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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6일부터 21일까지 16일 동안 전남, 광주 교직원들의 산행 모임인 '풀꽃산악회'의 주관으로 22명(혜초여행사 인솔자 1 명 포함)이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칼라파타르 트레킹'을 다녀왔다. 영혼이 성숙한 느낌이다. 5일부터 21일까지 17회에 걸쳐 날짜에 따라 산행기를 쓴다. - 기자말

[1월 12(일)일] 딩보체(4,410m) - 5,083m 봉우리 - 딩보체(4,410m)

머리가 아파서 잠에서 깼다. 지금까지 느껴 본 가장 심한 두통이다. 가슴이 답답하다. 산에 가보지도 못하고 내려갈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생겼다.

밖으로 나갔다. 저녁에 하늘 중앙에 있던 달이 서쪽에 있는 타부체 봉우리로 넘어가면서 화살을 꽂듯 아마 다블람에 달빛을 쏟아 청아한 아름다움을 연출하고 있었다. 로체 마루금 바로 위에서 북두칠성이 빛났다. 짙은 코발트색의 검푸른 하늘에서 수 많은 별들이 나도 존재의 의미가 있다며 말을 걸어 달라고 아우성쳤다.

수평과 반원으로 이루어진 공간에서 나만 혼자 가운데 수직으로 서서 우주의 중심이 되었다.

침낭에 들어가 호흡을 깊게 들이키고 길게 내뱉었다. 머리 아픔이 점점 나아졌다. 기압이 낮아 뇌로 가는 산소가 부족해 일어나는 일로 심장이 활발하게 활동하지 않는 수면 중에 두통이 심하다.

아침에 해는 봉우리에서 점점 밑으로 내려온다
▲ 산 아침에 해는 봉우리에서 점점 밑으로 내려온다
ⓒ 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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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다블람
▲ 산 아마 다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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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부체, 촐라체
▲ 산 타부체, 촐라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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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을 하면서 가장 긴 시간 동안 잠을 잤다. 밖에 나가니 눈을 어디에 두어도 설산과 파란 하늘을 볼 수 있고, 설산 봉우리부터 찬란히 빛나는 장관이 연출되었다. 이런 풍광을 사진이 아닌 내 눈으로 직접 보는 경이로움으로 행복하다.

풍경에 우연히 초대되는 일은 드물다. 그 풍광으로 들어가기 위한 체력, 시간, 경비가 필요하고 아는 만큼 보인다는 인문학적 감수성이 결합되면 경치는 사람의 가슴에서 의미가 된다.

식당에서 활기찬 노래 소리가 들렸다. 도우미들이 노래를 부르며 그 리듬에 맞추어 흥겹게 일했다. 그들이 가진 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은 우리가 보는 관점이다. 전부 얼어 있고 나무도 없는 척박한 상황이지만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지혜가 있다면 살만한 것이다.

출발 전에 항상 준비운동을 한다.
▲ 운동 출발 전에 항상 준비운동을 한다.
ⓒ 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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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 오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굽혀야 한다. 고산 적응을 위해 쉬는 날이다. 희망하는 사람에 한해 딩보체에 뒷산처럼 있는 낭카르 트상(Nangkar Tshang. 5,616m)봉에 있는 5,083m 봉우리에 다녀오기로 했다.

경사가 45°가 넘는 산이다. 4,410m에서 5,083m까지 수직이동은 고산병증세를 심하게 하겠지만 '죽더라도' 끝까지 발걸음을 멈추지 않겠다며 마음을 다잡았고 길을 나섰다.

햇살은 투명해도 기온은 낮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하의 3 개, 상의 7 개를 껴 입었다. 움직여도 전혀 덥다는 느낌이 없었다. 오래 끝까지 가려면 천천히 움직여야 한다. 쉬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인다는 원칙을 세웠다.

산행이 시작된 이후 한 번도 대변을 보지 못한 여자 동료가 배변을 해결하겠다고 남았다. 저녁에 화장실을 4 번 다녀오느라 잠을 자지 못했던 남자 동료는 산행에 나섰다. 설사와 변비는 증상이 극단적이지만 원인은 장 활동에 있다. 여성이 산행할 때 마그밀이 필수적인 약품이다. 잘 먹고 잘 내 보내는 것이 건강의 출발이자 마무리이다.

