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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20일 서울 숙명여대 제2창학캠퍼스에서 서울권 대학언론 연합회가 주최한 간담회에 참석했다.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20일 서울 숙명여대 제2창학캠퍼스에서 서울권 대학언론 연합회가 주최한 간담회에 참석했다.
ⓒ 정몽준 후보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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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반값 등록금에 대해 "최고 교육기관으로서의 대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떨어뜨리고 대학 졸업생에 대한 사회적 존경심을 훼손시킨다"고 말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정 후보는 20일 서울 숙명여대 제2 창학캠퍼스에서 서울권 대학언론 연합회가 주최한 간담회에 참석해 이같이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시아경제> 보도에 따르면, 원용찬 서울과기대신문 보도부장이 정 후보에게 "대학 진학률이 높은 우리나라의 특성상 교육의 질과 등록금은 화두일 수밖에 없는데 적정 등록금이 얼마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정 후보는 "학생 부담이 줄어드니 좋지만, '반값'이라는 표현은 최고의 지성에는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정 후보는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시장 재직 당시 서울시립대 등록금을 반값으로 줄인 데 대해 "시립대 교수를 만나보니 대학 재정도 나빠졌고 교수들도 연구비와 월급이 깎여 좋아하지 않더라"고 말했습니다.

무엇보다 정 후보는 "등록금보다는 기숙사 문제를 해결해주고 장학금을 더 주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며 "(등록금이 비싼) 미국의 대학들은 좋은 평가를 받고 있고, 대학의 힘으로 나라를 이끌어간다"고 주장하기도 했지요.

우선 반값이라는 표현이 최고의 지성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반값=싸구려'로 인식된다는 뜻일까요? 모든 것이 이윤과 돈으로 치환되는 시대의 슬픔이 정 후보의 말 속에 고스란히 묻어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왜 반값 등록금이 사회적 화두인지 모르나

서울지역대학생교육대책위 소속 학생들이 지난 1월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대통령의 반값등록금 공약 이행과 대학재정의 투명한 심사의결을 위해 민주적 등록금심의위원회 구성을 촉구하고 있다.
 서울지역대학생교육대책위 소속 학생들이 지난 1월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대통령의 반값등록금 공약 이행과 대학재정의 투명한 심사의결을 위해 민주적 등록금심의위원회 구성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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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에서 '반값 등록금'이 시대적 화두가 된 이유가 있습니다. 매년 천정부지로 치솟는 등록금 때문에 대학생들이 학업을 포기하거나 휴학하거나 빚에 시달리는 사례가 속출했습니다. 심지어 신용불량자가 되어 취업에도 상당한 곤란을 겪는 사례도 소개된 바 있습니다. 

실제 지난 1월 구인구직 포털 알바몬이 2014학년도 1학기 개강 즈음에 대학생 57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74.4%는 '1학기에 등록할 예정'이라고 답했고, 25.6%는 '휴학할 예정'이라고 답했습니다.

휴학 예정이라고 답한 응답자들을 학년별로 구분해보면 4학년(32.5%)과 2학년(28.6%)의 휴학 비중이 1학년(14.6%)과 3학년(17.4%)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휴학을 결심한 대학생들의 휴학 사유를 살펴보면, 1학년과 3학년은 '등록금이 마련되지 않아서'가 45%를 차지했고, 그것이 휴학의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꼽았습니다. 이 조사에 응한 응답자 중 '등록금 전액을 모두 마련했다'는 답변한 경우는 29.2%에 불과했습니다.

등록금을 마련했거나 마련하는 방법을 모두 선택하라고 한 결과, 1위는 '아르바이트(57.1%)'였고, '부모님이 마련해 주신다(48.0%)'가 2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전체 응답자의 79%가 '등록금 마련을 목적으로 아르바이트를 해본 적이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이 조사는 오늘날 우리 대학생들의 현실입니다. 학업에 몰두하기보다는 비싼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로 시간을 보내며 근근이 학비를 마련해 대학에 다니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의 비싼 대학 등록금 문제는 수차례 지적된 바 있습니다. 사립대 등록금의 경우 미국은 2009학년도 연평균 등록금이 2만2852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비쌌습니다. 그다음이 한국입니다. 9366달러였지요. 문제는 세계에서 최고로 등록금이 비싼 미국과 우리나라의 등록금 격차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국공립대 등록금의 경우 2009학년 당시 우리나라는 5193달러, 미국은 6312달러로 미국의 82.3%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2011학년도에는 우리나라가 5395달러, 미국이 5402달러로 거의 같아졌습니다. 사립대의 경우도 2009학년도에는 미국의 41.0% 수준이었는데, 2011학년도에는 54.7%로 따라붙었습니다. 한국의 등록금이 비싼 데 비해 교육의 질은 낮으니 차라리 미국에 있는 대학에 보내자는 강남 엄마들의 주장이 그다지 틀리게 들리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렇게 값비싼 대학 차라리 가지 않으면 어떨까요? 대학 졸업하지 않고도 잘 살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그 답을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충남 서산의 한 여고생에게 들었습니다.

