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인이 5일 새벽 서울 종로5가 선거캠프에서 지지자들에게 꽃다발 대신 선물받은 신발을 목에 걸고 있다.
▲ 꽃다발 대신 신발 목에 건 박원순 당선자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인이 5일 새벽 서울 종로5가 선거캠프에서 지지자들에게 꽃다발 대신 선물받은 신발을 목에 걸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오랫동안 묵혀두었던 교원자격증에 눈길이 간다. 전국 대부분 지역을 휩쓴 진보 교육감들의 당선을 본 후의 변화다. 접었던 교사의 꿈이 꿈틀댄다. 6·4지방선거의 결과로 생긴, 교육 환경의 변화에 대한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이번 선거의 이변은 교육감 선거에서 나타났다. 17곳의 교육감 선거 지역 중 13곳에서 진보 교육감 후보가 당선된 것이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나타난 기존 교육에 대한 성찰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끝 모르고 돌진하던 경쟁교육 체제에 제동을 걸어주길 바라는 국민들의 바람이 담긴 것이 아닐까.

무엇보다 서울시 교육감 선거는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했다. 선거 막판에 등장한 후보들의 자녀는 큰 변수로 작용했다. 그리고 보수 후보들 사이의 "패륜" 공격과 "공작정치" 반격으로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는 듯했다. 고개를 돌리고 싶었다. 선두를 달리던 후보들의 아귀다툼에 교육의 미래에 기대를 걸기란 틀렸다 생각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제자리를 지키며 선거에 임해온 조희연 후보는 꼴찌 후보에서 '9회말 역전승'의 주인공이 됐다.

재선에 도전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상대 후보의 네거티브 공세에도 자신의 페이스를 잃지 않고 무난하게 재선에 성공했다. 이로써 서울 시정의 수장과 교육 대통령이라고 하는 서울시 교육감이 민주진보 세력의 조합으로 세팅되었다.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이번 선거를 두고 '승자 없는 지방선거'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 분석에 이견은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서울시 지방자치와 교육자치의 엇박자 속에서 교육정책 추진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를 생각하면, 앞으로 4년 교육 정책에 있어서 함께 공조해갈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었다는 점만큼은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의회 구성에서도 이러한 조건들을 어느 정도 뒷받침 할 수 있는 결과가 나왔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시의원들이 서울시의회 106석 중 77석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그동안에 서울시와 서울교육청이 갈등을 빚으며 교육정책 추진에 속도를 내지 못했던 부분이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6.4지방선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5일 새벽 서울 신문로 선거사무실에서 축하꽃다발을 받고 있다.
▲ 축하꽃다발 받은 조희연 후보 6.4지방선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5일 새벽 서울 신문로 선거사무실에서 축하꽃다발을 받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실제 문용린 교육감 시절, 문 전 교육감은 서울시의 '교육도시 서울 플랜'이 교육자치를 훼손한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또한 학생자치 장려를 위한 '학생참여 예산제' 등의 정책은 교육청과 협의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대의 벽에 부딪혀 추진되지 못했다.

이 부분에 대해 조희연 당선자는 교육감 예비후보 시절에 한 언론사와 한 인터뷰에서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서울시의 교육도시 선언이야말로 서울 전체를 교육도시로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이다. 제가 교육감이 돼야 힘을 받을 수 있고 협력관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앞으로의 서울 교육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노동교육과 올바른 역사 교육에 기대

선거를 앞두고 배달된 입후보자들의 공보물을 꼼꼼히 살펴봤다. 특히 교육에 관심이 많은 나는 교육감 후보들의 공보물을 더 자세히 챙겨보았다. 세월호 참사를 겪고 난 후 실시되는 선거인 만큼 무엇보다 강조된 내용은 '안전'이었다. 그리고 '창의'와 인성', '미래'를 이야기했다. 공보물만 봐서는 어느 것 하나 불필요한 공약은 없어 보였다. 그런데 유독 나의 눈길을 끄는 공약이 있었다. 펜을 찾아 밑줄을 긋고 별표를 쳤다.

