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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조합. 지난 11일 치러진 전국동시조합장 선거에서 과거 이 조합의 조합장을 지낸 A씨가 당선됐다.

A씨는 2004년 조합장 재직 당시 업무 과실로 조합에 70억 원 상당의 막대한 손실을 끼쳤고, 임기 중 자진 사퇴했다. 이후 A씨는 조합원 신분이던 지난 2011년 조합임원선거 당시 지지하는 후보의 당선을 위해 금품을 살포, 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 조합의 조합원들은 왜 A씨를 다시 선택했을까?

조합은 대부분 직선제로 운영되지만, 이 조합은 간선제를 채택했다. 직선제는 일반 조합원들이, 간선제는 조합원 중에서 선출된 대의원들이 조합장 선거를 비롯해 조합의 각종 주요 결정 사안을 투표로 결정하는 식이다. 이번 3.11 동시조합장선거에서도 24개의 조합이 대의원 간선제로 조합장을 선출했고 나머지 1302개 조합장은 직선제로 뽑혔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 조합은 설립 당시부터 대의원 간선제로 운영됐다. 조합사업 특성상 조합원들의 주소지는 서울이지만, 실제 사업장은 전국에 퍼져 있다. 따라서 조합원들이 한 자리에 모이기 어렵다. 그 결과, 조합원들을 대표하는 대의원을 통해 의사를 결정하는 간선제를 도입하게 됐다.

이 조합의 조합원 수는 대략 700여 명이다. 조합원 14명당 1명 꼴로 대의원을 선출, 현재 대의원 수는 50명이다. 또 다른 조합 관계자는 "대의원의 과반수를 장악하면 설령 조합장이 못 되더라도 인사권, 예산권 등 조합의 모든 권한을 틀어쥘 수 있다, 심지어 조합장·이사 해임까지도 마음 내키는 대로 할 수 있는 막강한 영향력을 갖게 된다"고 귀띔했다.

이같은 폐단을 막기 위해 일부 조합원들이 직선제 전환을 몇 차례 시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직선제로 전환하려면 대의원 투표를 거쳐야 하는데 현재 대의원 대부분이 A씨를 중심으로 뭉쳐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 조합을 퇴임한 한 임원은 전화통화에서 "이 조합의 자산규모가 약 2조5천억 원이나 되고, 여러 사업을 통해 연간 10조 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간선제가 유지되는 한 이 거대 조합이 개인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라고 꼬집었다.

한편, 이 조합은 최근 대출금리 조작과 직원들의 인사를 둘러싼 승진 청탁 명목의 금품 수수 혐의 등으로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인사 청탁과 관련해서 관련자들을 줄줄이 소환해 금품을 주고받은 경위를 조사했다. 조사를 받은 전·현직 직원 중 일부는 A씨에게 승진이나 퇴직 후 보직 약속을 받고 금품을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검찰 수사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인권신문>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조합장, #전국동시조합장선거, #간선제, #농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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