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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청소년 특별면 '너아니'에 실렸습니다. [편집자말]
세월호 침몰사고 21일째인 6일 오전 아직 아들의 생사확인조차 하지 못한 한 엄마가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목놓아 울고 있다.
▲ "OO야, 엄마 왔다" 목놓아 우는 엄마 세월호 침몰사고 21일째인 6일 오전 아직 아들의 생사확인조차 하지 못한 한 엄마가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목놓아 울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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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1] 당신은 우리 모두의 아버지이고 어머니이십니다

그 어떤 것으로도 위로가 되지 않겠지만 그래도 무슨 말이라도 전하고 싶은 마음에 몇 자 적어 작은 위로를 드리고자 합니다. 기쁨과 설렘이 가득한 마음으로 나섰을 수학여행. 처음 타보는 배 위에서 신나 있었을 친구들. 같이 여행을 가진 않았지만 4월은 어쩌면 우리 모든 고등학생들의 수학여행에 대한 희망과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 친구들에게 상상하기조차도 힘든 일이 일어났을 때 우린 그냥 교실에서 '아니겠지'라며 연신 고개를 흔들어 댔지만, 결국 설마설마 하던 일이 끔찍한 현실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렇게 순식간에 일어난 일들을 어느 누가 믿을 수 있었을까요? 어른들은 우리들을 이기적이라고, 남을 도울 줄도 모른다고 하지만 정작 어른들은…. 몇 시간 동안 그냥 죽어가는 친구들을 바라보고…. 며칠 동안 원망과 분노가 커져만 갔습니다. 많은 친구들이 차디찬 물속에서 공포에 떨며 울부짖고 있을 것을 생각하면 너무나 가슴이 아픕니다.

배가 기울어져 물이 차오르고 있던 순간까지도 서로의 구명조끼를 챙기고 가족들을 생각하며 애타게 구조의 손길만 기다렸을 친구들. 앉아서 기다리라는 안내방송만 믿고 침착하게 있었을 친구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먹먹해지고 시려옵니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친구들이지만 이렇게 애통한 마음인데 하루아침에 자식을 보내버린 부모님의 가슴은 어떨지 상상하기조차 힘듭니다. 사진 속의 친구들은 너무나 해맑게 웃고 있어 바라보기조차도 눈이 부신데, 대답 없는 이름을 부르고 또 부르고 하시는 어머니 아버지를 볼 때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무어라고 해야 하는지….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고작 "힘내세요" 이 말밖에는 없다는 것이 죄송하고 안타까울 뿐입니다.

친구들을 집어삼킨 무서운 바다를, 친구들만 남겨두고 가버린 나쁜 선장을, 국민들의 안전따윈 애초부터 관심이 없었고 단 한 명의 생명조차 구하지 못하는 정부를, 우리를 말 잘 듣게 질서와 통제에 단련 시킨 어른들을 아무리 원망해 보아도 이 억울한 죽음을 위로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행여 친구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을 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해 기다릴 수밖에 없었던 것을 자책하고 계시지는 않으시는지요? 자책하지 마세요. 친구들도 우리들처럼 우리가 이 세상 모든 부모의 사랑이고 희망이며 행복이란 것을 압니다. 덧없이 너무나 아프고 억울하게 멀리 떠났지만 저 먼 하늘 어딘가에서 부모님들을 걱정하고 있지 않을까요?

이제 우리 친구들은 부모님을 걱정할 겁니다. 우리 자신보다 더 우리를 사랑해 주시는 부모님들의 마음을 잘 아니까 부모님이 우리를 위해 얼마나 많이 애써 주셨는지 아니까. 언제 어디서나 우리만을 생각하고 당신의 힘겨움보다 우리의 힘겨움을 먼저 생각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까.

단지 오랫동안 부모님의 옆을 지켜드리지 못한 것에 슬퍼하고 있을 겁니다. 분명 모든 것에 감사하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자기 때문에 울지 말라고, 자기는 괜찮다고 소리치고 있을 거예요. 그러니 이제 슬픔을 딛고 일어나셨으면 좋겠습니다.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이러한 위로의 말을 올리는 것이 조심스럽고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 말 하나는 꼭 가슴에 새겨주세요. 당신은 우리 모두의 강인한 아버지이고 자애로운 어머니이십니다. 이 편지가 슬픔과 분노를 잠재우지 못하는 것을 알면서도 작은 마음을 전합니다. 어머니 아버지 사랑합니다.

진주 제일여고 2학년 박지원 올림

세월호 침몰사고 21일째인 6일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을 뜨지 못한 실종자 가족들이 불편한 바닥 생활도 마다않고 애타게 구조 소식만 기다리고 있다.
 세월호 침몰사고 21일째인 6일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을 뜨지 못한 실종자 가족들이 불편한 바닥 생활도 마다않고 애타게 구조 소식만 기다리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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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2] 강해지십시오... 10년이 지나도 저는 잊지 않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진주에 있는 경상대학교 사범대학 부설고등학교에 재학중인 범용원이라고 합니다. 저는 글솜씨가 뛰어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편지를 쓰는 것은 이런 편지가 부모님들께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얼마나 힘드신지 말하지 않으셔도 압니다. 2014년 4월 16일 그날의 비극, 저는 그날 오전에 일어난 사고를 뒤늦게 뉴스와 SNS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모두 괜찮은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하루가 지나고 또 이틀이 지나도 구조자는 늘어나지 않고 차가운 바다 속에 있는 친구들과 여러 선생님 또 일반 승객분들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너무나 충격적이었고,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습니다. 우리나라의 현실이 믿기지 않았고 생명보다 더 중요한 것이 더 많은, 어처구니없는 광경들에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며칠 밤낮을 우울한 마음을 가지고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나와 똑같은 친구들이 물속에서 죽임을 당하고 그 시신조차 부모님께 데려다 주지 못하고 있음에도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화가 났지만 TV와 SNS을 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더 화나는 것은 아무렇지 않게 시험준비에 열중하고 있는 제 자신을 보는 것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고통받고 있을 친구들과 부모님들의 일상을 조금이라도 나누고 함께하고 싶은 마음조차도 맘대로 할 수 없는 현실이 싫었습니다.

