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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의 음악가들이 바흐의 생일인 오는 3월 21일, 공공 장소에서 그의 음악을 연주하며 클래식의 가치를 대중에게 전하는 <Bach in the Subways(아래 BitS)>를 플래시몹 형태의 무대로 갖는다.

한국은 올해 처음으로 참가, 사용하지 않는 피아노를 기증 받아 재탄생시킨 후 누구나 연주할 수 있도록 거리나 공원에 설치하는 공공 음악 프로젝트 비영리민간단체 <달려라피아노>에서 'BitS Korea'를 진행하며 한국 본부를 운영한다. 이에 'BitS Korea'에 참여하는 40개 단체 165명의 아티스트를 대표해 박종화 예술감독을 지난 2월
24일 만났다.

박 감독은 피아니스트로서 삶의 목적을 두기보다는 문화와 문화를 잇는 중재자로, 더 많은 사람이 음악과 소통하는데 사명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13년부터 시작한 <달려라피아노> 예술감독 활동에 이어 올해는 'BitS'를 한국에 제안했다. 아래는 그와 나눈 인터뷰를 정리한 것이다.

 피아니스트 박종화는 2013년부터 연주자와 교육가뿐만 아니라 <달려라피아노> 예술감독으로서 다양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피아니스트 박종화는 2013년부터 연주자와 교육가뿐만 아니라 <달려라피아노> 예술감독으로서 다양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 달려라피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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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tS'와의 인연

어느 날 메일함을 정리하다 'BitS'를 발견하고 우리나라에서도 진행해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에 제안하게 됐어요. 'BitS'는 첼리스트 Dale Henderson(아래 Dale)이 만든 음악 프로젝트에요. 2010년 3월 21일 미국 뉴욕 지하철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한 바흐 모음곡 연주에 기원하고 있죠. Dale은 보스턴에서 유학할 때부터 알던 친구에요.

제가 아는 그는 첼리스트로서의 재능은 물론이거니와 음악이 사회에서 갖는 가치를 고민하고 행동으로 옮길 줄 아는 좋은 음악가입니다. Dale은 'BitS'를 통해 지하철과 같은 공공 장소에서 바흐의 곡을 연주함으로써 클래식이 가진 힘과 아름다움이 시민에게 감동을 전해줄 것이라고 확신했죠.

바흐를 음악의 아버지라고 부르는 건 단순히 그의 작품 수가 많아서가 아니라 모차르트부터 비틀스까지 후세의 음악가들 중에서 그의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바흐는 한마디로 원조 슈퍼 스타죠. 바흐의 생일에 열리는 이 프로젝트는 그런 점에서 매우 높은 가치를 띠고 있고요.

BitS는 해를 거듭하며 참여 도시와 뜻을 함께하는 예술가들이 늘어 2014년 캐나다와 독일 등 4개국 12개 도시에서 2015년에는 39개국 129개 도시로 확대 진행돼요. 한국의 참여는 세계 각국의 예술가와 시민들이 클래식을 통해 교감하는 국제적인 행사에 동참한다는 점에서 뜻깊은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해요.

음악과 청중 사이를 잇는 음악 전령사

유학 시절 만났던 친구 중에는 클래식만 듣는 친구들이 있는가 하면 클래식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친구들도 있었어요. 하루는 클래식을 전혀 접해보지 못한 친구들과 외모나 스타일로만 판단했을 때 클래식을 절대 들을 것 같지 않는 친구들을 제 연주회에 초대했거든요. 사실 저도 피아노 치는 사람처럼은 안 생겼지만요(웃음).

연주회장에 들어선 친구들을 보고 곁눈질하는 관객이 많았던 걸로 기억해요. 연주회가 끝나고 저를 찾아온 아이들이 "들어보니 생각보다 재미있고 좋다"며 다음 연주회 일정을 묻더군요. 그 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연주자로서의 보람이란 결국 내 연주를 더 많은 이들과 나누는 데서 오는 거라는 걸 깨달은 게. 그 이후로는 피아니스트로서의 활동을 넘어 더 많은 사람들과 음악을 공유할 수 있는 유의미한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몇 년 전부터는 세계적인 서양 음악의 흐름 속에서 우리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해왔어요. 그러다 우연히 딸과 함께 듣게 된 동요에서 힌트를 얻어 동요를 편곡한 앨범 작업과 함께 연계해서 진행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에요.

생각해보니 <엄마야 누나야>, <산토끼>, <고향의 봄> 등과 같은 동요는 아이들이 음악이나 가사를 몰라도 멜로디에서 편안함을 느끼더라고요. 그 멜로디가 처음부터 우리 유전자 속에 잠재돼 있던 것처럼 들을수록 평온해지는 느낌이랄까요. 제 경우는 오랜 외국 생활을 하면서 느껴온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반영돼 있어 더 의미 있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음악의 특별한 힘

 박종화 예술감독은 2015년 BitS를 한국에 제안했다.
 박종화 예술감독은 2015년 BitS를 한국에 제안했다.
ⓒ 박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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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하게 클래식은 어렵다는 선입견을 가진 이들이 많아요. 물론 클래식이 소수의 중상류층을 대상으로 연주돼온 건 사실이죠. 그건 마치 유명 미술품을 특정 박물관에 가야만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에요. 그러나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연주자와 작곡가 그리고 청중 사이의 거리가 가까웠거든요. 이후 녹음기술의 발달과 대중음악의 발전이 이들 사이의 간격을 점차 넓혔다고 봐요.

특히 동양의 경우에는 클래식 특성상 서양의 문화적 흐름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청중들이 더욱 어렵게 느끼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알게 모르게 클래식은 우리 일상 속 상당 부분에 파고들어있어요. 곡을 가만히 들어보면 작곡가나 제목은 몰라도 아는 멜로디는 의외로 많이 알고 있거든요.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쇼팽 등의 작곡가들이 만든 음악이 그렇죠. 청중들이 클래식에 대한 선입견을 내려놓고 자신이 원하는 수준에서 열린 마음과 귀로 멜로디를 그냥 음미하면 좋겠어요.

음악에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어떤 특별한 힘이 있어요. 요즘 전 바로크 시대 앙상블 음악을 즐겨 들어요. 듣고 있으면 악기들의 소리가 하늘에서 춤추며 내려오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기분이 좋아지면 활기도 넘치고 리드미컬해지면서 에너지가 솟는 기분이랄까.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 이런 거겠죠?(웃음)

박종화는?

4살부터 피아노를 치기 시작해 일본 도쿄 음악대학 영재 학교, 대한민국 서울 선화예중, 미국 보스턴 뉴잉글랜드 음악원, 이탈리아 코모, <Il Fondazione per Il Pianoforte> 마스터 클래스, 스페인 마드리드 소피아 왕립 음악원, 독일 뮌헨 음대 최고 연주자 과정을 마치고 프랑스 파리에서 현대음악을 공부, 세계 유수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유럽을 무대로 활동하다 고국으로 돌아와 서울에 정착했다. 2007년 33세 나이에 서울대학교 음대 교수로 임용돼 화제를 모았으며, 2013년부터는 연주자와 교육가뿐만 아니라 <달려라 피아노> 예술 감독으로서 다양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문화공감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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