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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지난 22일 '불법선거 규탄과 박근혜 대통령 사퇴 촉구 미사'에서 연평도 포격 발언으로 논란이 된 박창신 천주교 전주교구 원로신부를 26일 익산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다음은 박 신부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편집자말]
'불법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미사'를 집전했던 박창신 전주교구 원로신부가 26일 오후 전북 익산 자신의 자택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지난 18대 대선에 대해 "중립을 지켜야할 국가기관이 종북 이야기로 상대후보를 비방하고 약점을 잡으면, 그 선거는 완전 무효이다"고 지적했다.
 '불법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미사'를 집전했던 박창신 전주교구 원로신부가 26일 오후 전북 익산 자신의 자택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지난 18대 대선에 대해 "중립을 지켜야할 국가기관이 종북 이야기로 상대후보를 비방하고 약점을 잡으면, 그 선거는 완전 무효이다"고 지적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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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국미사가 있었던 금요일 이후 나흘간 신부님의 생활과 생각이 궁금합니다.
"제 생활은 평범했어요. 운동 다녀오고 그랬죠. 다만 어제는 보수단체들이 그러니까 좀 함부로 다니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아주 평범했어요. 한가지, 다니면서 이번 기회에 종북몰이 같은 것은 없어져야 되겠다 하는 굳은 신념만 있어요."

- 신부님께서 강론을 통해서 진짜 하시고 싶었던 말씀은 무엇입니까.
"강론 내용은 루가복음 12장 54절을 묵상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너희들은 자연현상 이런 징표는 잘 보지만 시대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이야기하지 않는구나' 하시며 시대의 징표를 이야기한 것이 있어요. 오늘날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면서 자연은 어쩌고 성경은 어쩌고 그런 이야기를 하는데, 하지만 시대 돌아가는 것을 크리스찬들은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예수님은 그것을 했는데도, 안해요. 나는 그래서 그것을 말하면서 오늘날 이 시대의 징표는 뭐냐, 도대체. 제일 중요한 것이 종북몰이다. 이것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고, 얼마나 많은 정치적인 불이익과 이익이 생겼고, 얼마나 이슈가 생겼나를 생각해보면, 이것은 내가 꼭 이야기를 해야겠다, 그런 생각으로 강론을 했습니다."

- 그러니까 신부님께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들어선 이후에 종북몰이, 예전으로 이야기하자면 빨갱이 만들기, 낙인찍기가 더 성행하고 있다고 보시는 거죠.
"그렇죠. 김대중 대통령 때 북한과 화해하고 6·15 선언하고 서로 악수하고 교류하자고 했습니다. 그때 종북몰이 있었나요? 없었거든. 노무현 대통령도 10·4 선언하고, 당시에도 없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들어서서 종북몰이가 시작됐는데, 그 시발점이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을 통해서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면서 종북몰이가 시작됐어요. 이거는 안됩니다.

한 대통령이 화해를 했으면, 그 다음 대통령도 화해를 하고 발전해서, 개성공단도 발전하고 철도도 놓고 러시아까지 가고 그래야지요. 지금 우리 남한이 섬입니다. 북한을 통과 못하기 때문에. 물류가 배로 다니니까 얼마나 손해입니까. 기차로 가면 쉽지 않습니까. 그전에 화해를 안해봤으면 내 말이 거짓말인데, 화해하고 종북몰이 안했으면서 왜 지금 하냐 이거예요. 왜 옛날로 가냐 이겁니다."

- 사실 정부 여당이 비난하고 싶었던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한 22일 미사 자체였을 겁니다. 그 미사는 어떻게 이루어진 것입니까.
"정의구현사제단을 예전에는 했지만 10년 전부터는 참석을 많이 안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만들어진지는 잘 모릅니다. 전주교구 정의구현사제단 신부가 전화가 와서 참석한 것 뿐입니다."

- 공식적으로 대통령 사퇴 요구까지 나왔는데, 현재 가톨릭 내에 이런 정서가 얼마나 보편적입니까.
"그것은 잘 모르겠는데, 이게 점점 확산될 것입니다. 원래 촛불에서는 사퇴 문제가 진작 있었는데, 사제단에서는 약했죠. 그런데 갑자기 강해졌습니다. 아마 이게 확산이 될 것입니다. 87년 6월 항쟁 전에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때 정의구현사제단이 광주에서 단식을 시작해서 전국을 돌았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붙어서 항쟁의 불이 붙었는데,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있어요."

- 다른 교구의 움직임은요.
"움직임이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마산교구도 그렇고."

"현실 비판하지 않으면, 시대의 징표 이야기 하지 않으면 예수님 교회 아니야"

박창신 전주교구 원로신부.
 박창신 전주교구 원로신부.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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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제의 정치 개입에 비판적인 목소리도 있습니다. 특히 서울대교구 염수정 대주교의 강론이 그런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염 대주교님 강의에 대해서 보수언론에서 왜곡한 것 같습니다. 원래 가톨릭에서 정치개입을 하지 말라는 것은 정당가입이나 노조간부, 시장, 대통령이 되는 것 등을 못하게 하는 것이지, 잘못된 세상을 비판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치에 개입하지 말라는 것은 사회 비판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죠."