타부체, 촐라체
▲ 산 타부체, 촐라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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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
▲ 산 에베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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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
▲ 산 에베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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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보체의 밭
▲ 밭 딩보체의 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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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맨 뒤에 있다가 동료들이 쉬는 시간에 계속 걸음을 옮겼다. 몇 미터 앞에 가는 동료를 따라 잡으려 했지만 봉우리에 도착할 때까지 그 간격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갑자기 높아지는 해발고도 때문에 토하는 사람이 생겼다. 고산병의 대표적인 현상으로 두통과 토하는 증상이 있지만 역설적이게 토하면 몸이 시원해지는 경우가 있다.

타부체, 촐라체
▲ 산 타부체, 촐라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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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피크(Island Peak. 6,189m. 가운데), 암푸 가벤(Amphu Gyabjen. 5,630m. 오르쪽)
▲ 산 아일랜드 피크(Island Peak. 6,189m. 가운데), 암푸 가벤(Amphu Gyabjen. 5,630m. 오르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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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다블람
▲ 산 아마 다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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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 사우스 서미트(South Summit. 8,749m), 로체
▲ 산 에베레스트, 사우스 서미트(South Summit. 8,749m), 로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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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 오를 수록 풍광은 더 좋아졌다. 흰 눈을 머리에 인 설산들이 점점 크고 선명하게 다가왔다. 4950m에 이르자 두통이 심해졌다. 오르면서 체력도 바닥이 났다. 봉우리는 손에 잡힐 듯 눈앞에 바로 있는데 움직이는 발은 더뎠다. 도착하더라도 날씨 때문에 사진을 찍을 수 없다면 허망하리란 생각에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큐슘 캉카루, 탐세르쿠, 캉테가
▲ 산 큐슘 캉카루, 탐세르쿠, 캉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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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다블람
▲ 산 아마 다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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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부체, 촐라체
▲ 산 타부체, 촐라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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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83m 봉우리 정상에서 아일랜드 피크와 아마 다블람을 배경으로
▲ 정상 5,083m 봉우리 정상에서 아일랜드 피크와 아마 다블람을 배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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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7. 5,083m. 544mbar. 정상에 도착했다. 몸에서 열이 나고 두통이 심했으나 8000m 설산들이 계속 이어지는 마루금을 보면서 정상에 선 기쁨에 가슴이 들떴다. 사진을 찍고 빠르게 내려왔다. 3:20 걸려 올랐던 길을 1:40에 내려왔다.

정상에서 려오면서 본 모습
▲ 딩보체 정상에서 려오면서 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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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을 뜯어 먹고 있다.
▲ 야크 풀을 뜯어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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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다 마을에 다 와서 넘어졌다. 무의식 중에 왼손을 짚은 곳에 가시가 많은 관목이 있었다. 무척 아프고 손에 박힌 가시를 빼자 피가 났다. 곳곳에서 자라고 있는데 야크가 먹지 않으니 식생 면적은 넓어질 것이다.

햇빛을 모아 물을 끓이는 기구, 5 리터 정도의 물이 20 분이면 끓는다.
▲ 물 끓이기 햇빛을 모아 물을 끓이는 기구, 5 리터 정도의 물이 20 분이면 끓는다.
ⓒ 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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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으로 계란, 감자, 라면을 먹었다. 이곳 감자는 우리나라 것보다 크기가 작지만 껍질을 벗기면 샛 노란색이 구미를 당기고 아주 맛이 좋다. 오래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당보체에 있는 밭에서 재배한 것이다.

라면은 일본에서 1958년경부터 만들어져 우리나라에 건너와 1963년 삼양식품에서 생산한 이후 1 인당 라면 소비량이 72 개(2012년 기준)로 세계 최고인 나라가 되었다. 이제 라면은 세계적인 식품이다. 반찬으로 바지락젓갈이 나왔다. 산에서 바다 내음이라니? 음식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먹는 것과 전혀 차이가 없다.

