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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째깍째깍' 빠르게 흐르는 야속한 시간 속에서 우리는 아직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날의 잊지 않겠다던 약속 그대로.

4월 16일, 따듯할 줄 알았던 그 날의 봄은 매서운 칼바람이 휘감는 한겨울보다 우리를 더 차갑게 감싸 안았고 또 다시 준비되지 않은 봄으로 우리를 이끌었습니다. 모든 건 그대로입니다. 차디찬 어둠 속에 갇힌 친구들을 구해달라던 바람마저도 4월 16일 이 자리에 남아 우리를 괴롭힙니다.

등하교 때마다 보이는 노란 플래카드는 '지시에 따르라'던 차가운 말 대신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선생님들의 마음을 대신합니다. 명찰도 거추장스러워 하던 우리들의 가슴팍에 1년째 붙은 노란 리본은 우리들이 헤아릴 수조차 없는 두려움 속에 같이 있어주지 못한 미안함을 전합니다. 

매년 만발한 벚꽃이 교실에서 훤히 내다보여, 학교에서 가장 좋은 반이라고 불렸던 우리 반 교실은 아직도 우리에게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진짜 봄 때문에 우리를 더욱 괴롭게 했습니다.

활짝 펼쳐진 꽃봉오리 속 높이 날아오르기를 바랐던 아름다운 꿈들은 결국, 거센 비바람과 천둥번개를 이겨내지 못하고 힘없이, 힘없이 물 위로 주저앉았습니다. 소중한 꿈들이 방울방울 맺혀 있을 잎들이 유난히도 빠르게 흩날리는 듯했습니다.

꽃봉오리를 활짝 펼쳤던 벚꽃이 차가운 현실을 모른 채 기지개를 활짝 폈던 우리와 같음을 느꼈고, 우리는 또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안타까움에 몸부림쳤습니다. '하루 빨리 작은 벚꽃 잎이 하늘 높이 날아올랐으면'하고 간절히 바라면서...


태그:#세월호 참사, #세월호 참사 1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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