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6일부터 21일까지 16일 동안 전남, 광주 교직원들의 산행 모임인 '풀꽃산악회'의 주관으로 22명(혜초여행사 인솔자 1 명 포함)이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칼라파타르 트레킹'을 다녀왔다. 영혼이 성숙한 느낌이다. 5일부터 21일까지 17회에 걸쳐 날짜에 따라 산행기를 쓴다. - 기자말산에 대한 꿈의 시작과 갈무리[1월 15(수)일]고락셉(5,140m) -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5,364m) - 고락셉(5,140m) - 로부체(4,910m) - 투클라(4,620m) - 페리체(4,240m)밤새도록 두통에 시달렸다. 가슴이 답답하면 일어나서 공기를 깊게 마시고 강하게 내뱉었다. 심호흡을 하면 머리 아픔이 좀 가셔서 잠을 자다 깨는 일이 반복된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 가야해서 잠을 더 자고 싶은데 5:20에 일어났다. 바람이 부니 가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최재원의 말을 뒤로 하고 6:00에 5 명(세르파 1 명 포함)이 출발하였다.
기온이 낮은데다 바람이 부니 견딜 수 없게 추웠다. 생명체의 흔적을 전혀 찾을 수 없는 달 분화구나 화성에 온 느낌이 드는 빙하지대를 따라 걸었다.
쿰부 빙하지대 안으로 들어가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5,364m)에 7:55에 도착했다. 지금은 새로운 베이스캠프가 있다. 산에 대한 꿈의 시작과 갈무리가 이루어지는 지점이다. 산을 오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살아서 돌아오는 것이다. 산을 오르다 돌아오지 못한 숱한 영혼들의 울림인 듯 타르초에 매달린 룽다가 찬바람에 나부꼈다.
에베레스트(Everest. 8,848m)는 영국 측량사 조지 에베레스트(George Everest)가 근대적 측량법을 이용하여 산의 높이를 측정한 후 붙인 이름이다. 에베레스트 이전부터 지금까지 네팔어로 '사가라마타(Sagarmatha)' 티벗어로 '초모랑마(Chomolungma)'란 이름을 가지고 있다. 1953년 영국 등반가 에드먼드 힐러리와 네팔 세르파 텐징 노르가이에 의해 초등되었다.
베이스캠프에서 3484m를 수직으로 오르면 지구에서 더 높이 오를 곳은 없다. 살면서 한 번은 해보고 싶은 일이다. 체력과 실력, 가장 중요한 요소인 신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
쿰부 빙하지대를 타고 강하게 부는 맞바람을 맞으며 고랍셉에 있는 히말리안 롣지에 왔다. 동료들은 떠났다. 따뜻한 물을 달라하니 1달러를 요구하였다. 이제 돌아가는 길이다. 긴장이 풀어져서 다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서 주의하여 왔던 길을 되밟아야 한다.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면서 산행을 마무리할 일이다.
쿰부 빙하지대를 따라가는 길은 바람, 먼지 때문에 힘든데다 토하려는 느낌까지 있어서 몸 상태를 최악으로 끌어내렸다. 온 몸이 붇고 피로감이 몰려왔다. 로부체 '구름 위의 롣지'에 도착하니 먼저 와서 쉬고 있던 동료들이 반갑게 맞아주며 베이스캠프에 다녀온 것을 축하해주고 다시 떠났다.
롣지에서 점심으로 계란부침과 마늘국을 시켰다. 지금까지 우리가 먹었던 마늘스프를 생각하고 주문을 했는데 기름기 있는 국물에 마늘을 썰어 넣은 것이다. 산행도우미의 점심값까지 50달러를 주고 280루피를 거슬려 받았다.
해발고도가 낮아지면서 머리 아픔이 점점 사라졌다. 투클라 야크 롣지에서 동료들이 감자에 라면을 점심으로 먹고 쉬고 있었다. 햇살이 비치는 창가에서 잠시 잠을 잤다.
페리체로 가는 길은 로부체강(Lobuche Khola)을 따라 가는 길이다. 올라 갈 때 걸었던 두사에 있는 길보다 250m 정도 해발고도가 낮다. 곳곳에 맑은 물이 흐르고 풀들이 우거져 있는 곳도 있어 빙하지대의 황량함보다 훨씬 정겹게 느껴진다.
페리체 마을에 들어서니 머리에서 피를 심하게 흘리는 젊은 남자가 있었다. 우선 지혈부터 하지 않으면 심각한 상태가 될 것이다. 김태중이 상처를 꿰맬 수 있다며 도구를 챙겨나갔다 그냥 돌아왔다.
일하다 다친 게 아니라 여자와 다투다 여자가 칼로 머리를 때려서 생긴 일이라 치정관계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산행도우미의 조언이 있었다. 마을 사람들 여럿이 다친 사람에게 갔다.
페리체에 병원이 있지만 의사가 없다. 서류상으로는 3달 동안 있는 것으로 처리하지만 실은 하루만 있다가 나간다. 외부에서 현지인들의 삶에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는지는 참 어려운 문제다.
페리체(Pheriche. 4,240m) 푸모 리 롣지(Pumo Ri Lodge)에 도착했다. 아침에 비해 1124m를 내려왔다. 고산병 증세에서 점점 벗어나고 있지만 몸이 무겁다.
오늘은 산행하는 동안 계속 같은 방을 사용해온 최재원의 환갑을 맞는 생일이다. 인간으로 태어나 환갑을 맞는 것은 대단히 축하할 일이다. 민주화 운동 과정에 헌신하고 교직에서는 해직의 아픔을 감수하면서 올바른 교육을 위해 애쓴 사람이다. 시대와 사회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은 탓에 고초도 있었지만 부끄럽지 않은 시간을 보낸 것이다.
생일을 축하 한다는 말도 못하고 아침에 나간 것이 미안했다. 롣지에서 캔맥주롤 10 개를 샀다. 1 개에 500루피, 6달러이다. 산행도우미에게 5000루피를 계산하게 하고 남체에서 갚아주기로 했다. 환갑 생일을 축하하며 네팔에서 생산한 에베레스트 캔맥주를 마셨다. 술을 마신지 오랜만이다.
저녁 식사로 불고기, 만두국에 소주, 홍주, 양주가 곁들여졌다. 자연스럽게 최재원 회갑 기념만찬이 되었다.
500루피에 따뜻한 물 한 동이를 사서 발을 씻고 머리를 감았다. 8일만에 물로 씻어 보는 것이다. 지구 표면의 70%가 물이고 사람 몸의 70%가 물이다. 사람은 물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 비누를 쓰지 않는 나는 여러 번 발과 머리를 물에 스미게 하듯 정성스럽게 씻었다. 상쾌하고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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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 레쌈 삐리리(Resham firiri)를 열창하는 산행도우미 |
| ⓒ 최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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롣지에 '풀꽃산악회' 깃발을 걸었다. 다들 멋있었고 서로를 배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해준 산행이었다고 산행에 대한 간단한 평가를 했다. 아리랑, 이등병의 편지, 애정이 꽃피는 시절, 직녀에게 등을 합창했다. 산행도우미들이 네팔말로 우리가 한국말로 번갈아 가며 노래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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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서 페리체까지 16.3km 축척 1:75,000 |
| ⓒ 최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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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하고 머리도 아프지 않으니 참 좋다. 숙제를 마친 학생처럼 즐겁고 떠들썩하게 밤을 보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