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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암고 3학년 무려 17개 학급이 생활하고 있다는 지상 5층, 지하 2층짜리 별관 건물에는 비상시 대피할 수 있는 피난 계단이나 피난 시설이 없었다.
▲ 막아놓은 옥외대피계단 충암고 3학년 무려 17개 학급이 생활하고 있다는 지상 5층, 지하 2층짜리 별관 건물에는 비상시 대피할 수 있는 피난 계단이나 피난 시설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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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30일, 서울시 교육의원 자격으로 학교시설 안전 실태를 살펴보기 위해 방문한 서울 충암중고의 상황은 말 그대로 최악이었다. 위험하고 불편한 공간에서 아이들이 생활하고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방화벽·방화문 없는 학교... 충암중고 '최악' 

3학년, 총 17개 학급이 생활하고 있다는 지상 5층, 지하 2층짜리 별관 건물. 그곳의 비상계단과 피난 시설은 조악했다. 실내계단에는 방화벽이나 방화문이 전혀 없었고 각 층에서 옥외계단으로 빠져나올 수 있는 철문이 폐쇄돼 있었다. 지상에는 출구가 있긴 했지만, 한 명 정도가 간신히 나올 수 있을 정도로 좁았다.

건축한 지 50년이 채 되지 않은 이 건물 곳곳엔 날림공사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화장실은 지하 1층과 2002년에 새로 만든 지상 3층 등 두 곳뿐이었다. 건물 벽이나 천장 등의 시멘트 중성화 정도가 매우 심해 손으로 만졌을 때 쉽게 부서졌고, 건축 초기의 거푸집 자국도 건물 안팎의 벽면이나 천장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건물이 이 상태니, 사고가 안 날 수 없을 것 같다. 2007년에는 이 건물에서 유리 창틀이 떨여져 지나가던 학생이 머리에 맞았고, 그 학생은 스물일곱 바늘을 꿰맸다고 한다.

1·2학년, 총 32학급이 생활하고 있는 지상 5층 지하 1층짜리 건물도 옥외 계단에 급식용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사용이 아예 불가능했다. 실내 계단도 방화벽이나 방화문이 없어서 비상시 안전하고 신속한 대피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4층짜리 건물인 충암중학교의 경우, 1층을 재단 사무실과 행정실 등이 사용하고 있었고, 학생들은 2~4층에서 19학급이 생활하고 있었다. 그런데 건물 중앙의 1층 현관과 2층을 연결해 주는 계단이 아예 없었다. 1층 중앙 현관을 재단 사무실로 쓰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2층 복도를 뚫어서 만든 임시 출입구를 사용하고 있었다. 건물 내부의 2~4층 계단도 좁고 경사가 심해서 매우 위험해 보였다. 물론 계단에는 방화벽이나 방화문 등도 없었다. 고등학교와 마찬가지로 비상시 원활한 대피가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4층짜리 건물의 1층은 재단 사무실과 행정실 등이 사용하고 있고, 학생들은 2~4층에서 19학급이 생활하고 있는데, 건물 중앙의 1층 현관과 2층을 연결해주는 계단이 아예 없었다. 1층 중앙 현관을 재단 사무실로 쓰고 있기 때문이다.
▲ 충암중학교 건물 4층짜리 건물의 1층은 재단 사무실과 행정실 등이 사용하고 있고, 학생들은 2~4층에서 19학급이 생활하고 있는데, 건물 중앙의 1층 현관과 2층을 연결해주는 계단이 아예 없었다. 1층 중앙 현관을 재단 사무실로 쓰고 있기 때문이다.
ⓒ 김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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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암중고 건물에 대해서는 내구성뿐만 아니라 안전한 대피로 확보 등 세밀하고 총체적인 안전진단이 반드시 필요하다. 진단 결과에 따라서 서울시교육청은 즉각적이고 충분한 안전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러나, 당장의 안전진단과 조치는 임시방편일 뿐이다. 학교 건물이 이렇게까지 낙후되고 위험하게 방치되는 근본 원인에 대해서 철저히 책임소재를 밝히고 근본적인 처방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충암학원은 1960년대 후반에 설립된 이후 현재까지도, 전 이사장 이아무개씨 1인에 의해서 제왕적으로 운영되어 왔다고 전해진다. 이씨는 1999년에 학교공사비 횡령 등 여러 비리로 이사장직에서 물러났다가 2008년에 다시 이사장에 복귀한다. 하지만 2011년 서울시교육청 특별감사로 창호공사비 횡령, 인사비리 등 총 34건의 비리가 적발되면서 다시 임원승인이 취소됐다. 문제는 이씨가 이사장일 때나 이사장에서 물러나 있을 때나 처, 아들, 딸들을 이사장에 앉혀놓고 학교운영에 대해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점이다. (관련기사: 야구 명문 충암고? 창피한 줄 알아라).

곽노현 교육감 당시에는 특별감사를 실시해 적발된 비리 사실에 대해서 고발조치와 함께 시정명령을 내렸다. 충암학원이 이를 따르지 않자, 서울시교육청은 학급수 감축이나 특별교부금 지원 중단 등의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곽 교육감이 물러난 이후 서울시교육청은 다시 충암고의 학급수를 원상 회복 시켰다. 또 재정상의 불이익도 해제 시키는 등 각종 비리를 관리감독해야 할 교육청이 오히려 면죄부를 주었다.

