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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 재보궐선거 서울 동작을 지역구에 새정치민주연합 후보 공천을 신청한 허동준 지역위원장이 2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는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에게 인사하고 있다.
 7·30 재보궐선거 서울 동작을 지역구에 새정치민주연합 후보 공천을 신청한 허동준 지역위원장이 2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는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에게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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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당은 어제 7·30 재보선 서울 동작을에 기동민 전 서울정무부시장을 공천하기로 했다. 새누리당이 어떤 거물을 내세운다 해도 두렵지 않다. 기 전 부시장은 젊은 패기와 역량을 품은 미래 세력의 상징이다. 기회 못 드린 예비후보에겐 죄송하나 선당후사의 자세로 임할 것을 당부드린다."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의 말입니다. 그는 4일 오전 국회 본청 2층 당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습니다. 안철수 공동대표도 비슷한 뜻을 피력했습니다.

안 대표는 "허동준 후보(동작을 지역위원장)의 절규를 보았고 마음이 아팠다"며 "그 지역에서 대학을 다닌 허 후보의 청춘이 그 지역에 있다는 걸 알면서도 허 후보에게 기회를 주지 못했다"고 운을 뗐습니다. 이어 안 대표는 "저나 지도부 누구도 유불리를 따지지 않았다"며 "허 후보를 비롯해 준비한 모든 후보에게 무한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두 대표는 전날 '동작을 전략공천'에 반발하며 국회 당 대표실에서 농성을 시작한 허동준 위원장을 피해 원내대표실에서 당 최고위 회의를 열고 허 위원장에게는 미안하지만 전략공천에 승복하라는 뜻을 강력히 전달한 셈입니다. 그러나 허 위원장의 반발은 계속 됩니다.

3일 당으로부터 느닷없이 '광주 광산을' 대신 '서울 동작을'로 출마하라는 '지시'를 받은 기 전 부시장은 그제(2일) 광주 광산을에서 선거캠프 개소식을 열고 본격적인 선거전을 예고했습니다. 그는 평소 기자들을 만나 "광주에서 윤장현 시장과 함께 '세대교체' '새로운 정치'를 해보겠다"며 "호남에서부터 정치를 바꾸는 일에 헌신하겠다"고 강조했지요. 그러니까 기 전 부시장은 서울 동작을 출마를 전혀 고민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 사람에게 선거 20여 일 앞두고 서울로 출마하라? 옳은 결정일까요.

광주 출마를 준비하던 사람에게 난데없이 서울 동작을로 가라고 내리꽂고, 서울 동작을에서 14년간 헌신했으니 이번에는 꼭 기회를 달라고 도전의 뜻을 밝힌 허 위원장은 주저앉힌, 안철수 김한길 두 대표의 정치적 노림수는 무엇일까요?

무엇보다 기동민 허동준 두 사람은 1991년 분신정국 당시 전반기와 후반기 전대협 대변인을 맡아 함께해 온 학생운동 동지인 데다, 정치적으로는 김근태계로 민평련 안에서 함께 해온 '동지적 관계'였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정치권 안에서는 이번 공천이 정치 도의에 맞는 천거인가 의문이 퍼지고 있습니다.

이인영 의원 "내 손가락이 모두 아프다"

허동준 새정치민주연합 전 동작을 지역위원장은 3일 7·30 재보궐선거 동작을 지역에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전략공천하기로 한 것에 대해 "탈당까지 생각하고 있다"며 강력 반발했다.
▲ 허동준, 동작을 기동민 전략공천 반발 허동준 새정치민주연합 전 동작을 지역위원장은 3일 7·30 재보궐선거 동작을 지역에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전략공천하기로 한 것에 대해 "탈당까지 생각하고 있다"며 강력 반발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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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난감한 쪽은 기 전 부시장 측입니다. 기 전 부시장은 전략공천 사실이 알려진 뒤 일절 전화를 받지 않고 있습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에서 기 전 부시장에게 거의 일방적 통보로 동작을 출마를 제시한 걸로 안다"며 "기 전 부시장이 아니어도 다른 대안은 많으니 결정을 서둘러 달라고 압박한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기 전 부시장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도의와 원칙을 아는 정치인이기 때문에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학생운동 시절부터 2011년 박원순 서울시장 선거 때까지 오랜 세월 함께 해온 정치적 동지 이인영 의원은 허동준 위원장과도 매우 가까운 사이입니다. 그래서인지 이 의원은 4일 오전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손가락이 모두 아프다"며 "정말로 난감하다"는 말로 당의 결정을 우려했습니다.

기 전 부시장과 성균관대에서 함께 학생운동을 했던 유은혜 원내 대변인도 "정말 황당한 결정"이라며 "여태 광주에서 띠 매고 다녔던 사람한테 이제 와서 서울로? 그렇다고 안 받을 수도 없고… 말 그대로 대략난감인데 기 전 부시장의 고민이 정말 깊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시당 위원장인 오영식 의원 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31명은 전날 지도부 결정에 반박하며 이번 7·30재보선 최대 승부처인 서울 동작을 지역구에 허동준 전 지역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공심위는 물론 당 지도부가 적합도나 경쟁력에 있어 현격한 차이가 없는 한 허동준 전 지역위원장에게 출마의 기회를 부여해 줄 것을 정중히 요구한다"며 "적합도나 경쟁력에 현격한 차이가 없음에도 정치적 배려를 전제한 전략공천이나 단순 인지도에 따른 경쟁력을 내세워 다선 중진급을 전략 공천하는 등의 접근은 지역민심이나 당심, 민주적 원칙에도 부합되지 않는다"고 지적한 것입니다.

