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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이 썰전에서 NLL발언한 걸 두고 내가 "기민하다"고 표현했는데, 그건 다음 총선이 이번 박통 임기말이기 때문이다. 그때 즈음이면 "좀 다른 여당" "그러나 민주당은 싫음"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을 것. 다시 말하지만 아무튼, 기민한 사람.
-허지웅 트위터

지난 JTBC <썰전-독한 혀들의 전쟁> 19회 NLL발언으로 홍역을 치른 강용석에 대한 허지웅의 멘션이다. 당시 강용석은 NLL 대화록 전문을 읽어보았을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은 NLL 포기발언을 한 적이 없다"라면서, 국정원의 NLL 대화록 공개 파문 자체를 '물타기'라고 표현한 바 있다.

후폭풍은 강했다. 그를 지지하던 커뮤니티와 보수 논객들은 일제히 비난 화살을 날렸고, 그의 팬 카페는 '강용석 지지철회'를 선언하며 카페 대문에 강용석의 사진을 아예 지워버렸다.

강용석 NLL발언이 가지는 메시지

여기까지 파악하고 다시 허지웅의 멘션을 읽어보자. 텍스트만 읽고 진위를 정확히 파악하긴 어렵지만, 강용석의 최종 목적지는 역시 '정치'에 있는 듯하다. 그런 측면에서 그의 이번 NLL발언은 크게 세 군대의 진영에게 메시지를 심어준다. 본인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첫째. 이념적 논리에서 한 발짝 비켜서있는, 그것이 정치적 혐오에 의해서든 무관심에 의해서든 지지정당이 없는 이들에게 강용석 자신은 '꼴통'이 아닌 '합리적 보수'라는 메시지를('합리적 보수'와 '민생의 진보'는 스스로를 중도라 일컫는 이들과 20-30대들이 가장 매력적으로 느낄 정치적 스탠스다).

둘째. 자신의 지지 기반이었던 커뮤니티들에겐 사안에 따라서 거리를 둔다는 메시지를(어차피 극단의 이념을 가진 집단의 지지자들은 강용석이 향후 정치를 하든, 방송을 하든 합리적인 조력자가 될 수 없음을 파악한다면 당연한 선택이다).

셋째. 제 3의 정당을 준비하는 이들(그것이 설사 안철수 신당이라 할지라도)에게는 자신의 대중적 영향력과 포용력을 어필하는 메시지를.

<썰전>, 그리고 강용석

<썰전>이 지난 11일 방송에서 20회를 돌파했다. 그 중심에는 강용석이 있다. 20회 특집방송 2부에서 다뤄진 <썰전> 빅 데이터 분석을 통해서 입증 되었듯이, <썰전>의 최대 수혜자는 다름 아닌 강용석이다.

겨우 20회 동안 강용석의 이미지는 그렇게 대중들의 머릿속에서 세탁되었다. 물론 그 전에 <슈퍼스타 K>에서 무모했던 오디션 도전이나, <화성인 바이러스>에서의 '고소 집착남'과 같은 처절한(?) 물밑작업도 이러한 결과를 얻기 위해 그가 바닥부터 치고 간 흔적이다.

그러는 사이 강용석도 내홍이 잦은 '일베'보다는 그의 바람대로 30대 여성들이 모여 있는 '레몬테라스'에서 자기지분을 서서히 넓혀갔고, '스나이퍼'의 이미지보다는 '베어'형의 귀여운 이미지를 얻기도 했다. 사회학적 논점을 강조하는, 다소 현학적인 이철희 소장과는 달리, 현실적인 멘트와 사고로 시청자들에게 '열린 정치인'의 포지션도 구축했다.

세 개의 고정 프로그램. 여성지와 패션지에서도 그에게 호의적인 기사가 생산된다. 성희롱 발언으로 제명당한 정치인의 행보치고는 놀랍기까지 하다.

그리고 NLL이다. 그는 이 20회 특집방송에서 19회때 주장했던 자신의 의견을 고수했다. 허지웅 말대로 기민한 선택이다. 만일 20회 방송에서 다른 변명을 늘어놓았다면, 지금껏 쌓아놓은 세탁된 이미지도 한 방에 날아갈 것이 뻔했다. 양 사이에 끼이면 아무것도 이뤄내지 못한다.

'하시모토 도루'와 그의 행보

이에 대해 그와 곧 잘 비교되는 일본의 '하시모토 도루'의 행보를 보면, 지금 현재 그가 얼마나 합리적으로 상황에 반응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딱히 내세울 게 없는 출신성분을 극복한 인간승리. 호감형 변호사. 미디어로 만들어진 이미지. 그리고 우파의 희망.

이러한 하시모토와의 공통점과 강용석이 갖는 몇 가지 차이점. 하시모토가 강용석과는 비교를 불허할 정도로 '막장'이라는 것과는 별도로, 흔히 이념적 노선이 한쪽으로 과다하게 쏠려있다는 집단들과 강용석은 흐릿하나마 선을 그었다는 것이다. 하시모토의 실패는 결국 그 선을 넘어서다가, 위안부 발언을 계기로 국외는 물론 국내의 여성인권문제까지 연루되며 나락으로 추락한 케이스.

결국 특정 집단이 아닌 다수의 대중. 정치인, 혹은 방송인이 필요한 것은 특정 사이트나 집단의 지지가 아니라 '다수의 대중', 그들의 지지다.

기민한 강용석. 개인적인 바람으론 변호사, 혹은 정치 평론가의 타이틀을 달고 계속 방송인으로 남아주길 바라지만, 지금의 상태에서는 정청래 의원과 다시 맞붙으면 왠지 그가 이길 것 같아 말리기도 뭣하다.   

어쨌거나 이제 그는 몇 개의 벽을 넘었다. 돌아가기도, 돌아갈 이유도 없는 지금의 상황에서 그는 또 어떤 선택을 해나갈까. 덧붙이고 싶은 말은 그에게 필요한 것은 이제 '다수의 대중'이 된 이상, 그가 고려해야 하는 건 언제나 '다수의 상식'이라는 지점. 그것만 놓치지 않길 바랄 뿐이다.


태그:#썰전, #강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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