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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아들과 아들의 친구가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관들이 이씨에게 수갑을 강제로 채우고 있다. ▲오른쪽: 경찰관들이 이씨에게 뒷수갑을 채워 소파 쪽으로 끌고 가고 있다.
▲ 사건 당일 CCTV 영상 ▲왼쪽: 아들과 아들의 친구가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관들이 이씨에게 수갑을 강제로 채우고 있다. ▲오른쪽: 경찰관들이 이씨에게 뒷수갑을 채워 소파 쪽으로 끌고 가고 있다.
ⓒ 서귀포경찰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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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앞에서 폭행 피해자인 40대 여성에게 수갑을 채운 제주도 서귀포경찰서 경찰관들에 대해 수사가 진행 중이다.

지난 8월 10일 이른 새벽, 제주도 서귀포 안덕파출소. 40대 여성 이아무개씨가 파출소 안으로 들어온다. 이씨는 갈비뼈가 여러 개 부러지고 몸 곳곳에 심한 상처가 난 상태였다. 이씨의 주장에 따르면 지역 주민 3명으로부터 골프채와 돌로 폭행을 당했다.

조사가 끝나고 119구급차가 도착했다. 경찰관들은 이씨를 구급차에 태우려 했지만, 이씨는 완강히 거부했다.

피해자인 자신만 조사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경찰관들은 이씨가 가해자로 지목한 사람들을 사건 현장에서 그냥 집으로 돌려보냈다.

이씨는 피해자인 자신만 파출소에 데려와 조사하고, 뒤늦게 119구급차를 불러 병원으로 보내려는 경찰관들의 행동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이씨는 처음부터 자신을 병원으로 보내든지, 아니면 가해자도 데려와 함께 조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씨는 폭행으로 온몸이 상처투성이였다. 통증도 심했다. 하지만 억울해서 그대로 병원으로 갈 순 없었다.

가해자들을 당장 파출소로 불러 조사해 달라고 요구했다. 경찰관들은 이씨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알아서 조사할 테니 병원에 가라고만 되풀이했다. 이씨는 파출소 바닥에 누워 항의했다. 그리고 경찰서 책상 위에 앉아서 가해자들을 데려오라고 소리쳤다.

잠시 후 경찰관 두 명이 이씨의 팔을 뒤로 꺾더니 수갑을 채웠다. 이씨는 발버둥 치며 한참을 저항했다. 결국, 이씨는 양팔이 꺾인 채로 수갑을 차야 했다. 경찰은 수갑을 찬 이씨를 구석으로 끌고가 쇠기둥에 결박했다.

이 모든 상황은 뒤늦게 달려온 이씨의 아들과 아들 친구가 보는 앞에서 이뤄졌다.

파출소에 처음 가 본 20대 아들은 "공무집행 방해하면 수갑 채워도 돼"라고 윽박지르는 경찰관이 무서워서 폭행 피해자였던 엄마를 돕지 못했다. 이씨의 아들은 당시 엄마를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에 지금도 괴로워하고 있다.

그때 겪은 상황에 대해 이씨는 10월 21일 제주 서귀포경찰서 소속 안덕파출소 경찰관들을 고소했다.  

이씨 아들이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 또 있다

수갑을 찬 이씨는 통증을 호소했다. 꺾인 팔은 물론이고 온몸에 통증이 밀려왔기 때문이었다. 순간, 화장실에 가고 싶어졌다. 이씨는 급하다며 화장실에 보내달라고 소리를 쳤다. 하지만 경찰관들은 이씨가 거짓말한다며 수갑을 풀어주지도, 화장실에 데려가지도 않았다.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아들도 간청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참다못한 이씨는 옷을 입은 채로 배변을 보고 말았다. 설상가상 현기증으로 바닥에 쓰러지면서 그녀의 몸은 배변으로 뒤범벅 돼 버렸다.

한편, 이씨가 주장하는 폭행 가해자는 일명 마을의 '실세'와 그 가족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 실세의 힘이 막강하다"며 "마을은 다들 선·후배, 친척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안덕파출소 경찰관의 입장을 직접 들어 보자. 지난 6일(목) 서귀포경찰서 청문감사실로 문의해 보니 청문감사실 관계자는 "수갑 채운 부분은 경찰관 상대로 고소장이 접수돼서 현재 제주서부경찰서에서 수사 중이다. (테이블에 올라가는 등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수갑을 채워 소파 고리에 고정한 것"이며 "(화장실을 보내주지 않은 이유에 대해) 경찰관은 수갑 풀기 위한 변명이라고 생각해서 수갑을 풀어 주지 않았고 배변을 보자 수갑을 풀어 주었다고 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수갑을 채우고 화장실에도 보내주지 않은 것은 잘못한 행동이며, 이씨만 파출소로 데려간 것도 충분히 문제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부당한 수사에 항의한 이씨의 행위가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수사결과를 지켜봐야 알 수 있다. 하지만 전치 6주의 상해를 입은 40대 여성을 아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수갑을 채운 경찰관들의 행위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 다음 기사에서는 확보한 CCTV 영상을 통해 사건 당일 파출소 안의 상황을 전달하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인권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경찰, #서귀포경찰서, #공권력남용, #인권침해, #뒷수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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