서울 동작을 지역과 관련해서는 "지난 2008년 총선에서의 전략공천 이후 계속된 선거패배로 지역민심이 흐트러졌고 당원들에게는 자존심의 상처가 큰 지역이 됐다"며 "어느 지역보다 지역 유권자와 당원의 뜻이 충실히 반영되는 공천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권은희는 출마 뜻 없다는데 왜 계속 전략공천설 나오나

7·30 재보궐선거에서 광주 광산을 국회의원에 도전한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거리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7·30 재보궐선거에서 광주 광산을 국회의원에 도전한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거리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 기동민 예비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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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의 동작을 전략공천 결정으로만 하루 새 모든 관계가 얽히고설킨 상황이 돼 버렸습니다. 광주 광산을엔 권은희 전 수사과장을 전략공천 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으나 정작 당사자인 권 전 과장은 "7·30 재보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천정배 전 법무장관은 4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지도부의 의도는 저를 계속 배제하려는 것이지만 정치는 생물이므로 저는 아직도 당의 공천을 꼭 받아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DJ정신 계승과 호남정치의 복원이라는 대의를 감당할 적임자라고 스스로 자부하기 때문에 저에게 맞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시민들과도 의논을 하겠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이 배제하면 무소속으로라도 출마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셈입니다. 누가 이 지역의 전략공천 대상자로 천거될지 모르지만 여기도 만만치 않은 구도가 돼 버렸습니다.

서울 동작을의 경우엔 조심스럽게 '안철수의 박원순 죽이기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추정이 나옵니다. 김한길 안철수 두 대표의 독단적 결정으로 이번 선거의 최대 승부처인 동작을에 기 전 부시장을 박은 것은 말 그대로 '박원순의 이름으로' 선거를 치러보라는 뜻인데 여기서 실패하면 박원순 리더십에도 상처가 나기 십상이기 때문이지요. 

실제 동작을 상황은 만만치 않습니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김문수 전 경기지사에게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김문수 전 지사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최근 김문수 전 지사 측은 자체 여론조사를 돌렸다고 합니다. 왜 돌렸을까요? 여하튼 그 결과 야권 후보들에 비해 지지도가 높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합니다.

또한 김 전 지사 측에서는 6·4 지방선거 이전부터 지방선거 불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타 지역 재보선 출마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습니다. 대선까지는 무려 2년이나 남았는데 정치의 공간을 떠나 있기엔 너무나 긴 시간이라는 것이지요. 당시 출마지역으로 가장 많이 검토했던 데가 서울 '서대문'과 '동작을'이었습니다. 선거법상 현직 지사의 재보선 출마에 문제가 없는지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게다가 야권은 분열돼 있습니다. 서울 노원에서 터를 닦았던 노회찬 정의당 대표가 동작을 출마의 뜻을 밝혔고, 동작을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노동당의 김종철 후보가 있습니다. 김종철 후보의 경우 선거 때마다 최소 2~4%의 지지는 얻는 후보입니다. 그러니 이 지역에서 출마하려는 야권 후보들이 어떻게 선거연대를 할 것인가 하는 점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허동준 위원장의 반발 이외에도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정치권 안에서는 전략공천이라는 이름으로 '새정치의 꼼수'를 포장하지 말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안철수 대표가 4일 "신진에게 기회를 주고 그래야 당이 바뀌고 활력이 생긴다"고 한 말에는 동의하나 "어떤 원칙에 따라 정치를 해야 하는지가 먼저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번 전략공천도 밀실에서 논의되고 민주적 의사결정에 따른 조치가 아니라는 불만도 나옵니다. 한 초선 의원은 "무슨 결정이든 김한길·안철수 두 대표가 한다"며 "문 잠그고 하는 결정을 우리가 어떻게 아느냐"고 볼멘소리를 터뜨리기도 합니다. 그러니 리더십에 지속적인 비판이 제기됩니다.

선거 앞두고 다시 '혁신' 내건 새누리당... 새정치연합은 '자중지란'

이준석 새누리당 혁신위원회 위원장이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혁신위원회 1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준석 새누리당 혁신위원회 위원장이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혁신위원회 1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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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은 선거를 앞두고 나니 또 '혁신의 깃발'을 들었습니다. 젊은 정치인인 이준석 혁신위원장을 내세워 뭔가 변화하는 듯한 인상을 풍깁니다. 윤상현 사무총장은 소록도로 봉사하러 떠난 김문수 전 지사를 대구까지 찾아가 읍소하는 '그림'을 만듭니다.

그런데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번 공천도 또 복잡하게 얽히고설키게 한 다음 자중지란을 만들고 있습니다. 동지적 관계에 있던 사람들끼리 싸움을 붙이고 거기서 살아 돌아오라고 독려합니다. 그러곤 그것이 새로운 정치라고 말을 합니다. 그것이 새정치일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태그:#기동민, #허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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