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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들 하십니까" 이 한 마디가 불러온 파장은 거대했다. 고려대학교 대학생 주현우씨가 쓴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는 온라인상에서 일파만파 퍼졌고, 이어 전국 각지의 대학교에서 "안녕하지 못하다"는 대답의 대자보가 수도 없이 붙었다.

주씨도 예상하지 못한 큰 반응, 이 현상의 기저엔 무엇이 깔려있었을까. 주씨는 이를 '안녕치 못한 것에 대한 분노'라고 답했다.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와의 인터뷰에서 주씨는 "내가 더 열심히 한다고 극복할 수 있는 수준의 압박을 넘어섰다"며 "내 의지와 관계없이 받는 압박감에 대해 한계치에 도달했다는 것을 사람들이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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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치 못한 것에 대한 분노, 한계치에 도달"

"(곳곳에서 나타나는 '안녕치 못한' 반응에 깔린 인식에 대해)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이 대자보를 붙이면서 우리 학교에 붙인 대자보만 50장이 넘었다. 그런데 정경대 후문 게시판에 붙일 수 있는 대자보의 수는 최대 8장밖에 안 된다. 그 가용범위를 한참 넘어 대자보를 벽에 붙이고, 벽으로 모자라 건물 벽에 붙이거나 심지어는 건물 안에 붙이고 있다.

이건 언론의 부재, 소통의 부재이다. 사람들이 터놓고 말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 … 또 안녕하지 못한 것에는 '분노'라는 공통분모가 있는 것 같다. 즉, 안녕치 못한 것에 대한 분노다. 안녕치 못한 것이 이해가 안 되고 짜증나고, 나로부터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자각하면 분노가 될 수밖에 없다. 내가 더 열심히 한다고 극복할 단계의 압박감이 아닌 것이다. 이렇게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구조적으로 받는 압박감에 대해 한계치에 도달했다는 것을 사람들이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다고 생각한다."

"반박자보는 긍정적, 그러나 자보 훼손은 비상식"

"(반박대자보가 붙여진 것에 대해) 아주 긍정적인 현상이라 생각한다. 그것 자체가 소통이고 대화다. 각자가 안녕하지 못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서로 그 이유를 말하지 않으면 그 안녕함을 찾을 수 없다는 생각이 있었다. 반대자보를 붙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 그러나 자보를 훼손하는 행위는 반대자보와 궤를 달리한다.

최소한의 형식을 지켜주는 건 상호존중이라 생각한다. 이 사람이 적어도 자보로 얘기했으니 나도 자보로 대응한다는 것은 최소한의 형식의 존중이다. 여기서 출발해야 우리가 함께 얘기할 수 있는데, '네 이야기는 안 듣겠다'며 찢어버리는 순간 너와 나는 같은 하늘 아래 함께 살 수 없는 원수라는 것 밖에 안 된다. 이건 비상식이다. 다른 사람들도 이런 행위에 대해 알아서 판단할 것이라 본다."

"(주현우, 개인에게 '안녕치 못한' 이유는?) 일단 사는 게 힘들다. 돈을 벌어야 하는데 아르바이트는 임금수준이 최저시급에 딱 맞춰져 굉장히 하향화되어 있다. 경제적으로 부익부 빈익빈이 가중되는 상황 속에서 기본적으로 내가 살기가 너무 팍팍하다. 또 진로문제가 있다. 어딜 취직을 해도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것이 대부분이고, 사실 난 대자보를 붙인 지금 더 안녕치 못하게 됐다. 정말 갈 곳이 없어졌다. 대자보를 붙이는 행위가 내 취업에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물론 했다. 고민이 안 된다면 그게 이상한 것 아니겠나."

"안녕치 못한 이유 공유하는 '만민공동회' 열어야"

"(앞으로의 계획) 이제는 내 손을 떠났다고 생각한다. 나의 안녕치 못함을 극복하기 위해 정치활동을 할 순 있지만, '안녕들 하십니까'로 규정되거나 그 단체의 성격으로 가진 못할 것이다. 이제 안녕치 못하다고 자각한 사람들이 많아졌으니 그 사람들이 자기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해나갈 것이고 그걸 원했다.

자발적인 사람들의 움직임을. 그러면서 각자가 자기 정치영역을 복원해내고 회복해나가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이 부분들을 하나로 총집합할 필요는 있다. 안녕치 못한 이유를 공유해야 할 지점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 중 하나가 페이스북 페이지다. 그러나 페북도 온라인이기 때문에 오프라인에서 볼 수 있는 '만민공동회'를 열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태그:#이털남,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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