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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일가족 살인 사건', '인천 모자 살인 사건' 등 매스컴을 통해 들려오는 살인 사건들은 등골을 오싹하게 한다. 그런데 듣기만 해도 끔찍한 존속 살인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는 결과가 발표되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게 되었다. 범죄 심리학이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들이 왜, 이와 같은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는지 이면에 깔린 심리를 파악하고 데이터를 모아 분석하는 것이 범죄심리학의 목적이다.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는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를 통해 존속 살인, 친족 강간, 묻지마 범죄 등 최근 급증하는 강력 범죄들이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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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속살인, 외국보다 높게 나타나"

매년 40~50건 일어나던 존속살인이 2012년 195건으로 약 4배 가까이 급증하면서 큰 충격을 주었다. 더 놀라운 점은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 살인 사건 발생 비율이 현저하게 낮음에도 불구하고 존속 살인만은 예외적으로 외국보다 높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외국보다 가족 간의 유대를 강조하는 한국 특유의 문화에서 원인을 찾았다.

이 교수는 "존속 살인의 경우 기본적으로 가정불화를 깔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여러 세대가 모여 사는 가족도 많고, 특히 청년 실업이 대두되면서 캥거루족이 늘다 보니 거기서 트러블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즉, 어릴 때부터 이어진 가정불화에 경제적인 마찰이 더해지면서 부모를 일종의 재산의 대상으로밖에 생각하지 않게 되는 것이 존속 살인의 배경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존속 살인을 사이코패스와는 다르게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이코패스가 선천적인 요인도 크게 갖고 있는 반면 존속 살인은 그 사람이 몇 십년간 겪어온 가정환경이 절대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올해 일어난 '전주 살인 사건'이나 '인천 살인 사건'이 모두 차별을 받아온 둘째가 저지른 일이라는 점도 결코 단순한 우연의 일치가 아니었다.

"사이코패스, 타고나지만 후천적으로 보완 가능"

반면 사이코패스는 일정 부분 선천적으로 타고난 부분이 있다고 이 교수는 밝혔다. 이 교수는 "최근에 사이코패스에 대해 뇌 기능상의 특이점을 연구한 바로는 사이코패스는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현저하게 낮은 특이점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타인에 대한 공감, 죄의식, 고통에 대한 공감 능력이 근본적으로 없어 세상을 철저히 자기 위주로 생각하고 이기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 교수는 이것을 '누구나 갖고 태어나는 개인차'라고 규정했다. 후천적으로 보완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말이다.

"어떤 사람은 음치로 태어나고, 어떤 사람은 절대음감을 갖고 태어나는 것처럼 선천적으로 공감 능력이 없이 태어나는 사람도 있다. 이런 결핍은 후천적인 노력을 통해 충분히 보완될 수 있다. 음치로 태어나도 다양한 음악을 듣고 경험하면서 충분히 음악 감상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그와 같이 풍부한 환경적 자극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유전적으로 그런 결핍을 타고 태어난 사람들의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작년 8월 여의도에서 일어난 '묻지마 칼부림 난동'은 어떻게 해석될 수 있을까. 이 사건으로 인해 '묻지마 범죄'에 대한 이유와 배경이 대대적으로 조명되기도 했다. 이 교수 '묻지마 범죄'가 외국의 총기난사사건과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다며 심도 있게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에 의하면 미국에서 총기를 난사하는 이들의 가장 근본적인 동기는 '일종의 복수극'이라고 한다. '묻지마 범죄' 역시 복수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특정 개인, 집단에 대한 분노라기보다 사회적인 부적응으로 분노가 해소되지 못하고 쌓이면서 자신에게 피해를 줬다고 생각되는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벌이는 범죄라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타고난 범죄자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설령 사이코패스처럼 일정한 가능성을 안고 태어난다 해도 후천적인 환경의 노력으로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 결국 사람 간의 관계 속에서 서로에게 관심을 보이고 이해하는 것이 범죄를 막을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태그:#이털남, #범죄심리학, #이수정, #존속 살인, #묻지마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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