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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겨울잠에 들어간 만물이 깨어난다는 24절기상으로 경칩이 있는 지난 3월에 여러 명이 어울려서 농사를 짓는 공동텃밭에 나갔다. 아직 흰 눈이 곳곳에 남았지만 봄을 알리는 냉이가 드문드문 보였다. 두껍게 풀과 작물잔사(버리는 줄기나 잎)를 덮어놓은 마늘밭을 지나 양파밭을 보고는 그 자리에서 얼음이 되어버렸다. 마늘밭처럼 두껍게 나뭇잎이 덮여 있고,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고구마줄기 잔사로 단단하게 덮어놓은 것이 아닌가. 혹시나 해서 나뭇잎을 들춰보니 역시나 양파의 흔적은 없다.

지난해 10월 20일께 마늘과 양파를 텃밭회원들과 함께 심었다. 대부분이 농사경험이 없거나 한두 번 정도 경험한 초보 농부들이지만 그 열정은 어찌나 대단한지, 한여름에는 더위를 핑계삼아 새벽부터 나와 앞이 보이지 않는 늦은 밤까지 텃밭에서 함께 일을 하고 막걸리를 나누기도 했다. 간혹 주말이면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는 회원도 있었다.

마늘과 양파를 심으면서 마늘은 내년 봄까지 싹이 나오면 안 되니 햇볕이 들지 못하도록 마른풀과 작물잔사로 두껍게 덮어주고 양파는 햇볕을 봐야 하니 왕겨(쌀의 겉껍질)를 뿌렸는데, 양파밭도 마늘밭처럼 되어있던 것이다. 회원들을 수소문해서 그 일을 한 당사자를 찾아냈다.

"12월에 밭에 나가봤더니 양파가 고드름처럼 얼었더라고 죽는 건가 싶어서 걱정을 하며 내려오다가 근처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 말했더니 얼어죽는다면서 낙엽으로 덮으라는 거야. 그러면서 퇴비하려고 모아둔 낙엽을 쓰라고 하길래 가져다 덮어줬지."

추위를 막기 위해서 흙 위에 왕겨를 두툼하게 뿌린 양파밭. 길게 나온 잎이 덮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추위를 막기 위해서 흙 위에 왕겨를 두툼하게 뿌린 양파밭. 길게 나온 잎이 덮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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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는 양파의 둥근 잎 속에 숨어 있다

결국, 양파는 한 개도 수확을 못했다. 위의 경우처럼 양파관리에 대해서 물어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마늘처럼 이불 덮듯이 다 덮어야 하느냐 마느냐에 대해서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양파는 겨울에도 햇볕을 봐야만 추위를 견딘다.

건강채소로 알려진 양파는 땅속에서 점차 커지다가 반쯤은 흙 위로 올라와서 자란다. 양파를 뿌리채소로 알고 겹겹이 쌓여진 둥근 부분도 뿌리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 보면 뿌리는 밑에 달려 있고 미끈한 비늘로 쌓인 둥근부분은 식물의 몸체구성으로 보면 잎에 해당한다. 그리고 안테나처럼 뾰족하게 위로 자라는 녹색 부분도 줄기라고 생각을 하지만 그것도 광합성을 하는 잎이다. 그렇다면 양파의 줄기는 어디에 있을까?

양파를 반으로 잘라보면 겹겹이 쌓인 가운데에 막대모양으로 된 줄기가 보인다. 즉, 양파줄기는 둥근 잎 속에 쌓여 있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광합성으로 양분을 만들어 내는 녹색의 잎이 햇볕을 받지 못하도록 덮어버리는 것은 양분을 만들지 못하게 하여 양파를 죽이는 것이다.

한겨울에 밖으로 길게 드러난 잎이 얼었다고 해도 광합성을 통해 양분을 만들어주면 뿌리가 혹한의 겨울 날씨를 견디는것이다. 하지만 긴 겨울을 버텨야 하는 양파도 큰 추위에 당할 수 있으므로 잎이 덮히지 않도록 해서 왕겨와 같은 보온재를 덮거나 비닐을 땅에 덮어서 심기도 하며, 반원모양으로 보온비닐을 덮어주기도 한다.

수분이 많은 양파는 가뭄을 타지 않도록 관리하며, 반쯤 묻힌채로 자라면서 잎이 쓰러지면 수확을 한다.
 수분이 많은 양파는 가뭄을 타지 않도록 관리하며, 반쯤 묻힌채로 자라면서 잎이 쓰러지면 수확을 한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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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를 견딜 수 있도록 이불을 덮어주자

양파가 추위에 당하는 경우는 너무 늦게 심어서 겨울이 오기 전에 뿌리가 흙 속에 완전히 자리를 잡지 못하거나 흙이 얼었다 풀렸다 하면서 흙 속에 빈 공간이 만들어져 한기(寒氣)가 들어와 뿌리가 얼어죽는 경우다. 냉해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영하의 날씨로 내려가기 한 달 전에는 양파를 심어서 뿌리가 깊이 내리도록 해주고, 흙 위에 이불처럼 보온재료를 덮어주는 것이다. 하지만 반드시 녹색의 잎이 보이도록 해서 덮어줘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자.

겨울 내내 땅속에서 뿌리만 내리고 버틴 양파는 날씨가 따뜻해지면 점차 둥글게 자라기 시작한다. 수분을 충분하게 필요로 하는 양파는 건조한 흙보다는 약간 습한 흙에서 잘 자란다. 봄 가뭄이 지속되면 물도 공급해주고 웃거름(작물이 자라는 중간에 주는 비료)도 줘야한다.

수확은 6월 초순쯤으로 반쯤 흙 위로 올라오기 때문에 얼만큼 자랐는지 알 수가 있으며 잎이 아래로 축 쳐지면 더 이상 자라지 않으므로 수확을 한다. 보관은 직사광선이 없고 바람이 통하는 서늘한 곳에 두거나 지붕 아래 처마에 매달아두면 오래도록 보관이 가능하다. 양파는 다년생으로 씨앗은 열매를 키운 다음해에 맺는다. 즉, 양파를 뽑지않고 그대로 두면 가을에 잎이 다시 자라고 다음해 봄에 꽃대를 피우기도 한다. 양파를 물이 담긴 컵에 뿌리가 밑으로 하여 담가두면 다시 자라는 것과 같다.

겨울 내내 뿌리만 내리고 있다가 봄부터 둥글게 자라며 흰색과 보라색 양파가 있다.
 겨울 내내 뿌리만 내리고 있다가 봄부터 둥글게 자라며 흰색과 보라색 양파가 있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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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양파, #왕겨, #텃밭, #도시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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