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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2007년 기타 제조업체 콜트-콜텍의 노동자들은 정리해고를 당했습니다. 그 뒤로 계속된 투쟁과 농성. 지금도 그들은 인천에 있는 옛 콜트악기 부평공장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습니다. 해고자 임재춘씨는 오늘도 그곳을 지키며 굵고 거친 손으로 펜을 꾹꾹 눌러 글을 씁니다. 임재춘씨가 농성장 촛불문화제에서 낭독한 '농성일기'를 연출자 최문선씨의 해설과 함께 독자 여러분들께 전합니다. [편집자말]
2014년 11월 26일 임재춘의 농성일기
 2014년 11월 26일 임재춘의 농성일기
ⓒ 임재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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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11월 26일 임재춘의 농성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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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부모님에게 태어나면서 안 다치고, 병원 안 가고 건강하게 사는 게 효도다. 부모님이 물려준 자기 몸을 가지고 사는 것이 자식 된 도리이지만, 그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어릴 때부터 학교 졸업할 때까지는 부모님이 돌봐주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부터 아침에 일어나 먹는 것부터가 힘이 든다. 특히 직장생활을 하면 출근부터 퇴근까지 스트레스와 긴장의 연속이다. 요즘에는 스트레스가 만병의 원인이라 하니 아프지 않을 수 없다.

(취업을 하기 전에는) 좋은 시설과 좋은 구조에서 일하는 게 나의 꿈이었다. 특히 콜텍 공장에 들어가면서 몸을 지키는 일은 어려워 그 꿈은 더 간절했다. 그곳은 창문이 없어 햇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밀폐형 공장이었다. 월요일에 출근하면 회사는 일반 마스크를 1개 지급하면서 일주일 쓰라고 명령을 한다.

기타 생산은 나무를 깎고 다듬기 때문에 사포 먼지와 다른 먼지들이 뒤섞여 분진이 무척 많다. 그렇기 때문에 비싼 방진 마스크를 착용하여야 한다. 햇빛이 비친 공장 안은 먼지가 날아다니는 게 보이기 때문에 (콜텍은) 햇빛이 아예 안 들어오게 만든 모양이다.

도장라인은 유기용제(시너, 아세톤)를 사용하므로 아무리 좋은 시설을 설치하여도 입과 코로 분진과 냄새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방독면을 써야 하고 산업안전공단에서 심사를 하여야 한다. 그러나 심사를 하지 않아 방독면을 쓰지 않고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방독면을 쓰면 작업이 한눈에 보이지 않고 불편하기도 하다. 콜트악기의 경우 한 조합원은 모세기관지염에 걸렸는데도 산재 불승인이 나와 회사 측이 오히려 사표 제출을 요구하여 퇴사하였다. 그 충격과 몸 상태에 대한 비관으로 그 조합원은 중환자실에서 2013년에 명을 달리 하였다.

한편 박영호 사장은 심장질환으로 모교 병원에 입원치료를 받았다. 병원 의사들 수고한다고 1억 원을 병원 발전기금으로 기부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직원은 산재 처리도 해주지 않으면서 자기 몸은 끔찍하게 생각한다.

콜트와 콜텍은 칼이나 대패를 가지고 작업을 하는 일이 많다. 성형라인의 경우 둥근 톱에 손가락이 잘리는 작업자가 많이 발생하여 '사고다발 라인'이라고 했다. 경봉이 형(금속 콜텍지회 조합원)도 성형라인에서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잘렸다(2006년 6월).

성형라인뿐만이 아니다. 대부분 기타 공장은 사고 다발 회사이다. 사고가 나면 산재처리를 해주어야 하지만 (회사는) 산재처리를 해주지 않고 공상처리로 개인이 치료하게 하고, 회사에 영수증을 제출하여 치료비를 받는 경우가 많다. 산재처리를 하면 회사 이미지가 나빠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타 회사는 나무 분진이 많고 반복 작업이 많아 기관지와 근골격계 직업병으로 고생하는 직원들이 많다. 정리해고 8년이 지나고 있지만 지금까지 기관지염과 근골격계 질환으로 병원에 다니는 조합원들이 많다.

