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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위기가 소강상태로 접어들었지만 대화국면의 미래는 아직 밝지만 않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코리아연구원과 함께 위기극복과 대화국면 조성의 가능성을 타진해보기 위한 특집을 마련했습니다. 러시아, 중국, 북한, 미국, 일본의 대한반도정책을 전망해보고 정책결정과정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과 조직을 살펴볼 것입니다.

이번 기획에는 윤성학(러시아·고려대학교 러시아CIS 연구소 연구교수), 주장환 (중국·한신대교수), 김준형 (미국·한동대교수), 장용훈(북한·연합뉴스 기자), 양기호 (일본·성공회대교수) 등 국가별 전문가들이 참여할 예정입니다. [편집자말]
최근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과 한반도 긴장상태에 대해 러시아 속내는 복잡하다. 일부 러시아 학자와 언론은 이러한 사태는 북한의 붕괴로 가는 과정이며 김정은 국방위원장에 대해서는 한국을 인질 삼아 세계를 위협하는 핵 퍼포먼스를 벌이는 철없는 악마라고까지 조롱하고 있다. 북한 핵 문제를 나름대로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해결을 자신하였던 푸틴 대통령이 계속되는 북한 핵 실험으로 망신을 자초하고 난 뒤 러시아의 대북한 보도는 호의적이지 않다.

G2 시대와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대외정책은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G2 시대에 '와일드 카드'로서의 러시아의 전략적 가치를 극대화하고 다자간 지역안보협력체계를 강화하여 러시아의 국익을 극대화하는데 있다. 사진은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왼쪽)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지난 7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회담을 갖고 공동기자회견하는 장면.
 푸틴 대통령의 대외정책은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G2 시대에 '와일드 카드'로서의 러시아의 전략적 가치를 극대화하고 다자간 지역안보협력체계를 강화하여 러시아의 국익을 극대화하는데 있다. 사진은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왼쪽)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지난 7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회담을 갖고 공동기자회견하는 장면.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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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속마음은 종잡을 수 없고 예측과 통제가 어려운 북한과 함께 하기보다는 경제 협력 시너지가 높은 '통일한국'에 가 있다는 것은 여러 러시아 학자들의 논문과 주장에 잘 나타나 있다. 모스크바 국립국제관계대학(MGIMO)의 드미트리 라빈 교수, 콘스탄틴 시모노프 소장, 그리고 처음으로 '남북한 통일 프로세스'를 주장한 콘스탄틴 코사초프 前러시아 국가두마 의원은 러시아 입장에서 가장 효과적인 한반도 외교정책 환경은 한반도 비핵화와 통일한국에 있다고 주장하였다.

2012년 3기 집권에 성공한 푸틴 대통령의 대외정책은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G2 시대에 '와일드 카드'로서의 러시아의 전략적 가치를 극대화하고 다자간 지역안보협력체계를 강화하여 러시아의 국익을 극대화하는데 있다. 이를 위해 러시아는 자신의 앞마당인 구소련 국가들에게 대해서는 EU 수준의 '유라시아연합(Евразийский Союз)'을 추진하고 있으며, 동북아 지역에서는 6자회담 체제의 다자간 안보협력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푸틴의 한반도 전략은 동북아 지역에서 다국적 질서의 형성을 위한 다자협력을 강화하여 러시아가 동아시아 국가로 복귀하는 것이다. 동북아 지역의 가장 큰 외교적 현안인 북한 핵 문제에 대해 러시아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2007년도의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2007년 북한의 핵 실험에 대해 러시아는 국제사회와 함께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북한에 대한 무력제재에 대해 반대하였으며 북한 문제는 6자회담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대북 경제협력 추구하는 러시아

이번에도 러시아는 북한을 제재로 압박하기보다는 다시 6자회담으로 끌어들여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중국 방문 이후 6자회담의 재개에 대해 적극 찬성을 표시하였다. 푸틴 정부는 국가적 과제인 극동 개발과 아시아에서의 영향력 유지를 위해 지역 평화와 안정을 중시할 수밖에 없으며 북한 핵 문제로 미국의 개입이 증가하고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미사일 방어(MD) 시스템을 구축할까 우려하고 있다.