라면을 먹고 국물에 밥을 말아 먹었다. 산행을 마치고 먹는 라면에는 소주가 제격인데 목표로 한 곳을 오를 때까지는 술을 삼가 할 수밖에 없다. 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이 고산병에 강하다는 이야기가 있다. 고산병으로 인한 두통과 음주 후에 오는 머리 아픔의 원리가 비슷하다. 그 동안 음주 경험이라면 나는 산행을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

다래끼 치료를 하는 김태중
▲ 다래끼 치료 다래끼 치료를 하는 김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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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도우미가 다래끼에 쓸 수 있는 약이 있냐고 물었다. 야크똥을 퍼와 난로를 피워주고 식당과 모임장소로 쓰는 공간을 언제나 깨끗하게 청소를 하는 아가씨 눈에 다래끼가 생겼다. 수의학을 전공하고 전문적인 용어와 상식을 명쾌하게 잘 설명해 주는 김태중이 약으로 치료해 주었다. 아가씨는 야크똥을 난로에 가득 부어주는 것으로 보답했다.

어제부터 돌아가신 아버지가 사용하던 바람막이 옷을 입었다. 살아 계실 때 산행을 자주 하시던 아버님과 함께 히말리아에 온 것이다. 옷을 보거나 입을 때마다 콧등이 시큰해진다.

로체. 구름의 방향과 형태로 정상 부근에 상상할 수 없는 강한 바람이 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산 로체. 구름의 방향과 형태로 정상 부근에 상상할 수 없는 강한 바람이 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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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식사로 김치찌개를 먹었다. 김치찌개는 신김치에 돼지고기가 제격인데 꽁치통조림을 넣었다. 점심을 먹은 이후부터 속이 좋지 않다. 그렇다고 안 먹을 수는 없다. 저녁을 먹고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왕성하게 먹지 못하고 내일을 위해 먹고 있다.

안마를 해주는 김동길
▲ 안마 안마를 해주는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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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크똥이 가득한 난로 주위로 사람들이 모였다. "똥이 꽉 찬 것을 보고 오진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그렇다. 밥이 똥이고 똥이 밥이다. 똥이 물에 흘려 보내야 할 더러운 것이 아니라 식물의 거름으로 난로의 연로로 오지게 쓰여 순환되는 것이 건강한 생태계이다. 똥은 귀한 대접을 받아야한다.

오르는 일정을 포기하고 내일 남체바자르로 내려가는 신민구가 인사말을 했다. "허리가 아픔에도 여러 동료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왔다. 먼저 내려가니 서운하다. 남은 모든 사람들이 무사히 정상까지 다녀오기 바란다. 남체바자르에서 기다리고 있겠다."

별자리 앱으로 별을 확인하기
▲ 별 보기 별자리 앱으로 별을 확인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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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했던 모두가 전부 다녀오는 것이 좋다. 가장 바람직한 일이지만 그만한 준비와 서로에 대한 배려, 끝까지 같이 하겠다는 악착스러움이 있어야 한다. 또, 최선을 다하지만 사정이 생겨 중간에 그만 둘 수 있음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한다.

정이환이 고산병에 대한 응급처치를 받았다. 몸이 가볍고 산행 경험이 많지만 어제 저녁부터 시작된 설사 때문에 기력이 떨어졌다.

왼쪽으로 오르고 오른쪽으로 내려왔다(축척 1:5,000)
▲ 산행 지도 왼쪽으로 오르고 오른쪽으로 내려왔다(축척 1: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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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 가기위해 높은 지대에 적응하면서 몸 상태를 점검하고 정비가 필요한 부분은 손질을 하였다. 지금까지 신었던 경등산화에서 중등산화로 바꿨다. 이제 남은 19 명은 모두 칼라파타르 정상에 서기를 신께 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칼라파타르 트레킹, #에베레스트, #딩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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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놀게하게 하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초등학교교사. 여행을 좋아하고,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빚어지는 파행적인 현상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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