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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영화 벽보가 나란히 붙어 있었습니다.
▲ 영화관 벽보 두 영화 벽보가 나란히 붙어 있었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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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나 '집으로 가는 길' 영화 보고 싶어."

딸이 얼마전 영화를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 이란 영화를 본 친구가 재밌다고 보라 했다는 것 입니다. 저는 인터넷으로 언제 하는지 검색해 보았습니다. 딸은 교회 다녀서 24일 오후 7시경부터 성탄절 이븟날이라 교회서 공연을 한다고 했습니다. 끝마치는 대로 가보자 했습니다. 제가 자주 가는 영화관 검색하니 21시 50분에 상영하는게 있었습니다. 표를 온라인으로 끊어 두었습니다.

"아빠 나 다 끝났어. 어디로 갈까?"

저는 그때 큰 길서 가까운 어느 폰가게이 있었습니다. 아들 녀석이 휴대폰을 험하게 다루어 유리가 완전 박살이 나버려서 있는 조건 그대로 폰을 바꿀수 있는지 알아보고 있었습니다. 시간 날 때 다시 알아 보기로 하고 아들을 집에 보내려는데 아들 녀석도 같이 보러 가겠다고 합니다. 참고로 아들은 곧 중학생이 되고 딸은 곧 고등학교 3학년생이 됩니다. 아들은 몇차례 같이 영화보러 갔었으나 흥미롭게 영화를 안보는거 같아서 딸과만 가려고 했었습니다. 또, 초등학생인데 '집으로 가는 길' 같은 영화를 이해 하기나 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괜히 돈 아깝다 여겨서 아들 보고 집으로 가라고 했었습니다. 딸래미가 "동생도 같이 대리고 가자"고 해서 우리 셋이서 함께 영화보러 가게 되었습니다.

'젊음의 거리'라는 간판이 입구에 걸려있는 성남동 번화가. 일자로 500미터 가량 이어진 상갓길로 사람들이 미어 터지는듯 많이 북적거렸습니다. 음악 소리도 크게 울리고 성탄절 전날이라 그런지 년말을 즐기려는 남녀노소로 발디딜 틈이 비좁은거 같았습니다. 우리는 관람시간이 늦을까봐 서둘러 영화관으로 향했습니다. 영화관에도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아들이 앉을 자리가 있는지부터 알아보니 딱 두자리가 비어 있었습니다. 딸은 "아빠랑 같이 앉으면 말이 많아 싫어. 나혼자 앉아 볼래" 라고 했습니다. 저와 아들은 같이 앉고 딸은 몇개단 뒷자리에 앉았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나니 12시가 넘어버렸습니다. 버스 정류장 가니 이미 버스가 끊겼습니다. 버스 정류장에 택시들만 줄지어 서있었습니다. 저에겐 1만원이 있었습니다. 성남동서 남목까지 택시타고 가려면 야밤 할증료가 붙어서 2만원은 넘게 나올수도 있는 거리라 택시를 탈수가 없었습니다.

"우리 집까지 걸어가야 겠다."

아이들은 둘 다 흔쾌히 그러자고 했습니다. 아내가 집에서 아들 폰으로 전화를 했습니다. 걱정이 되나 봅니다. 택시비 준비하고 있을테니 택시타고 오라 했습니다. 아들에게 귀엣말로 "더 놀다간다케라"고 하고 전화를 끊으라 했습니다. 아들은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우리는 밤 12시가 넘어 성남동서 남목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겨울밤 날씨라 많이 차가웠습니다. 아이들은 서로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며 재미나게 길을 걸었습니다. 성남동에서 반구동,효문을 지나 양정동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아빠 좀 쉬었다 가자. 내 새끼 발가락이 아프다."

우리는 가까운 버스 정류장 자리에 앉아 딸의 발을 살펴보았습니다. 딸은 고1 추운날 학교에서 지시로 얇은 실내화를 신게 되었는데 그때 엄청나게 발이 시리다고 하더니 얼마 안가 발가락 부분이 시커멓게 변해 있었습니다. 발이 얼었던 것입니다. 병원가서 치료받고 했으나 그 후 꼭 아토피처럼 습진이 발에 생겨서 낫지를 않았습니다. 겨울만 되면 다시 발이 검으스레 변하면서 그렇게 여기저기 발가락 사이가 터져 피가나곤 했은데 추운날 걸어 그런가 새끼 발가락 쪽이 터져 피가 맺혀 있었습니다.

"걸을수 있겠어? 참을때까지 참아보고 못참겠으면 이야기 해."

