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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지 못하신 분들께.

저는 2004년부터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사회복지사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희망을 가꾸고 싶었고, 좋은 어른도 있다는 것을 아이들이 느끼고 배우기를 바래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지역아동센터를 그만 접으려고 합니다.

하기 싫으면 그냥 조용히 그만두지, 웬 말이 많냐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왜 그만두어야 하는지 그 이유에 대해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나라 사회복지 현실을 시민들과 함께 공유하고, 동료 사회복지사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올립니다.

지역아동센터는 지역사회에서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모든!) 아동의 보호와 복지, 교육을 지원하는 아동복지기관입니다. 공공성이 꼭 필요한 부분인데, 현실적으로는 거의 대부분의 지역아동센터는 개신교의 교회법인이거나 개인이 운영자이며, 정부 보조금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제가 사는 아산시에도 시립지역아동센터는 없습니다).

보조금 지원의 결과는 지역아동센터에 대한 정부의 평가를 불러왔고, 그 결과 재작년부터 시설평가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건물과 시설, 사업계획서와 관련 서류로 볼 수 있는 운영의 계획성, 위기 아동에 대한 사례관리 등 정부가 요구하는 복지서비스의 수준은 매우 합리적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러한 정도로 기관을 운영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냐는 부분입니다.

29명 이하의 아동을 돌보는 시설일 경우, 종사자는 두 명이고, 기타 사회복무요원 등이 배치되어 있고, 아동복지교사라고 시간제 파견교사의 지원을 받습니다. 실질적으로 기관 종사자는 두 명인데, 해야할 일은 무척 많습니다.

청소와 장보기는 물론이고, 프로그램 계획부터 집행과 평가서 작성, 아동상담, 보호자상담, 아동에게 특별히 필요한 지원에 대한 지역사회 자원연결, 후원자발굴, 시설관리와 차량귀가지도, 자원봉사자관리 등이 주요 업무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사회복지기관은 현실적으로 운영이 어렵습니다. 좀 더 열심히 일하면 되지 않냐고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 더 열심히 하면 될 줄 알고 주말에도 나와서 밀린 일을 했습니다만 역시 힘들었습니다.

사회복지사의 질, 서비스 질을 결정

저는 운영자니까, 책임자니까 그렇게라도 하지만, 같이 일하는 복지사에게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주면서 어떻게 더 많은 일을 요구할 수 있을까요? 혹시 사회복지사라면 사명감을 가지고 열악한 수준에서도 최선을 다해서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사실 그렇지 않다고 말씀드리려 합니다.

사회복지사의 질이 서비스의 질을 결정합니다. 열악한 처우에서 힘겹게 하루를 버티는 복지사가 어떻게 아이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할 수 있겠습니까. 아동의 보호와 발달을 지원하는 복지서비스는 당연히 공공의 영역이고 사회가 책임져야 하는데 이것이 사회복지사 개인의 헌신에만 맡겨져 있는 것은 잘못이 아닐까요?

말이 좋아 사회복지사지, 사실상은 전문적인 역량을 발휘하기보다는 돌봄노동의 연장선에서 힘겹게 일하고 있는 동료사회복지사들께 저는 참 미안합니다. 그렇지만 언제까지 희생과 헌신만 할 수 있을까요. 사회복지에 대한 공적 지원이 확대되어야 하고, 종사자들에 대한 처우개선이 필요한데, 지금 정부에서 이러한 기대를 하기가 힘듭니다. 

얼마전 고대생의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를 기사로 접하면서, 울컥했습니다. 저 역시 제일만 가장 소중하게 여기고 이웃의 일과 사회의 일에 무관심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사회복지사로서 동료들과 좀 더 공동체를 이루고 소통하지 못했음에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저는 기관을 폐쇄하지만, 동료들은 좀 더 나은 사회복지를 위해 서로 연대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참 좋은 신부님께서 본당의 부속건물을 무상으로 임대해주시어 기관을 운영하다가, 지자체에서 지역아동센터는 종교목적이 아니므로 취득세 700여만을 내라고 독촉하여 저는 결단을 해야만 했습니다. 어디에서 아이들과 생활할 시설을 무상으로 얻을 수 있겠습니까. 가난한 저는 건물을 임대할 보증금도, 월세를 납부할 능력도 없으니 방법이 없었습니다.

어떻게든 아이들과 함께 해보려고 노력했지만,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로 더이상 희생과 헌신이 어렵게 되었고, 실질적으로 능력도 되지 않습니다.

곧 운영위원회를 열어 이러한 상황을 말씀드려야하고, 아이들과도 이별과 정리를 시작해야 할텐데 마음이 많이 착잡합니다. 안타깝고 속상한 마음에 몇년만에 오마이뉴스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새해부터 우울한 소식을 올려 죄송하지만, 주위에 지역아동센터가 있다면, 내 아이뿐 아니라 우리 아이들에게 좀 더 관심을 기울여주시고 후원해주시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만 줄입니다.


태그:#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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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인권교육활동가모임 부뜰,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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