"민주시민, 노동교육, 열린 세계시민 교육을 강화하겠습니다"라는 부분이다. 세부 내용으로는 "Δ 친일독재 미화 역사교과서 반대, 올바른 역사교육을 위한 대안적 역사교과서 발행 Δ 생태․인권․노동․평화․통일 등 체험형 민주시민교육 강화 Δ 국제 특성화학교 '세계시민형 혁신학교' 지정, 동아시아 공통의 평화 교재 발간 Δ 친노동적 환경조성, 노동의 가치를 아는 교재 발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조희연 후보의 공약이었다.

이 공약을 보는 순간 뇌리를 스치는 사진이 있었다. 바로 '노동자는 OOO이다'라는 종이를 찍은 사진이었다. 한 중학교의 노동 관련 특강 시간에 학생들에게 노동에 대해 작성하도록 했던 것이다. 그 사진을 보고 당혹스러움과 슬픔이 함께 밀려왔던 것을 기억한다. 빈 칸에는 '덜 배운 자', '거지', '장애인'이라는 단어들이 채워져 있었다. 학생들의 노동 경시, 노동자 혐오 인식의 단면을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2013년 역사왜곡 교과서의 검정 통과는 교육계를 넘어 전 사회적으로 뜨거운 논란이 있었다. 오류 투성이에 사실마저 왜곡했던 교과서는 검정에 통과는 되었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채택되지 못했다. 다행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런 시도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이다. 올바른 역사교육을 위한 정책이 필수적인 이유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노동교육 강화'와 '올바른 역사교육'을 공약으로 제시한 후보는 조희연 교육감 당선자가 유일했다. 지금까지 학교에서는 공식적인 노동교육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진보 교육감의 당선으로 학교현장에 노동교육이 자리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평택지역 중학생들이 노동 관련 특강 자리에서 '노동자는 ○○○이다'란 문장을 완성하는 시간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내용이 조금 당황스러웠다. 중학생들은 노동자들을 '덜 배운 자', '외국인', '거지', '장애인' 등으로 표현했다.
 평택지역 중학생들이 노동 관련 특강 자리에서 '노동자는 ○○○이다'란 문장을 완성하는 시간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내용이 조금 당황스러웠다. 중학생들은 노동자들을 '덜 배운 자', '외국인', '거지', '장애인' 등으로 표현했다.
ⓒ 이창근 트위터

관련사진보기


학교 밖과 안을 아우르는 '서울 교육' 변화의 출발

이러한 변화는 사회적 제반 조건이 뒷받침 될 때 그 효과가 배가될 수 있다. 그 긍정의 신호가 박원순 서울시장의 재선이다. 박원순 시장의 재선과 진보교육감의 당선으로, 그동안 문용린 교육감과의 의견 대립 때문에 시행되지 못했던 정책들이 시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말한 학교 밖 교육을 아우르는 '교육도시 서울 플랜', 학생 자치활동 지원을 위한 '학생 참여 예산제' 시행이 그것이다.

이로써 학교 안과 밖에서 학생들이 안전하게 지내고, 학생이 주체가 될 수 있는 교육 환경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두 당선인의 호흡이 서울 교육의 변화에 시너지 효과로 나타나길 기대해본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즉 교육은 먼 미래를 준비하는 계획이라는 뜻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달려왔다. 그칠 줄 모르는 경쟁교육은 학생들을 주체적이지 못한, 노동을 혐오하는, 역사를 바로 알지 못하는 사람으로 키웠다. 이제는 멈춰야 한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볼 수 있는 여유를 찾을 수 있도록 변해야 할 때이다.

그 변화를 바라는 시민들의 바람이 이번 선거 결과로 대변됐다. '아이들이 미래다'라는 말이 구호만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꿈을 실현하라고 외치기에 앞서, 자유로운 꿈을 꿀 수 있는 사회,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그 출발선에 서있는 서울의 변화를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 김민화 기자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지방선거 특별취재팀입니다.



태그:#진보 교육감, #서울시장
댓글1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세상을 움직이는 작은 밀알이 되는 글쓰기를 위하여 오늘도 파닥파닥~~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