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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4' 고아라 정우 유연석
 '응답하라 1994' 고아라 정우 유연석
ⓒ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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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방송 tvN에서 방송하는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94>가 요즘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 드라마는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의 하숙생활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응답하라 1994는>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하숙을 하면서 로맨스를 만들어가는 내용으로 10대부터 40~50대까지 넓은 연령층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숙을 실제로 해 보지 못한 시청자들은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를 보면서 하숙에 대한 로망을 가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대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하숙을 하기 시작한 난, TV 속 하숙과 실제 하숙의 차이점을 온 몸으로 느끼고 있다.

내가 3년 전 하숙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응사와 비슷했다. 지방에서 올라왔기 때문이다. 응사 하숙생처럼 사투리를 쓰지는 않지만 경기도에 살아 학교가 있는 인천까지 통학이 불가능했다. 대학교에 입학을 하면서 기숙사와 하숙을 두고 고민을 많이 했다. 고등학교 2년을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기숙사의 불편한 점을 잘 알고 있어 결국 하숙을 선택하게 되었다. 자취를 하고 싶었지만, 부모님께서 여자 혼자 타지에 사는 것은 위험하다고 반대하셔서 아직까지 못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응사 하숙과 현실 하숙은 확연히 다르다. 가장 큰 차이점은 남녀 같이 하숙하는 것이다. 기숙사처럼 되어 있는 하숙집은 층별로 남녀를 나누지만 많이 없어지는 추세이다. 남자만 혹은 여자만 하숙하는 집이 많다. 또다른 차이점은 응사에 나오는 '신촌 하숙'처럼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드라마는 하숙생들의 생활을 중점으로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에 자유로워 보일 수밖에 없다. 하숙집에서 다함께 맥주를 마시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현실은 거실에서 드라마를 보는 것도 눈치가 보인다.

우선 하숙의 장점은 화장실을 따로 쓸 수 있다는 점이다. 안방에 있는 화장실은 아주머니가 사용하시고 거실에 있는 것은 하숙생이 쓴다. 고등학생 때 기숙사 생활을 했는데 공동화장실, 공동샤워실이었다. 인하대 학교의 기숙사도 화장실과 샤워실은 공동으로 써야한다. 하숙은 적은 인원이 화장실을 사용하기 때문에 샤워실 용품을 분실하는 일은 절대 없다.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메인 포스터.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메인 포스터.
ⓒ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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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숙의 장점이자 특징이라 할 수 있는 것은 밥이 제공되는 것이다. 기숙사 생활을 하면 정해진 시간에 밥을 먹어야 한다. 물론 하숙집도 아침 식사를 하는 시각이 정해져있다. 하지만 기숙사처럼 식사시간이 지난다고 밥을 못 먹는 것은 아니다. 우리 하숙집은 아침 식사 시각이 오전 8시부터 오전 9시까지다. 9시가 지나면 아주머니가 반찬을 정리하신다. 9시 이후에 일어난 학생들은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내 차려 먹어야 한다. 밥을 차려주시기도 하지만, 아주머니께 양해를 구해 부엌을 빌려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도 있다. 21년간 모태솔로였던 룸메이트는 남자친구가 생겨 부엌을 빌려 도시락을 쌌던 적이 있다.

마지막 장점은 위험하지 않다는 점이다. 여자가 혼자 자취를 하면 정말 위험하다. 학교 후문에 거주하는 자취생들 중엔 위험한 사건에 휘말린 이들도 있다. 기숙사라고 무조건 안심할 수 없다. 기숙사는 많은 사람이 모여 있어 분실사고가 많고, 최근에는 외부인이 침입하는 사고가 종종 일어났다고 한다. 이곳은 하숙집이기 전에 가정집이기 때문에 하숙은 비교적 안전하다.

단점은 각 하숙집마다 다를 수 있다. 학교 사이트에 보면 정말 너무하다 싶은 하숙집도 있는 반면 정말 가족처럼 챙겨주시는 하숙집도 있다. 내가 살고 있는 하숙집의 단점은 애기가 있다는 것이다. 아주머니 손자가 3살인데 집 근처에 살아 자주 놀러온다. 아이를 좋아하는 하숙생이면 상관이 없겠지만 우리집 하숙생은 모두 아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지난 학기에 아이가 하숙집에서 두 달 정도 살았었다. 그 때가 한창 말을 할 때여서 그런지 몰라도 굉장히 소리를 많이 질러 하숙생들의 생활에 방해가 되었다. 학생들은 아침마다 울어대는 아이의 목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는 일이 많았다. 아주머니께 하숙생들의 불만을 조심스럽게 말씀드렸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아이가 울어봤자 얼마나 울겠냐"였다. 아주머니의 마음도 이해가 가지만 시험기간 만큼은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았으면 했다.

또다른 하나는 세금 눈치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날씨가 추워져 전기장판을 꺼냈다. '취침'으로 맞추고 잘 때만 켜는데도 아주머니는 전기장판을 빼라고 하셨다. 또, 샤워를 할 때도 항상 미지근한 물로 해야 한다. 미지근한 물이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문제는 미지근한 물이 나왔다가 찬물이 나왔다가 한다는 거다. 3년 동안 하숙을 하면서 가장 서러웠던 적은 전기장판을 뺏기고 찬물과 미지근한 물로 겨우 샤워를 할 때였다.

또, 하숙을 하려고 할 때 가장 고민되는 것 중 하나가 '사생활 침해'이다. 우리 하숙은 덜 그런 편지만 다른 하숙생의 말을 들어보니, 하숙집 아주머니가 갑자기 방에 들어오는 일이 많다고 한다. 어떤 하숙생의 고민은 엄마보다 더 자신의 일에 일일이 신경을 쓰고 잔소리를 하시는 아주머니라고 한다.

기숙사, 하숙집, 자취 모두 나름의 장단점이 있다. 나의 거주지를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많은 정보를 모아 비교해 보아야 한다. 정보를 모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집에 살았던 사람의 말을 들어 보는 것이다. 학교 근처에서 거주하려는 학생들은 학교 사이트에서 물어보는 방법이 빠르다. 가끔 보면 다른 학생들이 올려놓은 정보들이 많다. 각 지역, 각 학교마다 하숙 사이트가 있으니 참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태그:#하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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