친구들을 생각해 봅니다. 얼마나 엄마 아빠를 보고 싶어 할까요? 그동안 무뚝뚝하게 가족을 대했던 자신을 얼마나 원망했을까요? 마음껏 사랑한다 말 못한 것을 얼마나 후회했을지 생각해 봅니다. 모두 다 그랬을 겁니다. 부모님은 우리에게 그런 존재이니까요.

지난 몇 주가 부모님들에게 어떤 시간이었을지, 얼마나 길고도 끔찍한 하루하루였을지 생각조차 할 수 없습니다. 부모님들 힘내십시오. 강해지십시오.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이런 짧은 편지를 쓰는 것밖에 없지만, 앞으로 1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도 저는 이 사건을 잊지 않겠습니다. 아니 우리 모두 기억할 것입니다. 가슴속 깊이 간직하겠습니다.

진주 경상사대부고 2학년 범용원 올림

세월호 침몰사고 21일째이자 석가탄신일인 6일 밤 전남 진도군 팽목항을 뜨지 못한 실종자 가족들이 마른 눈물을 삼키며 풍등을 날리고 있다.
▲ 진도 밤하늘 수놓은 '무사기원' 풍등 세월호 침몰사고 21일째이자 석가탄신일인 6일 밤 전남 진도군 팽목항을 뜨지 못한 실종자 가족들이 마른 눈물을 삼키며 풍등을 날리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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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3]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친구의 죽음도 이렇게 비통한데...

끔찍한 사고와 함께 하늘로 가버린 우리 친구들. 누가 착하고 말 잘 듣는 우리 친구들을 차가운 바닷속에 가둬둔 걸까요. 움직이지 말라고 해서 가만히 있었고, 앉아 있으라는, 금방 운항한다는 그 말만 철석같이 믿고 그저 시키는 대로 있었을 뿐인데 무슨 큰 잘못을 했다고 이런 비극이 생긴 걸까요.

그깟 돈이 뭐라고 승객들의 생명까지 무시하며 무리하게 배를 증축한 청해진해운도 원망스럽고, 자기 하나 살자고 수많은 학생을 등지고 혼자 탈출한 선장도 원망스럽고, 늦은 대처에 책임 전가하고 자기 방어하기만 급급한 정부도 원망스럽습니다. 이제 와서 누구의 잘잘못이니 따진다고 이 모든 게 없던 일이 되진 않지만 억울하고 분한 마음이 진정이 되질 않습니다.

그래도 상황이 조금이라도 좋았더라면 이렇게 많은 친구를 물속에서 안타깝게 떠나보내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에 분하기만 합니다. 사건 당일부터 지금까지 계속 뉴스만 들여다보게 됩니다. 혹시 한 명이라도 더 살아남아 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중간고사 시험기간이지만 손에서 휴대폰을 쉽사리 놓을 수가 없습니다. 온종일 TV 앞에 앉아 생존자 수만 뚫어지라 보게 됩니다.

공부는 손에 잡히지 않고, 생각만 하면 눈물부터 나고, 학교에서든 길에서든 모든 사람의 마음은 어느 순간부터 진도 앞바다 세월호 속에 갇혀 있는 듯 우울하고 아픕니다. 그만큼 엄청난 재난이라는 것이겠죠.

이름도 얼굴도 모르고 한 번 보지도 못한 친구의 죽음에도 이렇게 슬프고 비통한데 하루아침에 핏덩이 같은 자식을 잃은 부모님의 슬픔은 얼마나 클까 상상조차 되지 않습니다. 차가운 물속에서 친구들은 얼마나 애타게 기다렸을까요. 얼마나 춥고 무서웠을까요.

그런 친구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 고작 이런 위로 편지라는 게 너무나도 미안합니다. 제가 지금 무슨 말을 한다고 해도 큰 위로가 되지 않을 거란 걸 잘 알고 있지만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처럼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바닷속에서 무서움에 바들바들 떨던 자식들을 생각하는 부모님의 마음은 얼마나 찢어졌을까요…. 감히 가늠조차 할 수 없을 거 같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대신 죽고 싶다며 울부짖던 어머님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모든 부모님의 마음이 다 똑같을 거란 생각에 너무도 가슴이 미어집니다. 뭐라도 도와드리고 싶은데 힘내시란 말밖에 해드릴 수 없어서 죄송합니다. 어설픈 위로랍시고 혹여 더 큰 상처를 드리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그저 조심스럽기만 합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부디 힘내세요. 미안하고 또 미안합니다….

진주 경해여고 2학년 정혜지 올림


태그:#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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