- 신부님의 말씀은 시국미사나 종북몰이에 대한 강론은 정치개입이 아니라 현실의 잘못된 사항에 대한 지적이라는 말씀이신가요.
"예, 그렇죠. 그리고 또 한가지. 교회법적으로 정치에 관여하지 말라, 이것보다는 나는 우리 예수님이 중요하다 생각해요. 그 시대 가난한 사람 편에서 권리를 주려했던 예수님은 삐뚤어진 세상에서 활동하다 보니 십자가에 죽었습니다. 저는 가끔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공자, 석가와 예수가 뭐가 다르냐. 뭐가 다르냐면, 예수님은 젊은 나이에 십자가에 죽었고, 그분들은 머리가 파뿌리 되도록 산 겁니다. 그것은 뭐냐. 그분들은 도덕적인 이야기를 했고, 예수님은 현실을 비판했기 때문에, 가진자들이 쳐서 십자가에 죽입니다. 이것이 예수님의 길입니다.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이 현실을 비판하지 않으면, 다시말해 시대의 징표를 이야기 하지 않으면, 이것은 예수님 교회가 아니에요. 예수님을 따르는 것이 아니에요. 이것이 공자님과 예수님이 다른 점입니다. 예수님을 믿으면 그분처럼 살아야죠."

- 시국미사의 핵심은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 요구였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서 사퇴는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정서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나는 정권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평면적인 정권교체 말고요. 분명 사회는 좌와 우가 있습니다. 그 시대 기득권세력들, 사회제도 안에서 좀 여유있게 사는 사람이 있는 반면, 힘들게 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힘들게 사는 사람들은 정권이 바뀌어서 우리도 잘 살았으면 좋겠다, 이런 것들이 투표에 의해 정권교체가 되는 것이 사회가 잘 가는 것입니다. 새가 좌우 날개로 날아야지 한쪽 날개만 있으면, 또 한쪽 날개는 죽여버리면, 뺑뺑 돌기만 합니다. 그런 사회는 멍든 사회죠. 공정한 여론에 의해서 공정하게 정권교체가 되면 언제든 가난한 사람도 재미있게 살고, 반대쪽도 재미있게 사는 사회가 됩니다.

그런데 이번 18대 대선은 그게 안 된 겁니다. 이명박 대통령 때부터 종북몰이를 만든 것이죠. 이미 국가보훈처에서 각 기관마다 교육하고 다니고 그런 것, 다 드러났잖아요. 북한을 적이라 생각하고, 있어야 할 좌를 북한과 연결하니 적이 되는 거죠. 좌는 적이죠, 현재. 우리가 그런 사회가 되면 안됩니다. 그런 종북몰이 속에서 선거를 하는데, 중립을 지켜야 할 국가기관이 종북 이야기로 상대후보를 비방하고 약점을 잡으면, 그 선거는 완전 무효입니다. 정말 무효입니다. 이번이 바로 그것입니다.

거기다가 개표 부정이 있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개표 부정 조사 운동에 관여한 사람이라서 잘 압니다. 총체적으로 개표가 부정됐다고 전 생각합니다. 이것은 백서로도 나왔어요. 또 하나 문제는 공약문제. 실천해야 할 공약을 실천하지 않은 것은 표 도둑질입니다. 지금 경제민주화는 완전히 없어지지 않았습니까. 노인에게 20만 원 준다고 해서 표 찍었지 않습니까. 다 어디갔어요? 표 도둑질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안된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이 꼭 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꼭 사퇴해야 합니다."

- 박 대통령은 왜 국가기관의 범죄행위에 대해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과하지 않는 것일까요.
"사과하면 바로 탄핵 들어갈 겁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아주 사소한 발언으로 탄핵받지 않았습니까. 그것보다 이것은 엄청나게 큽니다."

- 법원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지켜보자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금 법원을 믿을 수 있습니까? 검찰을 믿을 수 있습니까? 수사 방해하고 하는 것 드러났지 않습니까. 국민이 믿지 않을 거예요. 기다릴 시간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바로 사퇴 이야기가 나오는 겁니다. 검찰이 제대로 하면 그런 말 없었겠죠. 못 믿으니 사퇴 이야기가 나오는 겁니다."

▲ 박창신 신부 "검찰 수사? 두렵지 않다... '종북몰이' 끝내야" '박근혜 대통령 사퇴 촉구' 시국미사에서 연평도 포격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고발당한 박창신 신부가 "출두 요청이 오면 당당하게 나가겠다"고 밝혔다. 영상은 인터뷰 주요 내용을 담고 있다.
ⓒ 심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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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박창신, #정의구현사제단, #종북, #시국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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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기록하지 않으면 사라집니다. 누군가는 진실을 기록해야 합니다. 그 일을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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