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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피해 유가족을 울린 국정조사 파행 사태의 원인인 'VIP(대통령의 은어) 발언'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오마이뉴스> 확인 결과 밝혀졌다. 해경이 사고 당일인 4월 16일부터 17일까지 상황실의 유선전화 내용을 풀어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에 제공한 녹취록 자체가 잘못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결국 해경의 '실수'가 국정조사 파행의 단초를 제공한 셈이다.

새누리당은 2일 오전 해양경찰청을 대상으로 한 기관보고에서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VIP 발언'을 문제삼아 기관보고 중단을 선언했다.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은 2일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청와대와 해경간 녹취록을 왜곡해 박근혜 대통령을 모욕했다"며 "김 의원이 특위 위원직을 사퇴할 때까지 기관보고를 진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특위 전체회의에서 김광진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은 2일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청와대와 해경간 녹취록을 왜곡해 박근혜 대통령을 모욕했다"며 "김 의원이 특위 위원직을 사퇴할 때까지 기관보고를 진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특위 전체회의에서 김광진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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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김 의원은 이날 공개된 청와대와 해경 간의 녹취록 중 "VIP는 그건데요"란 발언을 "VIP가 그걸(사고현장 영상)을 좋아하고 중요하니 그거부터 하라"라고 발언했다. 그는 이를 지적하며 사고 초동대처로 바쁜 해경에 청와대가 지속적으로 사고현장 영상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김 의원은) 'VIP가 그 영상을 좋아한다'고 했는데 그런 내용이 녹취록에 있나"라며 김 의원의 주장이 거짓말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기관보고 중단 선언과 함께 김 의원의 특위 위원직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김 의원이 본인의 의견과 사실을 섞어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라고 사과했다. 다만 "(새누리당의 국정조사 기관보고 중단 선언은) 어떤 경우에도 대통령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막아야겠다는 충성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꼬집었다.(관련기사 : 'VIP 경호' 새누리당 "김광진 사퇴까지 국정조사 중단")

결국 유가족의 거센 항의로 파행 5시간 만에 국정조사는 재개됐다. 다만, 새누리당은 김 의원의 특위 위원직 자진사퇴 요구를 거두지 않았다.

'제일 중요한 게' → 'VIP도'로 둔갑... "오늘 새벽 제출돼 녹음파일 확인 못해"

▲ 4월 16일 청와대-해경 상황실 통화내용 2일 국정조사 파행 사태의 원인인 'VIP(대통령의 은어) 발언'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오마이뉴스> 확인 결과 밝혀졌다. 논란이 된 부분은 해당 동영상의 58초쯤 나온다.
ⓒ 이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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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오마이뉴스>가 확인한 결과, 논란의 중심이 된 "VIP는 그건데요"라는 발언은 오기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경에서 이날 새벽 여야 특위위원들에게 제출한 문서상의 녹취록과 원본 내용과 차이가 있었던 것. 해경이 특위위원들에게 제출한 녹취록은 다음과 같다.

[오전 10시 32분 08초]

BH(청와대의 약자) : 그 배는 얼마나 걸려. 송출가능한 배는. 해경청장에게 메시지 전달했어요?
해경청 : 예.
BH : 오케이.
해경청 : (송출가능한 배는) 도착이 15마일 정도 남았습니다. 15마일 남았고 속력이 15노트. 1시간 정도 걸리겠네요.
BH  : 추가 구조인원은? 업데이트.
해경청 : 예. 그
BH : 아 그거 좀 쏴가지고 보고 좀 하라고 하라니까요. 그거 좀
해경청 : 예 알겠습니다.
BH : VIP도 그건데요. 지금
해경청 : 예 저도 좀 해가지고 현장에 요청하고 있습니다.
BH : 요청하는 게 아니고 거기 해경한테 다이렉트로 전화해서 바로바로 그거 좀 실시간으로 보고하라고 하세요. 그게 제일 중요하니까.
해경청 : 예. 저희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마이뉴스>가 녹취록과 함께 공개된 해당 녹음파일을 직접 확인한 결과 "VIP도 그건데요"라고 기록된 부분은  "제일 중요한 게 그건데"의 오기였다. 논란이 됐던 'VIP'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해경이 녹취록을 푸는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게' 라는 음성을 'VIP'로 착각해 기록한 것이다.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이 2일 국회에서 열린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답변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이 2일 국회에서 열린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답변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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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녹취록은 해경에서 제공한 것으로 김광진 의원뿐만 아니라, 정의당 정진후 의원도 이날 동일한 내용의 녹취록을 보도자료로 배포했다. 새누리당 간사인 조원진 의원 역시 김 의원의 발언에 "똑같은 녹취록을 갖고 대통령을 폄하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즉, 소속 정당 관계 없이 모든 특위위원들이 동일한 자료를 갖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특위위원들이 해경이 제출한 녹취록의 사실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야당 특위위원의 한 보좌관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녹취록이 오늘(2일) 새벽에 제출됐고, 양도 많아서 녹음원본은 확인하지 못하고 녹취록만 검토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해경은 이날 새벽 1시 30분께 녹취록 등을 특위에 제출했다. 국조 특위에 출석한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은 "왜 오늘 새벽에 녹취록을 공개했나"라는 질문에 "압수수색이 진행됐고 (해당 녹음파일 등을) 검찰 자료로 제출했다"라고 해명했다.


태그:#김광진, #VIP, #세월호 국정조사, #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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