딸은 참아 보겠다고 했습니다. 효문을 지나 다시 걷다가 현대자동차 2공장 문을 지날즈음 딸은 다시 통증이 온다고 했습니다. 집까지 걸어 가보려 했으나 무리일거 같았습니다. 그정도 거리면 남목까지는 택시비가 될거 같았습니다. 택시 타고가자고 했습니다. 방어진 쪽으로 가는 택시는 모두 시내서 사람을 태우고 와서 빈 택시가 잘 없었습니다. 몇 십대의 택시를 보내고서야 '빈차'임을 알리는 등이 켜진 택시가 왔습니다. 손을 드니 섰습니다.

야간 할증 택시의 미터기는 철커덕,철커덕 금액이 잘도 올라 갔습니다. 금액이 올라 갈 때마다 속으로 '1만원 넘어가면 안되는데...'라면서 조마조마한 마음이었습니다. 남목 목적지에 도착하니 다행히도 9천원이 나왔습니다. 1만원 내고 1천원 거슬러 받아 내렸습니다. 이제 조금만 더 걸어가면 집입니다. 집에 도착하니 새벽 2시가 넘었습니다. 그때까지 아내는 걱정스레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우린 그렇게 2시간여만에 다시 집으로 들어 갔습니다. 영화 집으로 가는 길에 나오는 주인공은 우리가 2시간여만에 들어갈수 있었던 그 집을 2년이나 지난 후에야 들어갈수 있었습니다. 웬일인지 아들도 그 영화를 흥미롭게 보고 있었고 마지막 딸과 엄마의 만남에선 눈물을 훔치기도 했었습니다. 저를 닮아 좀 감성적인거 같았습니다.

영화속 주인공은 평범한 가정 주부였습니다. 남편이 보증을 잘못서서 갑자기 빚더미에 올라앉은 주인공은 돈이 필요해서 남편과 잘 아는 동생 부탁을 들어주게 됩니다. 외국에 가방만 하나 전해주고 오면 거액의 돈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당장 돈이 급했던 주인공. 순진한 그녀는 가방을 들고 외국으로 향합니다. 그러나 외국 검열대를 지나던 그녀는 갑자기 그곳 경비원의 부름에 놀랍니다. 그 가방엔 마약이 들어 있었고 꼼짝없이 현행범으로 경찰에 연행됩니다. 말이 통하지 않아 무슨 영문인지 모르는 그녀는 한국대사관에 연락해 달라고 하지만 대사관 직원들은 마약사범에 대해 보호하는것을 껄끄럽게 여기며 방치합니다.

외국 경찰은 재판을 받아야 한다면서 4개월씩 구속 연장을 시키고 섬 감옥으로 보냅니다. 그곳에서 한번도 겪은 바 없는 모진 고초를 겪으면서 4살박이 딸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립니다. 그야말로 물설고 낯설은 그곳에서 그녀는 영문도 모른채 계속 구속이 연장되고 있었습니다. 남편도 아내를 찾으려고 정부를 노력해 보았지만 일하는 사람은 없고 모두 행정관료 뿐인거 같았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네티즌과 방송의 힘으로 2년만에 그녀는 재판에서 무죄로 풀려나게 됩니다. 방송관계자를 따라 대한민국과 반대편에 있는 그 감옥으로 함께가서 아내를 찾습니다. 아내는 남편을 보자마자 하염없이 울기만 합니다. 그리고 계속 이야기 합니다.

"나 집에 가고 싶어..."

돈 모아서 꼭 한번은 가보고 싶었던 여행지 였으나 그 여행지 감옥에서 생각만 해도 끔찍한 2년을 보내게 되었으니 이무슨 운명의 장난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평범한 주부가 겪었을 2년간의 그 고통이 내 마음을 치고 있었습니다. 저는 아이들과 집까지 가는데 2시간 남짓 걸렸는데도 힘들었는데 그녀가 겪었을 2년은 얼마나 고통의 경험이었을까요. 4살이던 딸이 6살이 되어 만났습니다. 딸은 처음에 아빠뒤에 숨습니다. 엄마라지만 낯이 섭니다. 계속 엄마가 딸 이름을 부르자 딸도 그제야 눈물을 머금고 엄마품으로 달려옵니다. 그렇게 가족이 모두 다시 만났고 영화는 마무리 됩니다. 자막엔 그 부부는 아이 하나를 더 낳고 단란하게 잘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 영화를 보면서 이웃과 친구를 잘 만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믿었던 동네 동생이 자신의 아내에게 마약 심부름을 보낼줄이야 꿈에서나 알았겠습니까? 그나마 법정에서 "그 여자는 모르고 한 일" 이라고 진술해서 다행이지 순박하게 살아가는 우리 이웃의 평범한 주부가 국제 범죄자가 될 뻔 했지 않습니까. 세상엔 왜그리 순박한 사람들 등쳐먹는 인간들이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그 영화를 보기전엔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살았습니다. 실제 그 가족이 앞으로는 오손도손 행복하게 살아 가기를 바랍니다.


태그:#영화관람, #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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