정리해고 싸움 8년을 하면서 건강을 챙기기는 더 힘들었다. 시작은 40대 초·중반이었지만 이제는 거의 50대들이 되어 있다. 콜텍 농성자들은 대전 '민들레의료생협'에서 2년에 한 번씩 건강검진을 받는다(민주노총 대전본부와 대전 민들레의료생협은 협약을 맺고 대전 지역 해고자들의 종합건강검진을 진행하고 있다). 인천에서 농성하는 콜텍 3명은 올 9월에도 건강검진을 받았다.

그 결과가 나왔는데 최고 나이 어린 이인근 지회장이 최고 심각하다. 어린 나이에 골다공증 증세가 심각하여 장시간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인근이는 (농성하는 동안) 감기 한 번 안 걸려 깡다구가 좋다고 생각했는데, 작년 초부터는 감기를 달고 산다. 걱정이다. (인근이가) 건강을 찾으려면 잘 먹고 운동을 많이 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한다.

베이스봉 경봉이형은 동맥경화 진단을 받았다. 정리해고 되기 전에는 운동도 많이 하고, 술과 담배도 하지 않았는데 정리해고 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다보니 담배를 많이 펴 그런 것 같다. 나는 사회생활 하면서 대화를 하기 위해 술을 마셨는데, 술 때문에 간수치가 높게 나왔다.

간장 질환이야 술을 끊으면 된다. 그런데 나의 더 큰 문제는 이빨이다. 이가 아파 치과에 갔는데, 이빨 모두 치료를 받고 교환을 해야 한다고 한다. 이빨을 수리하려면 시간과 돈이 많이 드는 게 걱정이다. 작년 2월 1일 콜트 공장에서 쫓겨날 때 경찰과 몸싸움 하면서 이빨을 크게 다쳤는데, 제때 치료를 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한다. 어찌 되었든, 원인 제공은 콜텍 사장 박영호이다. 아, 내 이빨….

건강 진단 받고 나서 3명은 모두 전보다는 건강을 신경 쓰고 있다. 경봉 형과 인근은 담배를 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번 금연 계획으로 꼭 담배를 끊었으면 좋겠다. 나도 이빨 치료하면서 술을 줄이거나 끊을 생각이다. 이 글을 통하여 길벗 한의사 선생님들께 감사를 전한다. 전국 투쟁 사업장을 돌면서 건강검진을 하여 주시는 분들이다.

몸이라도 잘 챙겨놔야 이 싸움이 끝나고도 계속 살아갈 수 있을 텐데…. 현대의학으로는 100세까지 살 수 있다고 하는데, 정리해고자들은 당장 올 겨울을 어떻게 건강하게 지낼까 걱정이다. 한 해 한 해 우리 세 명 모두 몸이 전 같지 않다는 걸 느낀다. 몸 쓰는 일은 점점 귀찮아지고….

2014년 11월 26일 콜텍 해고자 임재춘

임플란트·골다공증·동맥경화... 8년 농성이 남긴 또 다른 신호들

최근 천막 농성장에서 찍은 세 사람. 좌측부터 임플란트 치료로 부은 얼굴의 임재춘, 동맥경화 김경봉, 나이 50의 골다공증 이인근.
 최근 천막 농성장에서 찍은 세 사람. 좌측부터 임플란트 치료로 부은 얼굴의 임재춘, 동맥경화 김경봉, 나이 50의 골다공증 이인근.
ⓒ 최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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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봉 조합원의 오른쪽 엄지손가락은 왼쪽 엄지손가락과 모양이나 크기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손가락 사고가 난 지 8년이 지났어도 옷의 단추를 잠그기 어려운 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한다. 공상 처리비용이 셈하지 않는 삶의 장애이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작년 어느 날 "손가락이 못생겼네요"라고 생각 없는 말을 내뱉었다. 그러자 김경봉 조합원은 반대편 엄지를 내밀며 "이봐, 원래 내 엄지손가락 이뻤거든"이라고 말하며 다친 일에 대해 말해주었다.

최근 임재춘 조합원은 2주에 한 개씩 임플란트 치료를 받고 있다. 대전에서 주말을 보내고 인천 농성장으로 돌아오는 월요일이면 한쪽 볼이 번갈아가며 부어 있다. 임재춘 조합원은 치아 치료와 함께 간수치를 낮추기 위해 요즘 음주 조절을 하고 있다. 그리고 매일 다른 농성자들에게 "이는 닦았냐?"는 잔소리를 듣는다.

