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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와 <㈔생명의숲국민운동>은 2012년 7월부터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수상한 '한국의 아름다운 숲' 50곳 탐방에 나섭니다. 풍요로운 자연이 샘솟는 천년의 숲(오대산 국립공원), 한여인의 마음이 담긴 여인의 숲(경북 포항), 조선시대 풍류가 담긴 명옥헌원림(전남 담양) 등 이름 또한 아름다운 숲들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우리가 지키고 보전해야 할 아름다운 숲의 가치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이 땅 곳곳에 살아 숨쉬는 생명의 숲이 지금, 당신 곁으로 갑니다. [편집자말]
동백마을에서는 동백꽃이 화려하게 펼쳐진 길을 만날 수 있다.
 동백마을에서는 동백꽃이 화려하게 펼쳐진 길을 만날 수 있다.
ⓒ 동백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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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워낙 귤농사가 잘 돼 감귤이 맛있기로 소문난 곳이다. 남원읍의 중산간 마을 신흥2리로 간다. 신흥2리는 바다까지 약 2.5km 떨어져 있다. 제주도에서 중산간 마을은 해안에서 5 km 이상 떨어진 곳을 말하지만, 해안까지 5km미만이라 하더라도 해변을 따라 형성된 일주도로변의 마을보다 산쪽에 있으면 중산간 마을이라고 볼 수 있다.

마을의 다른 이름은 '동백마을'이다. 마을 입구로 들어서면 왜 이런 이름을 가졌는지 자연스레 알게 된다. 마을로 들어가는 도로변에 높이 20~40m의 푸른 동백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다. 시원한 동백나무 가로숫길에 감탄하고 나면 본격적으로 동백나무 군락지를 돌아볼 차례다. 동백마을숲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동백마을숲으로 가는 길. 오른쪽 동백나무들 사이에 숲길 입구가 보인다.
 동백마을숲으로 가는 길. 오른쪽 동백나무들 사이에 숲길 입구가 보인다.
ⓒ 조남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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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바깥 입구에서 본 동백나무들. 동백꽃잎이 살짝 보인다.
 숲바깥 입구에서 본 동백나무들. 동백꽃잎이 살짝 보인다.
ⓒ 조남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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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지방기념물 제 27호로 지정된 마을의 자랑이자 상징인 동백마을숲은 마을 한가운데 있다. 리사무소 근처에 있어 찾기도 쉽다. 숲은 의외로 작다. 마을 총 면적 1542ha 중 숲이 0.7ha를 차지한다.

안내자가 없었더라면 하마터면 이곳이 아니라 다른 곳이 또 있겠지 하고 지나칠 뻔했다. 동백마을숲에는 300년된 동백나무 고목들 50여 그루와  참식나무, 생달나무, 후박나무, 삼나무, 옛 감귤나무와 보호수로 지정된 팽나무 고목 3그루 등이 자라고 있다.

동백마을숲 입구.
 동백마을숲 입구.
ⓒ 조남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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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마을숲
 동백마을숲
ⓒ 조남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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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안으로 들어서면, 과거와 연결될까

숲 입구 앞에 서자 묘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척 봐도 제법 오래되어 보이는 고목들이 입구에서부터 수문장처럼 지키고 섰다. 숲의 안쪽을 엿보자 나무 데크가 깔려 있는 산책로가 눈에 들어온다. 그래도 발걸음을 떼기가 왠지 망설여진다. 이 안으로 들어서면 과거로 통하는 세상이 펼쳐지는 것은 아닐까,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입구에 세워진 안내판을 읽고 나니 괜한 느낌이 아니었나 보다. 이 숲은 신흥2리 동백마을의 설촌터다. 숙종 32년(1706년)에 광산 김씨 입도시조 십이세손 사형제 중 막내인 김명환이란 이가 표선면 토산리에서 신흥리로 들어와 정착했는데, 다른 성씨들도 모여들어 백여 호의 가구가 되면서 마을을 이루었다고 한다.

당시 울타리용 방풍림으로 동백나무가 식재된 것이 이 숲이다. 실제로 동백마을숲 안에는 과거 마을이 형성되던 시기의 흔적이 남아 있다. 초창기 심던 귤나무, 오래된 통시(화장실) 흔적, 과거 올레길의 모습 등이다.

오래전 통시의 흔적.
 오래전 통시의 흔적.
ⓒ 조남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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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나무들 사이로 데크가 깔려진 산책로가 있다.
 동백나무들 사이로 데크가 깔려진 산책로가 있다.
ⓒ 조남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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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도록 동그랗게 깔린 나무 데크 산책로를 따라 숲을 감상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십오 분 정도면 충분하다. 300여 년 전 사람들이 들어와 마을이 형성되던 모습도 상상해 본다. 동백꽃잎이 떨어진 옛 통시에서 시원하게 볼일을 보던 옛 사람들도  떠올리며 한 바퀴 돌아본다.