"대학 안 가고도 잘 살 수 있다면 왜 기를 쓰고 공부하겠어요? 저도 공부라면 지긋지긋해요. 그런데 대학 졸업장 없으면요, 조그만 데 가서 알바도 못해요. 미용실에서 알바하려면 뷰티 미용학과 이런 데 졸업장 있어야 돼요."

독일은 73만원 등록금도 전부 없앴는데...

한국의 대학진학률은 71.3%(2102년)입니다. 열에 일곱은 대학을 가는 셈이지요.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만큼 아이들을 대학에 많이 보내는 국가도 드뭅니다. 이유는 자명합니다. 이 여고생의 말대로 한국사회에서 대학은 나와야 취업을 할 수 있고, 취업을 해야 먹고 살 길도 열리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좋은 대학을 졸업해도 뾰족한 대책도 없지만 말입니다.

독일은 2006년 이후 잠시 도입됐던 대학등록금을 지난 1월 니더작센 주를 마지막으로 완전히 폐지했습니다. 2006년부터 독일 전체 16개 주 가운데 니더작센·바이에른·함부르크 등 5개 주가 학기당 최대 500유로(한화 약 73만 원)의 등록금 제도를 도입했지만, 이후 바이에른 주를 마지막으로 4개 주가 잇따라 등록금을 없앤 바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니더작센 주가 없앤 것이지요. 73만 원인 등록금마저 없앴습니다. 왜 선진국인 독일이 이 같은 조치를 내렸을까요?

지난 1월 박근혜 대통령의 스위스 방문 당시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한국과 스위스 간 사회 인프라를 비교 분석한 바 있습니다.

스위스의 대학진학률은 2009년 기준으로 29%지만 청년실업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저 수준인 7.0%라는 것입니다. 한국은 71.7%(2012년 기준)가 대학에 진학하지만 청년실업률은 9.3%라는 겁니다.

왜 그럴까, 그 이유를 분석해봤더니 스위스는 ▲청년 직업교육 ▲개방사회 ▲열린 생각 측면에서 한국보다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지요.

지난 1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시장 여-야 후보 관훈토론회에서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패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답변하는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 지난 1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시장 여-야 후보 관훈토론회에서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패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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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후보가 이번에 서울시장 후보로 등록하면서 신고한 자신의 재산은 2조396억7565만 원입니다. 대한민국에서 둘째라면 서러워할 만큼 부자이지요. 그런 정 후보와 그 가족에게는 비싼 등록금이 사는데 별문제가 안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한경쟁을 요구하는 한국사회에서 최소한 대학 졸업장은 있어야 알바라도 할 수 있는 현실에서 반값 등록금은 여전히 시대의 화두일 수밖에 없습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21일 오전 긴급 성명을 내고 정몽준 후보의 발언을 규탄했습니다. 21일에는 긴급 기자회견도 열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정몽준 후보가 대학교육이라는 가치를 아주 단순하게 돈으로 환산해 등록금이 비싸야 가치가 놓고 등록금이 비싸지 않으면 가치가 낮다는 천박한 시각을 보여주었다"며 "모든 사람이 제한 없이 능력에 따라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교육권)를 갖고 있다는 UN 인권규약(사회권 규약)과 우리 헌법의 취지를 무시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이들은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하는 유럽의 많은 나라의 대학생들은 사회에서 '거지' 취급을 받는가?"라며 "오히려 유럽의 대학생들에게 교육비 걱정 없이 공부에 전념하라는 사회적 존경과 존중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민생희망본부는 "1년에 천만 원 안팎의 등록금에, 2천만 원 안팎의 고등교육비 고통과 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대학생·학부모, 그리고 예비 대학생, 졸업생들은 정몽준 후보의 어이없는 인식에 허탈함을 감추지 못한다"며 "무상교육인 카이스트나 육군 사관학교, 경찰대학은 일반 사립대보다 사회적 인식이 떨어진다는 것인가"라고 반박했습니다.

이들은 "전국의 300만 대학생, 30만 대학원생들이 고등교육비에 대한 고통과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며 "정 후보는 교육 공공성과 반값등록금에 대한 무지·폄훼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취소하라"고 당부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태그:#정몽준, #반값 등록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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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연재 2014 지방선거, 뉴스게릴라가 간다!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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