작년 2월 콜트 공장에서 농성자들이 쫓겨날 때 회사 측의 용역들과 거친 몸싸움이 있었다. 하얀 눈 위에는 임재춘 조합원 입술에서 흘러내리던 빨간 피가 뚝뚝 떨어지고 스몄다. 그렇게 다친 이였다. 잇몸이 헐거워지고 이가 주저앉는 동안 이렇다 할 치료도 없이 방치한 채 농성 1년을 더 채우고 이제야 치료를 받는다.

9월에 받은 건강검진 결과가 얼마 전에 나왔는데, 김경봉 조합원과 이인근 지회장은 각각 동맥경화와 골다공증 진단을 받았다. 두 사람 다 처방된 약을 복용하고 있다. 이인근 지회장의 골다공증은 몸 전체에서 나타나고 있고, 그 가운데서도 척추 골다공증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이인근 지회장이 골다공증이란 진단이 나오자 사람들은 '입 짧은' 그의 평소 식습관을 탓했다. 그러나 생각해보니 이인근 지회장은 몇 년 전 송전탑에 올라 단식농성을 한 적이 있었다. 겉으로만 회복된 몸 안에서는 농성의 상처들이 자라고 있었다. 나이 50에 척추 골다공증이라니….

몸에 새겨지는 삶의 무게는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50대의 그들 몸이 쇠약해지는 것은 세월의 흔적과 함께 8년의 농성이 남긴 또 다른 신호들이다. 그들 몸의 이야기는 또한 인간의 문제이다.

겨울이 깊어지고 천막은 점점 추워지며, 그들의 나이는 또 한 살 늘어난다
 겨울이 깊어지고 천막은 점점 추워지며, 그들의 나이는 또 한 살 늘어난다
ⓒ 김경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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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이승현(민중과 함께하는 한의계 진료모임 길벗 회원)은 일주일에 한 번씩 천막 농성장에 들러 농성자들의 건강을 살피곤 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1년 전의 아저씨들과 지금의 아저씨들에게선 기력이 쇠약해지는 변화가 역력하다고 한다. 건강검진이 보여주는 지표들은 그렇게 나쁜 정도는 아니지만 농성장 생활의 가혹함은 어떤 식으로든 무엇인가를 쌓고 남기고 있다고 했다.

혈당이나 심전도, 폐기능과 같은 수치화된 지표로는 확인할 수 없지만 한의사가 느끼는 변화에는 농성자들의 '눈빛'도 포함되어 있다. 아저씨들과 긴 시간 이야기를 하다보면, 특히나 이인근 지회장의 눈빛은 종종 공허하고 불안해보였다고 했다. 잦아진 감기증상과 점점 줄어가는 식사량과 말수들…. 육체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것에서 먼저 느껴지는 쇠약함에 한의사 이승현은 걱정 섞인 고백들을 꺼내곤 했다.

겨울이 깊어지고 있다. 한의사 이승현은 아저씨들에게 따뜻함과 신선한 음식, 그리고 규칙적인 식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부엌은 얼어갈 것이고, 온수매트는 새벽이면 식을 것이다. 그들의 잠 시간 중 선잠의 시간이 늘어날 것이다. 또 한 살 먹는다는 두려움과 제 몸에서 나타나는 변화들에, 가던 길이 두려울 것이다. 

척추 골다공증 진단 후 이인근 지회장은 천막 한쪽에서 팔굽혀펴기와 기마자세를 하며 부실해진 뼈의 건강을 기원한다. 최근엔 담배 대신 전자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끊어야지, 끊어야지…, 술 생각과 건강 걱정 사이 임재춘 조합원의 다짐은 반복된다. 천막 농성장 주변에서 '왔다리 갔다리' 운동이라도 해보며 동맥경화를 이겨보자고, 김경봉 조합원은 마음만 다잡는다.

12월 7일은 천막 농성장 공사를 하는 날이다. 건설 노동이나 목수 일로 잔뼈 굵은 몇몇의 지인들이 농성장 보온공사에 나섰다. 좋은 아이디어와 손재주들이 모여 천막 안이 조금 덜 추워진다면 농성자들의 건강 보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다 같이, 이 겨울을 건강하게 지나갔으면 좋겠다.


태그:#콜트콜텍, #농성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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