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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전 10시, 상북면에 있는 여성중심장애인작업장. 24평(80㎡) 남짓한 작은 공간에 일하는 이들은 모두 10명. 텁텁한 먼지 냄새가 가득했지만 작업에 열중한 이들 대부분은 아랑곳하지 않고 일하고 있었다.

절뚝거리는 걸음으로 무거운 상자를 옮기는 사람과 가득 쌓인 자동차 부품을 직접 조립하는 이들은 좁은 작업장 안에서 각자 제 일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지회(경남지체장애인협회 양산시지회)는 장애인작업장 운영을 지난해 포기했고, 양산시는 지원을 끊었다. 비가 오면 작업실 벽에 물이 새고 날이 조금만 추워도 수도는 얼어버린다. 이런 환경이지만 일마저 안 하면 우리는 어떻게 살란 말인가. 일까지 못 하게 양산시가 작업장을 폐쇄 안 한 건 다행이지만 우리가 일해서 버는 돈으로 전기세, 수도세 등 각종 운영비까지 충당하려니까 사정이 좋지 않다."

경남 양산시 상북면에 있는 장애인작업장에서 조합원들이 일을 하고 있다.
 경남 양산시 상북면에 있는 장애인작업장에서 조합원들이 일을 하고 있다.
ⓒ 김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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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지역 내 여성중심장애인작업장이 관리·감독 사각지대에 놓인 채 무방비로 운영되고 있다.

경남도 여성장애인일자리창출사업 일환이자 양산시가 장애인일자리 확대를 위해 개소한 여성중심장애인작업장은 경남지체장애인협회 양산시지회(아래 지장협) 위탁 관리로 지난 2006년 삼호동에 첫 사업장을 개소한 뒤 2011년 삼성동, 2012년 동면, 상·하북, 물금 등 모두 다섯 개 작업장이 운영됐다.

그러나 지난 2012년 지장협에서 고용장려금과 단가지원금을 더 받기 위해 허위로 공문서를 작성, 1억 원이 넘는 돈을 부정 수급한 혐의로 당시 지회장과 지회 간부 등 3명이 불구속 입건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후 경남도는 지난해 5월 양산지역 내 모든 장애인작업장에 대해 지정취소 처분을 내렸으며, 지장협 역시 위탁 관리를 포기했다. 이후 양산시 소유 토지가 아니었던 물금과 동면 작업장은 폐쇄됐지만, 나머지 세 작업장은 지원이 다 끊긴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운영을 계속하고 있다.

그나마 상·하북과 웅상은 장애인들이 자체적으로 협동조합을 구성해 일을 이어가고 있지만, 삼성동 작업장은 일거리가 없어 최근 작업을 중단한 실정이다.

이들이 무리하면서까지 일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는 바로 생계 때문이다. 그나마 작업장 월급으로 생계를 이어왔는데 이 일마저 중단하면 당장 먹고살 길이 막막하다. 이들은 몇 사람 잘못으로 장애인 전체가 피해를 보고 있다며 답답해했다.

한 장애인은 "지회는 잘못을 책임진다는 이유로 작업장을 놓아버렸고, 양산시는 작업장에 대한 예산을 편성하지 않고 나 몰라라 한다. 우리는 살아보겠다고 협동조합까지 만들었고 조합원 개인 몫을 줄여가면서까지 일터 유지에 힘쓰고 있는데, 이런 열악한 환경에 대해 누구도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아 답답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불의의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질 사람도 없는 상황이다.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 상해보험에 가입하려 해도 장애인이라 꺼리는데 그런 부분까지 우리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부당한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이에 양산시는 "지정 취소 후 폐쇄를 해야 했으나 폐쇄하면 당장 일하는 분들 생계가 힘들어져서 놔둘 수밖에 없었다"면서도 "이후 추가적인 지원 계획은 없었다"고 밝혀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양산시는 "올해 양산시가 이들 작업장 근로자를 위해 부지와 시설물을 대여하는 방식으로 장애인작업장을 운영할 계획이지만, 세 작업장 상황이 달라 정확히 언제 협의할지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양산시에서 작업장을 운영할 예정이만 작업 공간을 제공하는 개념일 뿐, 실질적인 운영과 관리 주체는 개별 협동조합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양산시민신문에 게재됐습니다.



태그:#장애인작업장, #장애인, #지체장애인, #작업장, #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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