재난위험시설이 된 학교 건물... 이대로는 안 된다

서울시내 재난위험시설로 분류된 학교들은 재단과 교육청 차원에서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시급하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충암의 경우, 왜 학교 건물이 재난위험시설(D등급)이 되었을까? 이날 건축구조기술사회 부회장이 동행했는데, 본인이 전국의 많은 학교를 다녀봤지만 이렇게 심한 곳은 처음이라며 혀를 끌끌 찼다.

그렇다면 학교 측 잘못인가? 교육청의 잘못인가? 처음부터 부실하게 공사하고, 시설물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학교측 잘못이 크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도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또한 특별감사까지 하고도 제대로 행정적 재정적 처분을 이행하지 않은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서울 교육청은 2012년에 충암고에 대해 정밀안전진단검사를 다시 했다. 그 결과, 개축하면 좋겠으나 예산이 300억에서 400억 이상 들고 재단은 공사비 부담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이번 여름방학 기간에 2개 동, 겨울방학 기간에 3개 동, 총 5개 동에 대한 보수보강 공사를 하겠다고 한다(예산 15억 배정). 급한 대로 보수보강 공사를 하면 10년에서 15년 연장할 수 있다는 게 교육청 관계자의 말이다.

그러나 건축전문가와 학교 관계자들은 과연 보강공사로 가능하겠는가, 땜질식 임시방편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며 '개축'에 방점을 찍고 있다. 시설을 보수 보강할지, 아니면 전면적으로 재건축할지를 속히 판단해 적정 수준의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이렇게 확보된 예산을 사립재단에 그냥 교부하는 방식도 문제가 많다. 덮어놓고 예산만 지원한다면 부패사학의 도덕불감증만 키울 것이다. 따라서 왜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지 정확한 원인진단을 통해 부실공사 책임자와 시설물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엄중하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재단전입금과 법정부담금을 제대로 내고 시설물 관리도 잘하는 건강한 사학을 바보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덮어놓고 지원하기보다는 학교 건물이 이 지경이 되도록 한 정확한 원인 진단을 해 부실공사, 날림공사, 부실관리한 학교 관계자에게도 책임을 묻고, 동시에 교육청 관계자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또 능력이 되는 사학은 신축, 개축할 때 30%정도 부담하게 해야 한다. 재정이 없는 사학은 교육청이 100% 예산 지원하되, 국민의 혈세가 들어가는 만큼 공동발주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공립학교 수준으로 철저하게 감리감독을 하여 부실공사를 막아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교육시설사업소를 통해 설계, 기성검사, 준공을 철저하게 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학교 건물 공사에도 공영제 개념이 도입돼야 한다. 공사 규모가 큰 개축공사의 경우, 서울시교육청과 사학재단이 공동으로 발주하고 공사 진행도 공동으로 감리 감독해서 공사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서로 분담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사 규모가 크지 않다면, 사립 재단에 공사를 위임하되, 서울시교육청은 공사 감리자를 직접 파견해서 공사 진행을 지도감독해야 한다. 또는 교육시설사업소를 통해 설계, 기성검사, 준공에 보다 철저를 기해 부실건물이 들어서는 것을 처음부터 막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실은 사립학교가 우리나라 공교육의 절반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비리 사학 때문에 학생들이 피해를 봐서는 안 된다. 당장은 시급한 안전 문제에 대처해야 하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사립학교가 공공성을 강화하고 민주적으로 학교를 운영하여 학생들이 양질의 공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법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서울시교육청 청렴도를 전국 1위로 만들기 위해서는, 사학비리를 척결할 수 있는 '서울포청천'을 찾아 감사관으로 임용하고, 공익제보를 활성화하는 것은 물론 시민감사관제 활성화하고(전북교육청처럼 시민감사관제 조례 제정), 경기도·인천교육청과의 교차감사(전에 국세청이 했던 것처럼)하면 될 것이다. 이렇게 해서라도 반드시 우리 아이들의 꿈을 도둑질하는 교육비리를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할 것이다.

세월호 대형 참사를 보면서도 아무런 교훈을 배우지 못한다면 정몽준 후보 아들의 표현대로 '미개'한 국민이다. 이번 6·4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되는 교육감은 학생들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학교안전에 만전을 기하여야 한다. 동시에 학생들을 볼모로 학교안전을 좀 먹는 사학비리를 확실하게 척결하여야 한다. 건전사학은 아낌없이 지원하되 부패사학은 엄하게 처리해야 서울시교육청의 청렴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김형태 시민기자는 현재 서울시 교육의원입니다. 이와 유사한 글을 서울시의회 공보실에도 보냈습니다.



태그:#비리사학, #학생안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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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학교안전정책포럼> 대표(제8대 서울시 교육의원/전 서울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 "교육 때문에 고통스러운 대한민국을, 교육 덕분에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요!" * 기사 제보 : riulkh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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