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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주십시오, 대통령에게 힘을 주십시오" vs. "잊지 않겠습니다. 국민을 지키겠습니다."

새누리당은 대통령을 살려달라고 말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정부여당을 심판해야 한다고 말한다. 6·4 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3일 여야는 모두 "우리를 지지해야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다"라고 주장한다. 현 정부 중간평가 성격이 짙은 선거인 만큼 유권자들이 정부 여당에 힘을 실어줄지, 야권을 밀어줄지에 따라 정국 향방이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미워도 다시 한 번'일까, '못 믿겠다 갈아보자'일까. 유권자의 선택이 담긴 판도라의 상자는 오는 4일 오후 11시께야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상자 속에 어떤 결과가 담길지, 지난 한달여 간 선거판을 흔든 말로 가늠해봤다.

5월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3차 범국민촛불행동'에서 한 참석자가 '잊지 않겠습니다.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어보이며 "진상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라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세월호 참사 '잊지 않겠습니다' 5월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3차 범국민촛불행동'에서 한 참석자가 '잊지 않겠습니다.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어보이며 "진상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라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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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판세 바꾼 거대한 참사

지방선거 50여일 전에 터진 세월호 참사는 선거 판세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고공행진하던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의 하락과 함께 정부 여당을 향한 책임론이 불거졌다. "단 한 명의 생명도 구하지 못한 무책임한 정부"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었다. 결국 철옹성 같던 대통령의 50% 지지율 선이 무너졌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대통령의 거듭된 사과에도 국민의 마음은 쉽사리 돌아오지 않았다. 상황이 여기까지 미치자 새누리당은 "도와주십시오"라며 읍소하기에 이르렀다. 공식선거운동 마지막 주말 새누리당은 '1인 피켓 유세' 방식을 도입해 전국 각지에서 유권자들을 향해 '도와달라' 호소했다.

뒤따르는 말은 "새누리당이 흔들리면 박근혜 대통령의 개혁 동력도 흔들린다"라는 것이다. 박 대통령을 전면에 세워 시민들에게 호소하기 위한 전략이다. 이른바 '박근혜 마케팅'이다. 서병수 부산시장 후보 운동원들은 후보 사진이 아닌 박 대통령 사진을 손에 들고 선거 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절박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정부 여당에 등 돌린 표심이 오롯이 야권을 향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세월호 사태 이후 '앵그리 맘'으로 대변되는 40대 여성이 투표장에 나올지가 관건이다. 그러나 선관위가 발표한 사전 투표율을 보면 30대(9.41%)와 40대(9.99%)의 사전투표율이 50대(11.53%, 60대는 12.22%) 이상보다 낮게 집계됐다.

이를 두고 세월호 사태 이후 정부 여당 뿐 아니라 정치권 전체에 실망한 대다수의 '허리 세대'들이 무당층으로 빠진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오는 4일 투표장에서도 30~40대의 '정치 무관심'이 계속 된다면 위기론 속에 집결한 여권 지지층으로 인해 여권에 유리한 선거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농약 급식] 먹거리 안전 & 생활 안전

세월호 이후 급부상한 또 다른 말은 '안전'이다. 국가가 국민을 지켜야 한다는 '안전 의식'이 대참사 속에 부각된 것이다.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저마다 '안전' 관련 공약을 내놓으며 유권자 마음 사로잡기에 나섰다.

세월호에 탑승해 참변을 당한 안산 단원고가 있는 경기도는 남경필 새누리당 경기도지사 후보와 김진표 새정치민주연합 경기도지사 후보 모두 선거 초반부터 '안전 도지사'를 전면에 내세우며 표심 잡기에 돌입했다. 그 일환으로 남 후보는 '워게임 재난 안전센터(가칭)' 설치를, 김 후보는 '경기도 재난위험평가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서울시는 '안전' 문제가 다각도로 제기됐다. 서울시 지하철 공기 질 문제를 제기했던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는 '아이들의 먹거리 안전'으로 논점을 이어가 이른바 '농약 급식' 틀을 전면에 내세웠다.

정 후보는 감사원 감사결과 서울시 친환경유통센터에 납품된 식자재에 잔류 농약이 검출됐음이 드러나자 "서울시가 인력·장비의 부족을 이유로 제대로 된 검사를 안 했다는 게 핵심"이라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또, "감사원에서 통보받지 못해 몰랐다는 박 후보의 주장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거짓말' 공세를 함께 가동했다.

이에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는 "정 후보가 지극히 미비한 양을 침소봉대, 거짓 과장하면서 아이들 밥상을 정치에 이용하는데 유감을 표명한다"라며 정 후보의 주장이 '네거티브'라고 맞섰다.

"감사원이 서울시에 보낸 처분 통보에는 (농약 검출) 내용이 담겨 있지 않았다. 나중 보고서에 2건의 기록이 각주로 남아있었는데, 과연 중요했다면 그렇게 했겠느냐"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박 후보 측에서도 잔류농약이 검출된 식자재가 급식됐을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고 있어 지방선거 국면에서 친환경 무상급식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번져 표심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는 지점이다.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된 정몽준 후보가 5월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수락연설을 하던 도중 "제 아들의 철없는 짓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용서해주시기 바란다"며 울먹이고 있다. 정 후보는 막내아들의 '미개한 국민' 발언으로 곤혹을 치러 대국민사과를 한 바 있다.
▲ 울컥...말 잇지 못하는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된 정몽준 후보가 5월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수락연설을 하던 도중 "제 아들의 철없는 짓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용서해주시기 바란다"며 울먹이고 있다. 정 후보는 막내아들의 '미개한 국민' 발언으로 곤혹을 치러 대국민사과를 한 바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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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교육] 자식들이 부각된 선거

이번 선거의 또 다른 특징은 후보자들의 자식이 전면에 부각됐다는 점이다. 고승덕 서울시교육감은 그의 딸인 '캔디 고'씨가 "아버지는 교육감 자격이 없다"고 폭로함에 따라 입길에 올랐다. 그간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던 고 후보가 직격탄을 맞음에 따라 서울시교육감 선거판은 거세게 요동쳤다. 이어 고 후보가 문용린 서울시교육감 후보측 인사가 '캔디 고'의 배후에 있다며 '정치 공작'을 벌였다고 주장함에 따라 선거판은 진흙탕으로 변질됐다.

정몽준 후보는 자신의 아들이 세월호 사태 관련 "국민 정서가 미개하다"는 글을 올려 구설에 올랐다. 이어 부인까지 정 후보 아들의 발언을 두둔해 또 한 번 논란에 휩싸였다. 결국 정 후보는 지난 달 12일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자 당선자 수락연설에서 "제 아들의 철없는 짓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며 눈물을 보였다. 정 후보의 눈물을 두고 누리꾼들은 '몽즙'이라 일컬으며 두고두고 회자했다. 정 후보 가족이 예민해진 '세월호 민심'을 건드린 터라 정 후보는 한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다.

반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후보의 경우 아들이 직접 "아버지를 지지해달라"라는 호소의 글을 올려 주목을 받았다. 또 김부겸 새정치연합 대구 시장 후보는 딸인 배우 윤세인씨가 선거운동에 적극 뛰어들어 아버지를 전폭적으로 돕고 있다.


태그:#6.4 지방선거, #정몽준, #박원순, #고승덕,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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