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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남구청장 선거에 출마해 고배를 마신 김진석 시당위원장과 북구청장 재선에 실패한 윤종오 북구청장(왼쪽 5번째 6번째) 등 통합진보당 울산 후보자들이 5일 오후 2시 울산시의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울산 남구청장 선거에 출마해 고배를 마신 김진석 시당위원장과 북구청장 재선에 실패한 윤종오 북구청장(왼쪽 5번째 6번째) 등 통합진보당 울산 후보자들이 5일 오후 2시 울산시의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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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진보진영은 그동안 노동자 표심을 바탕으로 제1야당을 구축하며 새누리당의 독주를 상당히 견제해왔다. 하지만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그 견제 구도가 사실상 무너졌다.

유권자 91만2325명 중 51만1939명이 투표해 56.1%의 투표율을 보인 울산(전국 투표율56.8%)에서는 울산시장과 울산시교육감, 기초단체장 5명, 광역의원 22명, 기초의원 50명 등 모두 79명을 선출했다. 이 중 시장과 5개 구청장, 광역의원 21명·기초의원 35명(비례대표 3명 포함) 등 62명이 모두 새누리당 소속 후보다. 그야말로 '싹쓸이'다. 전국적으로 진보교육감 돌풍이 불었음에도 울산에선 보수교육감이 재선했다.

진보정당이 분열하기 전인 지난 2010년 6·2지방선거에서 당시 민주노동당이 기초단체장(1명(북구청장)과 광역의원 7명, 기초의원 17명을 당선시킨 것과는 대조적이다.

진보정치 일번지 무너진 배경은?

6.4지방선거에서 울산시장과 5개 구청장을 새누리당이 싹슬이 했다. 왼쪽부터 서동욱 남구청장 당선자, 권명호 동구청장 당선자, 김기현 울산시장 당선자, 박천동 북구청장 당선자, 박성민 중구청장 당선자, 신장열 울주군수 당선자
 6.4지방선거에서 울산시장과 5개 구청장을 새누리당이 싹슬이 했다. 왼쪽부터 서동욱 남구청장 당선자, 권명호 동구청장 당선자, 김기현 울산시장 당선자, 박천동 북구청장 당선자, 박성민 중구청장 당선자, 신장열 울주군수 당선자
ⓒ 새누리당 울산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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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제1야당을 지켜온 통합진보당(아래 진보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진보당은 두 명의 현직 구청장이 모두 재선에 실패하는가 하면 광역의원 선거에서도 한 석도 건지지 못했다. 50명을 뽑는 기초의원도 중구 1명, 남구 2명, 동구 2명, 북구 3명, 울주군 1명 등 9명에 만족해야 했다.

예전과 달리 진보당은 정당비례대표에서도 광역·기초 비례대표 의원을 한 명도 매출하지 못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아래 새정치연합)은 광역비례대표의원 1명, 기초비례대표의원 2명 등 모두 3명을 배출했다.

이 같은 진보당의 참패 원인 중 하나는 선거기간 내내 이어진 새누리당의 종북 공세가 지역 주민들에게 어느정도 먹혀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2010년 지방선거와 달리 야권연대에 실패했고, 새누리당은 물론 다른 야당에게까지도 선거 막판까지 공격을 받으면서 분루를 삼켜야 했다.

사실 진보당은 그동안 이번 지방선거 결과가 좋지 않은 것이란 걸 예감하면서도 북구와 동구에서만은 구청장이 재선에 성공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비록 당이 이석기 사태와 비례대표 경선 파동을 겪어 어려워졌지만 두 구청장이 재임 기간 중 중소상인 등 서민층을 위해 펼친 행정이 주민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회자되고 있었기 때문이다(관련기사: <"지금 야당 찍으라는 거야?" vs "새누리 되면 상인 힘들어">).

하지만 새누리당은 선거 기간 내내 기자회견과 현수막, 유세 등을 통해 진보당이 '이석기 진보당'과 동격이라고 공격했다. 이에 진보당은 '음해'라고 주민들에게 호소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번 선거 참패의 또다른 요인은 야권분열이다. 2010년 지방선거가 야권연대를 통한 후보단일화로 진행된 반면, 이번 지방선거는 새정치연합이 진보당이 동구와 북구에서 완주하며 진보당의 어려움이 가중됐다. 게다가 민주노총마저 진보정당이 새정치연합과 시도하는 야권연대가 선거공학에 불과하다며 반대하고 나서면서 2010년 지방선거와는 또 다른 양상을 보여줬다.

산술적으로도 동구의 경우 새누리당 권명호 후보는 득표율 44.94%을 기록했다. 단순 계산해 진보당 김종훈 후보의 40.44%, 새정치연합 유성용 후보의 9.13%, 노동당 손삼호 후보의 5.46%를 합쳤을 경우 이길 수 있는 수치다(물론, 단일후보를 냈다고 해서 같은 수치가 나올 거라곤 장담할 수 없다). 북구도 마찬가지다. 진보당 윤종오 후보의 득표율(43.06%)과 새정치연합 김재근 후보 득표율(11.99%)을 합친다면 당선한 새누리당 박천동 후보(44.94%)를 눌렀을 가능성도 있다.

진보당 "낮은 자세로 새롭게 시작, 재창당의 각오로 혁신"

진보당 울산시당은 5일 오후 2시 울산시의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와 시민을 위해 6·4지방선거에서 승리하겠다는 약속과 무능정부와 새누리당 일당독점을 멈추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그러면서 "난립된 야권과 새누리당의 흑색비방·종북공세, 무엇보다 노동자와 시민의 가슴에 진심을 담지 못한 진보당의 노력이 부족했다"며 "더 낮은 자세로 새롭게 시작해 재창당의 각오로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비록 진보당은 6·4지방선거에서 졌지만 울산시민의 패배는 아니다"며 "동구와 북구 지역 야권지지율은 새누리당 지지보다 더 높았고, 이는 시민들이 그 뜻을 충분히 전해 주신 것"이라며 "힘을 모으지 못한 우리 야권들의 잘못을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고 했다.

이와 함께 이들은 "새누리당도 승리의 샴페인을 터트리기 전에 시민들의 본뜻을 새겨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한편, 새정치연합은 지방의원 원내 진출에 성공했다. 새정치연합은 선거기간 돌연 진보당을 탈당하고 들어온 신성봉 전 중구의원이 중구에서, 노무현 재단 울산위원회 회원인 박기선씨가 울주군에서 기초의원에 당선되면서 원내진출에 성공했다.

또한 최유경 울산 여성위원장이 광역의원 비례대표로, 하경숙(중구) 이미영(남구)씨가 기초 비례대표로 당선되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은 모두 5명의 지방의원을 배출했다.

반면, 노동당은 5번을 낙선하고 6번째 동구 남목지역 기초의원에 출마한 김원배씨가 당선된 것에 만족해야 했다. 정의당은 당선자가 한 명도 없었다.


태그:#울산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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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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