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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에 아기자기 예쁘게 가을이 가득 찼습니다.
▲ 창덕궁 창덕궁에 아기자기 예쁘게 가을이 가득 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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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가족들을 데리고 창덕궁으로 가을나들이를 나섰다. 아침 일찍 지하철을 타고 나섰건만 창덕궁 매표소에는 후원관람 매진이라는 안내문만 반짝거렸다. 후원의 아름다운 가을 풍경을 볼 수 없다니 여간 실망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그래도 창덕궁에 처음 온 가족들을 위해 돈화문으로 들어섰다. 이 문을 지난다는 것은 아름다운 가을의 문으로 들어서는 것과 같다. 돈화문을 통과하면 오래된 회화나무들의 가지에서 나뭇잎이 하나씩 날린다. 아이들은 얼마 전에 본 영화 <슬로우 비디오>의 주인공 흉내를 낸다며 나뭇잎 잡기에 한동안 정신을 팔았다. 아이들의 놀이가 끝나고 조금 정신을 차려보니 창덕궁의 가을이 정말 아름다웠다.

파란 하늘에 까만 기와 그리고 단풍까지 어우러지다

창덕궁의 담들은 가을과 가장 잘 어울리는 건축물 입니다.
▲ 창덕궁 창덕궁의 담들은 가을과 가장 잘 어울리는 건축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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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 혼자 고궁을 걸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창덕궁 가을에는 혼자 고궁을 걸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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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와지붕과 노란 나뭇잎들은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사진을 찍으면서도 그 아름다움을 제대로 담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나중에 찍어놓은 사진을 확인해 보니 실제 아름다움의 10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이 유난히 파란 탓인지, 인정전은 평소보다 더 웅장해 보였다. 인정전의 아름다운 지붕은 파란 가을 하늘 속으로 금방이라도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인정전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더욱 웅장해 보입니다.
▲ 창덕궁 인정전 인정전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더욱 웅장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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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화문을 들어서면 고궁의 가을에 막 들어온 것입니다.
▲ 창덕궁 돈화문 돈화문을 들어서면 고궁의 가을에 막 들어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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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이나 고궁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것이 마루와 담인데, 가을이라서 그런가 창덕궁의 곳곳에 있는 담들이 가을색을 입은 나무들과 무척 잘 어울렸다. 흑백의 기와들이 울긋불긋한 나뭇잎과 대비를 이룬 탓이다. 낙선재 앞의 감나무는 잎을 떨구고, 그 열매만 달고 있다. 낙선재 지붕과 주황색 감의 조화는 정말 절묘하게 아름다웠다. 감이 익은 만큼 가을의 깊이도 깊어졌다.

궁궐을 돌아보고 나서 궁궐 내의 관청이었던 궐내각사를 돌아보았다. 인정전이나 후원 쪽으로는 사람들이 많이 가는데, 궐내각사는 상대적으로 한적하다. 그런데 이곳에도 멋진 가을이 숨겨져 있었다. 아름다운 은행나무가 노란 가을을 하나씩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아들과 딸은 그 가을을 잡아보겠다고, 다시 가을 속을 휘젓고 다녔다. 정말 아름다운 가을의 풍경이었다. 이런 가을은 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원을 보지 못한 아쉬움이 이곳에서 싹 사라졌다.

낙선재 앞 감나무가 가을의 깊이를 말해줍니다.
▲ 창덕궁 낙선재 낙선재 앞 감나무가 가을의 깊이를 말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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궐내각사 방향으로 가면 아름답게 물든 은행나무를 한 그루 만날 수 있습니다.
▲ 창덕궁 궐내각사 방향으로 가면 아름답게 물든 은행나무를 한 그루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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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족의 창덕궁 나들이에는 꼬박 2시간이 걸렸다. 아이들에게 해설사처럼 조선의 역사에 대해 열심히 설명했지만, 아이들이 이런 이야기를 자세히 듣고 기억하지는 못할 것 같다. 하지만 서울 한가운데서 이런 아름다운 가을을 만날 수 있었다니 정말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곧 이 아름다운 창덕궁의 가을이 지나간다는 것이다.

떨어지는 은행잎을 받아서 가을을 잡을 수만 있다면 아이들과 한아름 받아보고 싶은, 그런 가을날이었다.

인정전 지붕이 하늘을 향해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합니다.
▲ 창덕궁 인정전 인정전 지붕이 하늘을 향해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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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창덕궁, #가을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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