동백마을숲이 제10회 아름다운숲 전국대회에서 받은 상의 이름은 아름다운 숲지기 부문 공존상이다. 숲지기 부문 공존상. 300년의 과거를 품고 있는 이 작은 숲을 지키고 보전해 나가려는 마을 사람들의 노력을 느낄 수 있다.

원래 사유지였던 이 숲은 마을만들기 사업의 일환으로 주민 설득과정을 거쳐 공유화된 것이라고 한다. 동백고장보전연구회라는 마을 자체 기구가 동백마을숲을 가꾸고 보전하는 역할을 한다. 숲이 마을 사람들의 삶에 어우러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마을 주민들은 동백나무 양묘장을 만들어 후계림을 육성하고 있고 해마다 마을 곳곳에 동백나무 심기 활동을 한다.

숲 입구에 있는 제10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 숲지기상 수상 안내판.
 숲 입구에 있는 제10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 숲지기상 수상 안내판.
ⓒ 조남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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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나무 양묘장. 신흥2리 동백마을 주민들의 동백나무를 향한 정성과 노력이다.
 동백나무 양묘장. 신흥2리 동백마을 주민들의 동백나무를 향한 정성과 노력이다.
ⓒ 조남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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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나무, 이렇게 쓰이는 데가 많았다니...

동백나무는 마을 사람들의 생활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동백꽃이 떨어지는 겨울에서 봄이 되면 마을 할망들은 삼삼오오 모여 동백꽃과 동백씨앗을 줍는다. 거두어 들인 동백꽃과 동백기름은 국내 화장품 회사의 화장품 원료로 쓰인다.

마을에 있는 공동방앗간에서 동백나무 씨앗으로 동백기름을 만들고, 동백비누 등의 제품이 되어 마을 소득 창출로 이어진다. 옛날 동백기름을 음식재료로 쓰고 머리를 단정하게 하는 데 썼던 것처럼 지금도 동백마을에서는 동백기름이 생활 속에서 쓰이는 셈이다.

제주도에 동백나무로 유명한 곳이 신흥2리 동백마을뿐인 것은 아니다. 규모로 따지면 조천읍 선흘리 동백동산, 남원읍 위미 동백나무군락 등이 더 크지만, 동백나무를 이용한 이러한 자연스러운 방식의 마을소득 창출은 동백마을이 유일하다고 한다.

떨어진 동백꽃들을 마을 할망들이 주워 마을사업에 활용한다.
 떨어진 동백꽃들을 마을 할망들이 주워 마을사업에 활용한다.
ⓒ 동백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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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마을은 한국지역난방공사와 자매결연을 맺고 동백나무를 심은 약 15km의 동백나무 올레길을 조성하였다.
 동백마을은 한국지역난방공사와 자매결연을 맺고 동백나무를 심은 약 15km의 동백나무 올레길을 조성하였다.
ⓒ 조남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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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서 조성한 동백나무길에서 만난 동백꽃.
 마을에서 조성한 동백나무길에서 만난 동백꽃.
ⓒ 조남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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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을에서 동백나무는 계속해서 늘어날 모양이다. 마을은 지역난방공사와 1사1촌을 맺고 마을 안 도롯가에 새로운 '동백나무 올레길'을 조성하고 있다. 2014년까지 약 3000그루의 동백나무를 심은 약 15km의 길을 완성할 계획이다.

동백마을숲이 과거 설촌 당시 조상들의 선물이라고 한다면, 현재의 마을 주민들도 미래 300년을 보고 후대를 위해 동백나무를 심고 있는 셈이다. 동네 앞 도로, 마을 안 돌담길, 마을 농가 등 동백마을에서는 어디서나 동백나무를 만날 수 있다.

동백마을숲은 동백나무 군락지만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 이 마을 그 자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동백꽃이 피는 겨울이다. 300년 마을 역사를 간직한 숲과 함께 동백꽃 줍는 마을 사람들을 만나보기도 좋은 계절이고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는 전국의 아름다운 숲을 찾아내고 그 숲의 가치를 시민들과 공유하여 숲과 자연, 생명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한 대회로 (사)생명의숲국민운동, 유한킴벌리(주), 산림청이 함께 주최한다. 생명의숲 홈페이지 : beautiful.forest.or.kr | 블로그 : forestforlife.tistory.com



태그:#제주도, #동백마을숲, #신흥2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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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사는 서울처녀, 제주도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전해드릴게요 http://blog.naver.com/hit1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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