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기타리스트 방혁, 오정수, 베이시스트 서영도, 드러머 서현정
▲ 최고의 연주자로 구성된 프로젝트 그룹 <고색창연>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기타리스트 방혁, 오정수, 베이시스트 서영도, 드러머 서현정
ⓒ 나승열

관련사진보기


오늘 하루도 힘들었다. 숨조차 쉬기 힘든 출근길의 전철 안. 시계 바늘 소리와 경쟁하듯 두들겨야 했던 키보드 자판. 편의점에서 삼각김밥과 컵라면으로 때운 점심. 술에 취해 떡이 된 사람들과 함께 돌아오는 밤길. 내일도 변함없이 고단한 하루가 되겠지.

차갑고 어두운 방안에서 오랜만에 음악을 들었다. 악기들의 소리로 채운 음반. 기타, 베이스, 드럼의 단순한 사운드가 방 안을 가득 채운다. 부유하던 음표가 어느새 가슴 한구석을 콕 찌른다. 굳게 닫아 둔 기억의 서랍 속에서 서러운 감정이 쏟아진다. 아무도 없는 외로운 밤. 그렇게 음악은 우리에게 위로가 된다.

과거의 '음악'이 없었다면 지금의 '우리'도 없다

<고색창연>의 첫번째 앨범 <외로운 사람들(이정선 송북)>은 한국대중음악의 거성, 이정선 헌정앨범이다.
▲ <고색창연>의 첫번째 앨범 <외로운 사람들(이정선 송북)> <고색창연>의 첫번째 앨범 <외로운 사람들(이정선 송북)>은 한국대중음악의 거성, 이정선 헌정앨범이다.
ⓒ 고색창연

관련사진보기


요즘처럼 음악의 위로가 절실한 때도 없다. 주위에 음악은 넘쳐나지만 지친 마음을 토닥여주는 음악은 많지 않다. 요즘 세대는 알지 못하는 시절이 있었다. 밤이 통제되고 노래가 감금되던 시대였다. 총칼이 세상을 지배하던 시대였다. 공포의 시대를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음악의 힘이었는지도 모른다.

최근 그 때 그 시절의 음악을 재조명하는 보기 드문 음반이 나왔다. '고색창연'의 첫 번째 앨범 <외로운 사람들(이정선 송북)>이다. 프로젝트 그룹 '고색창연'은 현재 우리나라 대중음악 신(scene)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 중인 기타리스트 방혁을 필두로, 베이시스트 서영도, 기타리스트 오정수, 3호선버터플라이의 드러머 서현정 등 연주자만으로 구성된 밴드다. '고색창연'은 옛 음악이 지닌 가치에 주목하자는 취지로 결성됐다.

첫 번째 프로젝트는 한국 대중음악의 거성, 이정선의 음악이다. 선배 뮤지션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의미를 담은 헌정 앨범이다. 이전의 헌정앨범과 달리 연주곡으로만 채워졌다는 점도 이색적이다.
  
이정선의 음악은 1970~1980년대 대중음악의 튼튼한 뿌리였다. 이정선이라는 음악적 뿌리에서 <해바라기><신촌블루스>가 나왔다. 조하문, 김민종이 그의 노래 <같은 하늘 아래>를 불렀고, 김광석은 <그녀가 처음 울던 날>을, 이광조는 <오늘 같은 밤>을 불렀다. 드러머 서현정을 제외한 세 명의 멤버는 그의 음악을 들으며 음악적 감수성을 키웠다. 수많은 우리가 그의 음악으로 위로 받았다.

이번 앨범에는 대중들로부터 가장 사랑받은 노래 11곡이 실려 있다. 보컬의 목소리가 빠지고 기타, 베이스, 드럼 연주로만 이뤄졌다. 연주자의 화려한 기교를 필요로 하는 편곡도 없다. 베이시스트 서영도의 말처럼 "빈 사운드의 음악"이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난다. 단순한 악기 구성의 밴드 연주인데 풍성한 사운드가 들려온다. 각각의 악기가 연주하는 소리의 조합만이 아니다. 다른 그 무언가가 더해진다. 과거의 기억이, 경험이, 감성이 되살아나 음악과 뒤섞인다. 추억을 건드리는 기타 리프에 정신이 멍해진다. 그러다보면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정선이 부르는 '은이'다. 이정선 본인이 이번 앨범을 위해 직접 편곡하고 노래를 불렀다.

더욱 반가운 소식은 오랜만에 그의 라이브 무대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는 28일 토요일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에서 열릴 예정인 '고색창연'의 첫 번째 공연에 이정선도 함께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요즘 핫한 후배 뮤지션 선우정아가 게스트로 참여한다.

그의 음악과 함께 젊은 시절을 보낸 중장년층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공연장 나들이 기회다. '요즘 음악'만 듣고 자란 젊은 세대도 가보면 좋겠다. 시대를 초월한 음악의 보편성이란 어떤 것인지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공연 일시 : 3월 28일 토요일 오후 6시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

공연 문의 : 인터파크 티켓 1544-1555



태그:#고색창연, #이정선, #외로운 사람들, #서현정 , #서영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년차 영상번역작가. 인터뷰를 번역하는 것도 쓰는 것도 좋아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