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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부분의 솥뚜겅이 아랫부분의 용기와 합해져 잘 맞다는 의미를 나타낸다.
▲ 합(合)자의 자형 변화 윗부분의 솥뚜겅이 아랫부분의 용기와 합해져 잘 맞다는 의미를 나타낸다.
ⓒ 漢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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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는 일찍이 중국의 역사를 일치일란(一治一亂)으로 예언한 바 있다. 분열과 통일을 반복하는 중국사를 소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에서는 "합해진 지 오래되면 나눠지고, 나눠진 지 오래되면 반드시 다시 합해진다(分久必合, 合久必分)"는 말로 간명하게 표현한다.

역사적 경험을 통해 분열이 가져오는 혼란의 참상을 누구보다 잘 아는 중국인들은 그래서 중국공산당의 일당독재나 다소간의 비민주적인 통치방식에도 비교적 관대하게 수용하는 편이다. 사회 전반적으로 '합(合, hé)' 의 가치에 동의하고 암묵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갑골문에 보이는 '합(合)'자는 솥의 위 뚜껑과 아랫부분의 용기가 하나로 알맞게 합해짐을 나타낸다. 여기에서 닫다, 합하다, 알맞다는 의미가 파생된 것이다. 현재 중국은 여러 개의 솥뚜껑이 '중국(中國)' 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잘 합(合)해져 있는 역사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56개의 민족을 '중화(中華)'라는 이름으로 하나로 묶고, 한족의 역사뿐만 아니라 이민족의 역사도 큰 틀에서 중국역사로 편입하는 '합(合)'의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는 시점이다. 대다수의 중국인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합(合) 이데올로기'에 견해를 같이하며 불모이합(不谋而合, bùmóu'érhé)의 태도를 보인다.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의 <영웅(英雄)>에서 충분한 능력을 갖춘 전설의 자객이 천하의 안정과 통일을 위해 진시황의 시해를 스스로 포기하고 죽음을 선택하는 것처럼 티베트와 위구르의 소수를 제외하면 대다수의 소수민족들도 자발적으로 '하나의 중국'을 지지하고 있다.

전국시대 강대국 진(秦)에 대항하기 위해 소진(蘇秦)의 종적 연대인 합종(合從)에 맞서 장의(張儀)는 진이 6국과 개별로 횡적 동맹을 성사시키는 연횡(連衡)으로 중국을 통일하였다. 지금도 중국 중앙정부는 소수민족을 개별적으로 각종 혜택과 발전공약으로 회유, 포섭하며 '하나의 중국'을 굳건히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위나라의 조조는 진상되어온 당시 귀한 우유를 혼자 마실 수 없어서 한 입 조금 마시고는 우유병에 '합(合)'자를 써서 조정의 신하들에게 주었다고 한다. 신하들은 그 우유를 한 모금씩 돌려가며 마셨다. '合'자가 사람 인(人), 한 일(一), 입 구(口)가 모여 된 글자여서 '사람마다 한 모금씩'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발전의 성과를 한 입씩 골고루 나눠 먹는 것이 어쩌면 '합(合)'를 유지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지도 모른다. 지금 중국은 하나로 합(合)해진 상태이고 소수민족의 독립 등 분열을 예방하기 위해 강력한 중국공산당독재를 실시하고 있지만 극심한 빈부격차와 지역차를 극복하지는 못하고 있다.

'합구필분(合久必分)'의 역사적 경험으로 비춰보면 합(合)의 상태인 '하나의 중국'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태그:#合, #중국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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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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