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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 그는 친절한 남자다. 그는 사람들이 정치, 경제 뉴스에 무관심한 이유가 뉴스의 전달 형식에 있다고 비판하면서 전체적인 맥락을 비롯해 독자에게 세부적인 내용을 전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뉴스가 친절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파편적으로 제공되는 정치, 경제 뉴스가 일반 독자에게 난해하다는 것, 그래서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없다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그가 제안한 '친절한 뉴스'가 과연 이 시대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든다. '친절한 뉴스'가 가질 수 있는 모순을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독자의 관점에서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취업을 위한 자기소개서 항목 당 500자 혹은 10줄 이내, 트위터에 쓸 수 있는 글자 수 140자, 카카오톡을 비롯한 SNS로 전달되는 간결한 정보들. 이것이 오늘날 글을 읽는 독자들이 처한 환경이다. 사람 간의 정보 공유 속도는 빨라졌고, 그 정보는 간결하고 신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즉 독자들의 지구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심층 취재를 기반으로 한 월간지나 주간지의 인기가 예전만 같지 못하다는 것을 통해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친절한 뉴스'의 대안은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알랭 드 보통의 '친절한 뉴스'가 읽히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독자가 필요하다. 관심이 없는 분야지만 뉴스를 읽으려는 의도를 가진 독자가 우선 전제돼야 한다. 헤드라인을 통해 관심 없는 분야라고 확인했어도, 읽어 보려는 시도하는 독자여야 한다. 그 독자는 뉴스가 꽤 많은 분량이지만 끝까지 읽겠다는 의지를 갖는다. 그리고 뉴스 전달자가 '시인과 소설가의 기예를 물려받아' 창작의 고통을 통해 작성한 뉴스의 가치를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독자여야 한다.

이럴 때 알랭 드 보통의 '친절한 뉴스'는 독자에게 읽히고, 새로운 분야에 관심을 가진 새로운 대중이 탄생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개성이 존중받길 원하는 개인이 만들어 가는 이 시대에 관심 없는 것을 참을성을 갖고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알랭 드 보통의 '친절한 뉴스'는 교육적 관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누군가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는 힘은 교육에서 나온다. 문제 의식을 가지지 못하고 의지가 없는 성인을 변화시키는 것은 어렵지만,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제공한다면 알랭 드 보통의 '친절한 뉴스'는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뉴스의 형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랜 기간 축적되어 온 여러 저작들을 인내심을 갖고 읽게 하는 독서 교육, 세상의 여러 가지 일들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토론 교육, 글 속에 숨겨진 가치들을 발견하고 제대로 평가할 수 있게 하는 인문학적 소양 교육,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쓰고 말할 수 있는 표현 교육. 이것이 '친절한 뉴스'가 대안이 될 수 있는 독자를 기를 수 있는 방법인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알랭 드 보통의 <뉴스의 시대>의 제안에 전제가 되는 독자는 이 시대에 존재하지 않는 독자이다. 물론 독서 토론 교육이 잘 이루어지는 프랑스는 아니라고 반박할 수 있다. 그렇다. 프랑스의 독자들에게 '친절한 뉴스'는 경쟁력 있는 뉴스 형태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2014년 현재 대한민국에 그러한 독자는 '존재하지 않는 독자'인 것이다.


뉴스의 시대 - 뉴스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것

알랭 드 보통 지음, 최민우 옮김, 문학동네(2014)


태그:#뉴스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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