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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사고 13일째인 28일 오전 비 내리는 팽목항을 뜨지 못하는 실종자 가족이 사고해역을 바라보며 소리없이 울고 있다.
▲ 밤사이 좋은 소식은 없고... 세월호 침몰사고 13일째인 28일 오전 비 내리는 팽목항을 뜨지 못하는 실종자 가족이 사고해역을 바라보며 소리없이 울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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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우리 모두 언젠가는 곪아 터질 일이란 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필 우리 아이들을 떼로 데려가니 그 죄책감에 견딜 수가 없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인은 윤리적으로 새롭게 태어나라" 했다지요? 핵심을 짚긴 짚으셨는데, 그 전에 '사제의 사회참여'에 반대하는 분을 추기경으로 임명했으니 듣기에 힘이 빠집니다.

세월호 참사, 우리 근현대사의 누적된 결과물

세월호 참사는 돌출 사건이 아니라 우리 근현대사의 누적된 결과물입니다.해방 후 친일 청산은커녕 그들이 주도세력이 되면서 '윤리'의 기본도 세우지 못했습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북진하고 있으니 서울시민들은 염려 말라"고 방송해 놓고 자신은 헬기 타고 내빼버릴 때 이미 '윤리'는 사라졌습니다. 청년 시절부터 소학교 선생에서 일본군으로, 해방 후에는 남로당 군사책으로, 여순항명사건 때는 동료를 넘기며 목숨을 구하는 등 늘 대세를 따라 변절을 거듭해 '윤리'란 잣대를 갖다 대기조차 부끄러운 박정희 전 대통령은 그 반작용이었는지 '수출지향, 재벌주도, 반노동 고도성장'에 매달렸습니다.

1971년 대선 때, '재벌중심 고도성장 정책'은 지속성이 없음을 지적하며 중소기업 육성 등 대중경제론을 주창한 김대중 후보가 실패하면서 이 정책은 1997년까지 한 번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윤리 없는 성장' 36년 만에 재벌들의 과잉, 중복투자 등으로 국가부도를 맞아 IMF의 지배를 받는 처지가 됐습니다.IMF가 한국에 강제한 노동유연성 확보, 자본과 금융시장 개방…, 그 결과 정규직 600만, 비정규직 1100만, 자영업자 600만 명인 나라가 되고 말았습니다. '윤리'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돈 없으면 사람이 아닌 세상'이 된 것입니다.

그러나 민주진보 진영도 잘못한 걸 남 탓만 해서 뭐하겠습니까? 제일 아쉬웠던 건 '김구 주석의 남한 단독정부 불참'입니다. '단독정부 반대'를 천명하고 평양 정치회담에 참석한 입장에서 명분상 어려웠겠지요. 그러나 미국과 소련이 분단을 이미 결정했고, 김일성을 만나 그의 마음을 읽었으면 참여하셨어야죠. 참여하셨다면, 당시 인기로 보아 김구 세력이 제1당이 되거나 적어도 2당은 됐을 것이고 그러면 친일척결을 위한 반민특위가 그리 허망하게 무너지지 않았을 겁니다. 그럼 박정희 '대통령'은 없지요.

제일 큰 잘못은 1987년 김대중-김영삼 두 분의 분열입니다. 두 분이 힘을 합쳐 65~70% 압도적 지지로 민주정부를 세웠다면, '재벌중심, 반노동, 고도성장 정책'을 '중산층과 서민도 더불어 사는 방향'으로 수정할 수 있었고, 그러면 IMF 지배를 받는 일도 없었을 테니까요.'윤리 없음'과 '돈만 아는 세상'이 우리 아이들을 죽였습니다. 이런 역사를 살아온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이 슬픔, 이 황망함을 딛고 대한민국을 어떻게 고쳐나갈 것인가? 부모님들의 절규가 들립니다.

"우리를 바보로 아나? 30년 전 광주 때와 달라."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는 것 봤는데 우린 아무것도 안했어. 지금 울고 있는 청년들 내 나이 됐을 때 후회하지 않으려면 봉사를 하든 데모를 하든 해야 돼."

함석헌 선생의 "씨알(백성)들아 각성하라!", 김대중 대통령의 "행동하는 양심"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의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  한결 같습니다. 정치권이 잘해주기만을 빌 것이 아니라 시민이 스스로 조직화해서 정치권을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야 합니다.

민주진보진영, 무엇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나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324회 국회(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의원들이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들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이날 국회는 세월호 침몰사고 신속구조, 피해지원 및 진상규명을 위한 결의안을 재석 253명 중 찬성 250명, 기권 3명으로 가결했다.
▲ 묵념하는 국회의원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324회 국회(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의원들이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들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이날 국회는 세월호 침몰사고 신속구조, 피해지원 및 진상규명을 위한 결의안을 재석 253명 중 찬성 250명, 기권 3명으로 가결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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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세력에게는 기대할 게 없으니 민주진보 정치권에 바랍니다.

세월호 참사로 박근혜 정권의 무능과 비겁함을 질타하시는 국민 앞에 민주진보진영은 무엇을 반성하고 무엇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나요? '국가를 바로 세울 능력 있는 정치집단'으로 인정받고 있나요? 지금의 야당이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먼저 마음 속 '분열'을 끝내야 합니다. 국민들이 억울하게 더 죽기 전에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깊게 소통해서 함께 개선책을 마련해나가면서 그 안에서 공정 경쟁을 할 일이죠.

돈에 권력에 언론까지 몽땅 틀어쥐고 "윤리? 몰라. 근데 나 돈 많아" 당연한 듯 떠벌리는 저들에 맞서 민주진보 진영이 갖고 있는 특장점은 무엇이죠? 이 아수라장에서 '국가를 바로 잡는데 나도 뭔가 하고 싶다'는 시민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 말고 무엇이 있나요? 시민과 손을 잡고 힘을 키워야 합니다. 그래야 이 슬픔에서 다시 희망을 키워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도 여전히 '당권, 대권후보를 잡는데 무엇이 유리할까?'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면, 민주진보 역시 반성할 줄 모르는 무책임한 세력일 뿐입니다.

세월호 참사를 보며 박근혜정권의 무능과 비겁함을 질타하시는 국민들께서 어디에서도 국가를 바로잡을 능력 있는 정치집단을 찾지 못해 아예 이 나라를 포기하실까 두렵습니다.

민주진보 진영은 무엇을 반성하고 무엇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나요?

덧붙이는 글 | 문성근 기자는 '국민의 명령' 상임위원장입니다.



태그:#세월호 침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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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송이 국민의 명령 대표입니다. 야권단일정당운동을 펼치면서 2012년 국민의 명령이 이행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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