 전쟁은 6.25전쟁 뿐이어서 합참의 명령이 이행됐을 경우 실험을 할 수 있는 곳은 한반도밖에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예전부터 북한은 미군이 세균전을 벌였다고 주장했습니다. 1952년 초부터 미군이 북한의 169개 지역에 세균탄 또는 살인용 미생물이 든 각종 물체를 총 804차례 투하해 페스트, 콜레라균을 보유한 파리, 모기, 거미, 개미가 생겨났고 이에 감염된 사람들이 심한 고통 끝에 목숨을 잃었다는 것입니다. 조지프 니담을 단장으로 영국과 이탈리아, 프랑스, 옛 소련 과학자들은 1950년대에 합동으로 조사를 벌여 미군이 북한에서 탄저균과 흑사병 균 등을 써서 세균전을 벌였다는 보고서를 내놨다고 합니다.

미국은 이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20여년 동안 미군의 북한 세균전 실험에 대해 연구한 모리 마사타카 교수는 "미국은 세균전이 제네바 협정 위반이기 때문에 인정하지 않는 것 뿐"이라며 "나는 미군이 북한에서 세균전을 벌였다고 확신한다"고 <알자지라>에 말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진술들을 종합하면 미국은 1951년에 현장실험을 실시해서 1952년에 세균탄을 실제 투하해 주민들을 살상하였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습니다. <알자지라>는 또 과거 731부대원이었던 일본인이 '미국의 한국(북한 지역) 공격에서 과거 731부대 수뇌부가 미국을 도왔다'고 주장하는 비디오테이프 등 여러 근거 자료도 함께 소개했습니다. 미군이 한국전쟁 당시 731부대 수뇌부를 한국에 보내 각종 보고서를 작성케 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진 사실입니다.

<한겨레신문>도 같은 해 관련 기사를 통해 북한 주민 윤창빈씨가 "전쟁통이던 3월에 파리들이 커지고 갈색 빛을 띠더니 4월부터 장티푸스처럼 전염병이 돌았다"고 <알자지라>에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국전에 참가했던 미군 조종사 케네스 에노크(85)는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직접 가담하지는 않았다"며 "그러나 (세균전이) 매력적인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쯤되면 6.25 전쟁 당시 미군의 세균전은 더 이상 부정하기 어려운 역사적 사실이 됩니다.

허용될 수 없는 탄저균 사고

6.25 때 논란이 일던 탄저균이 64년이 지나 다시 논란이 되었습니다. 경기도 평택의 오산 주한미군 기지에서 미국으로부터 살아있는 탄저균을 택배로 받았기 때문입니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5월 29일 사고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문제의 탄저균 표본은 4주 전에 오산 공군기지로 반입됐다고 밝혔습니다. 주한미군 통합위협인식프로그램(ITRP)의 일환으로 새로 들여온 중합효소연쇄반응(PCR·유전자 시료 양 증가에 사용) 유전자 분석 장비를 6월 5일에 시연하는 행사에서 사용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입니다.

민간 배송업체인 페덱스를 통해 들여온 탄저균 표본은 포자 형태의 액체 1㎖ 분량이었고, 냉동되어 삼중으로 포장된 상태였다고 합니다. 탄저균 표본은 실험실 냉동고에 보관돼 있다가 5월 21일, 중합효소연쇄반응 장비에 넣기 위한 사전처리를 위해 해동됐다고 합니다.

주한미군은 4주가 지난 5월 27일에야 미국 국방부로부터 표본이 살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통보를 받게 됩니다. 그제야 미군은 긴급대응팀을 투입해 탄저균 표본을 락스 성분의 표백제에 넣어 폐기했습니다. 실험실 내 모든 표면을 닦아내는 방식으로 제독을 했고, 24시간 뒤에 공기 중에서 탄저균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탄저균은 생존능력이 대단히 높은 세균입니다.

주한미군은 5월 29일 보도자료를 내 "이번 생화학방어 실험훈련은 처음 진행된 것으로 추가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주한미군이 해명자료를 내자마자, 이번에는 주한미군이 이미 17년 전부터 탄저균 실험시설을 운영해왔으며, 지난 1년간 탄저균 표본이 한국 오산기지로 배송돼 왔다는 것이 알려졌습니다. 이번 사고가 처음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군사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미국은 1998년 9월 세계 미군기지 중 처음으로 한국 오산기지에 탄저균 실험시설을 갖추고 백신을 대량 공급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한 미국 <에이비시>(ABC) 방송은 이날 미 국방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이번에 살아 있는 탄저균 표본을 실수로 만든) 유타주 더그웨이 생화학병기시험소는 2014년 3월 이후 12개월 동안 탄저균 표본을 주한미군기지 한 곳과 미국 9개 주 18개 민간·대학 실험실에 제공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국 국방부 관계자도 "언제부터였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미군이 비활성화된 탄저균을 들여와서 훈련을 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도 알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사고 이전에도 미군이 탄저균을 이용한 실험훈련을 벌여왔다는 것입니다.

탄저균이란 무엇인가?

