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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일반인들에게 인물화 그리는 방법을 알린 화가 사공영활씨.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일반인들에게 인물화 그리는 방법을 알린 화가 사공영활씨.
ⓒ 나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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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슥슥 삭삭' 연필이 도화지에 맞닿는 소리는 청각을 기분 좋게 자극한다. 선과 선이 겹치고 헤어졌다 만나기를 반복한다. 빈 칸을 미끄러지듯 달리는 연필 한 자루. 불분명하던 윤곽이 살아나며 누군가와 혹은 무언가와 닮은 한 폭의 그림이 완성된다.

디지털 카메라는 물론 휴대폰에도 촬영기능이 보편화된 현대사회, 담고 기억하고 싶은 것들은 버튼 하나로 해결된다. 때로 마음에 안 들면 여러 보정 프로그램의 손을 빌려도 된다. 하지만 그림이 전해주는 미묘한 감정은 카메라로 담아내고 컴퓨터로 손보는 그것과는 분명 다르다. 때문에 사람들은 아날로그의 느낌이 담겨있는 그림을 그리워한다.

그 중 기본이 되는 연필스케치는 가장 기초적인 그림이지만, 보다 근원적인 그리움을 자극한다. 흑백의 단조로운 색이지만, 여러 색이 채워주지 못하는 감성을 불어넣으며 그림 앞으로 발길을 잡아당긴다. 누구라도 한 번쯤 빠져보고 싶은 매력있는 작업이다.

하지만 흔히 학창시절 미술시간을 떠올리곤 '그림엔 통 소질이…'라며 고개를 흔들게 마련이다. 그림은 특별한 재주를 타고난 이들만이 그릴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들에게 그림은 누구나 그릴 수 있는 것이라며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는 이가 있다. 화가 사공영활(54)씨를 만나 연필스케치의 참맛과 누구나 그릴 수 있는 인물화 작법에 대해 들어보았다.

내가 상대의 얼굴을 그려주면, 상대는 나를 잊지 않습니다

사공영활씨가 인물화 그리는 순서를 칠판에 직접 그려 주었다.
 사공영활씨가 인물화 그리는 순서를 칠판에 직접 그려 주었다.
ⓒ 나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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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에 위치한 그의 화실에는 그와 여러 수강생들이 그린 인물화로 빼곡하게 들어차있다. 원래는 서양화를 꿈꾸었지만,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게 됐고 대기업과 광고회사를 거쳐 현재에 이르게 됐다. 물론 그 시간 동안도 연필스케치로 이루어지는 인물화를 놓지는 않았다.

"인물화의 매력은 내가 그림을 그려주면 상대는 절대 나를 잊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풍경화와 또 다릅니다. 또 비싸고 값진 선물은 잠시 좋을지 모르지만, 그림은 영원하거든요. 연필 그림의 진정한 맛이 여기 있습니다."

그는 특히 수채화, 유화, 파스텔화의 경우 물감과 아크릴 컬러 등 여러 준비물이 필요하지만, 단지 연필 한 자루만 있으면 되는 연필스케치는 시간과 장소에 크게 구애받지 않을 수 있는 그림이라고 강조했다. 단지 그리는 방법을 알려주는 곳이 없는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화실 등에 가서 취미로 인물화를 그리고 싶다고 하면 제대로 알려줄 곳이 없어요. 전부 입시 위주의 교육을 하니까 나이 든 분들은 갈 데가 없습니다. 또 저도 미대를 나왔지만, 전공을 한 이들도 인물화를 그리라면 힘들어 합니다. 제가 1000여 명의 사람들을 그리다보니 어느 순간 이런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알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인물화 그리기의 방법은 이것

그의 방법을 따라 하면 이런 순서로 그리게 된다.
 그의 방법을 따라 하면 이런 순서로 그리게 된다.
ⓒ 나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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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떠올린 건 일러스트의 한 방법이다. 디자이너 생활을 했던 경험이 도움이 된 것이다. 그래서 당시 문화센터에서 자신만의 방법을 시험 삼아 선보였다. 결과는 대만족이다. 일반인들도 제법 그럴싸한 인물화를 완성시킨 것.

방법은 이러하다. 우선 그릴 대상의 사진을 A4 용지 크기로 준비한다. 다음 파일 북 등에 있는 투명비닐을 같은 크기로 준비해 가로·세로 5cm 넓이로 금을 그은 후 원본 사진 위에 덮는다. 우측에는 같은 크기의 빈 도화지를 준비한다. 역시 같은 넓이로 가로·세로 줄을 친다. 이제 각 칸에 있는 눈·코·입 포함 외곽선을 5cm 단위로 따라 그린다. 크기가 넓지 않으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외곽선이 완성됐으면 5cm 크기의 금은 지워준다. 이제 명암을 넣는다. 흔히 쓰는 휴지를 지우개 크기로 접어 전체를 문지른다. 얼굴이 자연스럽게 입체적이 된다. 다시 눈썹과 눈 밑을 진하게 칠한다. 콧구멍도 칠한다. 입술은 양 끝과 가운데를 진하게 그어준다. 방금 칠한 부분을 면봉으로 다시 문지른다.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마지막 머리 부분을 편하게 검게 칠한 후 다시 휴지를 접어 각 머릿결 방향으로 문지른다.

여기까지다. 이른바 단위로 쪼개서 따라 그리고, 문지르기 기법인 것이다. 짧게는 30여 분이면 인물화 한 편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림에 문외한이던 수강생들이 '희한하다'면서도 완성 된 인물화를 보고 기뻐하더란다. 그래서 한 방송에 나가 방법을 알려줬다. 주변에서는 '그걸 왜 알려주냐'며 성화였다고 한다.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던 이들이 기뻐하는 것으로 만족해

화실을 빼곡하게 채운 인물화들. 그와 수강생들의 작품이다.
 화실을 빼곡하게 채운 인물화들. 그와 수강생들의 작품이다.
ⓒ 나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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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돈 버는 것보다도, 정말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희망을 드리고 싶었어요. 지방에 계신 분들이나, 나이 드신 분들 등 일상에서 그림을 배우고 싶은 분들이 기뻐하시면 그걸로 전 만족합니다."

물론 그런 방식이 그림을 전공한 이들의 입장에선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혹 볼멘소리를 하는 이들이 생겨날까 싶어 물었더니 "아직 그런 분들은 없고, 그림을 보급시켜 주어 고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보람이 크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연필그림의 기쁨을 느끼기 시작한 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해 어느덧 5만여 명의 카페 회원이 생겨났다고 한다. 그중 95% 이상이 이른바 그림엔 문외한이던 이들이란다. 그 중에는 간신히 손만 움직이는 1급 장애인도 있고, 결혼 20년 만에 얻은 귀한 딸을 그려주기 이해 그림을 배운 이도 있단다. 자라나는 딸의 모습을 그려 결혼선물로 전해주려는 부정에 그 역시 감동을 느낀다고.

"인물화가 좋은 이유는 가족이 됐건, 연예인이 됐건 좋아하는 이들을 그린다는 데 있죠. 애정을 가지고 그리고, 상대에게 전해주기 위해 보다 노력을 기울이게 되니까요. 인물화만 그리면 주변의 풍경이나, 정물들은 손쉽게 그릴 수 있습니다. 그게 바로 연필스케치가 가진 장점입니다.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연필 한 자루가 전해주는 감동에 빠져 보세요."

덧붙이는 글 | <연필스케치> 카페.
http://cafe.naver.com/40084008



태그:#연필스케치, #인물화, #사공영활,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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