그럼 이 대목에서, 탄저균이 무엇인지 한 번 살펴봅시다. 탄저병은 증세가 나타난 부위가 검게 썩어 들어가는 전염병을 통칭하는 말입니다. 탄저균은 탄저병을 일으키는 세균입니다. 탄저병은 크게 동물탄저와 식물탄저로 나뉘지만, 보통 동물탄저를 일컫습니다. 동물탄저의 무서운 점은 그 전염성과 사망률인데, 약한 편에 속하는 피부 탄저의 경우에는 의학 기술의 발달로 사망률이 20%로 줄었지만 그보다 더 위험한 내장탄저는 60%, 기관지 탄저는 사망률이 95%에 이르는 매우 위험한 전염병입니다.

탄저병은 땅에서 매복하는 균으로, 만약 생물이 탄저병으로 죽으면 그 지역이 오염됩니다. 그리고 그 지역에 있던 생물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여 죽으면 역시나 그 지역도 오염됩니다. 게다가 탄저균은 자연상태에서도 아포(포자)를 만듭니다. 일반적으로 '백색가루'라고 불린 것은 탄저균의 아포입니다. 이 아포는 생존율이 대단히 높아서 공기 중에서는 24시간, 흙 속에서는 100년까지도 버틸 수 있습니다. 가열, 일광, 소독제에도 강한 내성을 보여 오염된 것을 소각하지 않으면 안심할 수 없습니다.

탄저균은 이처럼 무시무시한 위력을 내는 동시에 배양과 대량생산이 쉽다는 점 때문에 생물무기로 재탄생했습니다. 탄저균은 한 번 만들어 놓으면 흙 속에서 100년까지 버틸 수 있으므로 무기창고에 장기간 보관이 가능합니다.

탄저균은 100㎏을 대도시에 저공 살포하면 100만~300만 명이 사망할 정도의 위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탄저균은 사람이나 동물의 체내에 침입하면 독소를 생성해 혈액 내의 면역 세포를 손상해 쇼크를 유발하고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게 합니다. 이 때문에 탄저균은 살아있는 상태로 옮기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습니다.

탄저균은 1995년 일본에서 실제 살포됐고, 2001년 미국에서 탄저균이 묻은 편지를 발송해 22명이 감염되고 5명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생물무기로서의 이용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치료법은 칵테일 치료법이라 하여 시프로플록사신 등의 여러가지 항생제를 칵테일 섞듯 섞어서 한꺼번에 처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미국 CDC에서 카테고리 A로 지정해 그 위험성을 경고했다. 국방부는 탄저균 감염자를 치료하는 항생제(시프로플록사신, 독시사이클린)를 보유하고 있으며 질병관리본부가 내년을 목표로 연구 개발 중인 탄저균 백신이 나오면 이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중요한 사실은 아직 최적의 백신을 보유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주한미군이 탄저균 연구하는 이유

경기도 오산 기지에 있는 '주한미군 합동위협인식연구소(ITRP)'에서 탄저균 실험과 훈련을 해왔다는 사실도 이번 사고를 계기로 처음 공개됐습니다. 주한미군이 활성화된 탄저균을 다루고 있다는 사실이 발각되면서 그 목적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주한미군 측은 실험 목적을 밝히지 않은 채 "(이번에 배송된) 탄저균 표본은 오산 공군기지 훈련 실험실 요원들이 훈련하면서 사용했다"면서 "훈련은 정상적인 관리 절차에 의한 정례적인 실험실 규정에 의해 시행됐다"고만 설명했습니다.

크게 두 가지 의견인데요. 첫째는 북한이 생화학무기로 공격할 경우에 대비해 주한미군의 탄저균 제독 기술 능력을 높이기 위해 연구했다는 주장입니다. 아울러 탄저균 백신을 개량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입니다. 다시말해 세균공격용이 아니라 북한의 세균공격에 대한 방어용 연구라는 주장입니다.

둘째 의견은 세균 공격용으로 탄저균을 다루는 것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유사시를 대비해 생물무기를 자체 확보하려는 의도라는 것입니다. 전자의 상황, 즉 북한의 탄저균 공격에 대한 방어백신 개발용이라면, 미군이 오산에서 17년째 탄저균 실험시설을 비밀리에 운영해 온 이유가 설명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탄저균 공격에 대한 방어백신을 주한미군에서 개발한다는 것도 다소 황당한데요. 주한미군은 2005년부터 이미 탄저균 백신주사를 맞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탄저균 백신을 개량하기 위한 것인가?"하는 질문을 할 수 있는데, 전 세계의 미군안전을 위한 연구는 아마도 경기도 오산보다는 미 본토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같은 곳에서 수행되는 것이 이치에 맞습니다.

오산의 주한미군기지에서 탄저균을 연구한 것은 세균전 공격용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탄저균이 오래도록 살아남으려면 한반도의 토양과 기후생태에 최적화된 탄저균을 배양해야 하는 것은 자명한 이치입니다. 이는 미 본토에서는 불가능합니다. 당연히 주한미군기지가 최적지입니다.

우리 국방부나 외교부, 질병관리본부 어느 쪽에서도 미군으로부터 어떤 정보를, 어떤 경로를 통해 받았는지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이미 시민단체 등에선 미 국방부가 위험물질임을 인식하고도 곧바로 주한미군과 한국에 통보하지 않고 닷새나 흘려보낸 경위가 분명히 해명돼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원고는 <우리사회연구소>에 함께 게재됐습니니다.



태그:#탄저균, #세균전, #주한미군, #탄저병,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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