러시아는 기본적으로 제재를 통해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유엔과 국제사회가 지난 20년 동안 북한에 대해서 금수 조치, 통상 및 비행 제한, 송금 금지 등 가능한 모든 제재를 취하였지만 북한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제재와 봉쇄를 통해 북한 정권의 붕괴를 기대하기보다는 북한을 '길들이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보고 있다. 

러시아는 북한을 길들이는 방법으로 경제협력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미 러시아에는 약 3만 명으로 추정되는 북한 노동자들이 벌목장과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으며 북한의 고려항공은 블라디보스토크와 평양을 운행하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 러시아와 북한의 국경지대인 두만강과 하산을 통한 육로 및 철로 이동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2014년부터는 북한 나진항과 러시아 하산을 잇는 북러 국경철도가 본격적으로 정기 운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총 52km에 이르는 나진~하산 구간의 철도는 나진항 제3부두의 화물 터미널을 거쳐 러시아산 석탄을 한국과 중국으로 운송할 예정이다.

주목해야 할 러시아 인사들

조선중앙TV는 2011년 8월 30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담은 기록영화를 방영하면서 김 위원장의 전용칸으로 보이는 특별열차 내부를 공개했다. 하산역에 도착한 김 위원장이 열차 내에서 극동연방 관구 대통령 전권대표 빅토르 이샤예프 등 러시아 인사들과 담소하는 모습.
 조선중앙TV는 2011년 8월 30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담은 기록영화를 방영하면서 김 위원장의 전용칸으로 보이는 특별열차 내부를 공개했다. 하산역에 도착한 김 위원장이 열차 내에서 극동연방 관구 대통령 전권대표 빅토르 이샤예프 등 러시아 인사들과 담소하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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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대한반도 정책과 관련하여 주목하여야 할 부서와 인물은 푸틴 3기 정부에서 신설된 '극동개발부'와 극동연방관구 대통령 전권대표로 장관을 겸직하고 있는 빅토르 이샤예프이다. 극동개발부는 낙후된 극동 지역의 지역개발을 국가적 과제로 추진하기 위해 푸틴정부가 만든 특별 부서로서, 이 지역 개발을 위한 정책을 입안하고 남북러 경제협력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빅토르 이샤예프 극동개발부 장관은 푸틴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 보낸 인물로서 러시아의 대한반도 정책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빅토르 이샤예프는 전 하바롭스크 주지사로서 북한 전문가로서 김정일과 특별한 친분을 바탕으로 수차례 북한을 방문하였으며 김정일은 기차를 타고 특별히 하바롭스크를 둘러보기까지 하였다. 러시아 극동지역 가운데 연해주와 블라디보스토크가 경제를 중시하여 한국과 가까운 반면 하바롭스크는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도시로 북한과 비슷한 이미지가 있다.

푸틴 대통령은 올 9월 개최될 예정인 상트페테르부르크 G20 정상회의 기간에 취임 이후 처음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별도의 양자회담을 가지게 된다. 이 양자회담의 주요 의제는 한러간의 경제협력 및 인적교류 확대와 함께 그동안 논의되어 왔던 가스관 연결, 대륙철도연결, 전력망 연결 등 남북러 메가 프로젝트 추진이 거론될 것이다.

러시아는 오래전부터 극동의 전략적 가치(자원 공급, 유라시아 교통망) 극대화에 가장 중요한 협력 파트너로 한국으로 보고 있으며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을 극동개발에 적극 참여시킬 계기로 보고 있다. 다른 어느 때보다 올 9월 한러정상회담이 중요한 이유는 두 나라의 정상이 취임 이후 첫 번째 만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9월 한러정상회담 전망

푸틴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은 올 9월 회담이후 향후 5년간 다양한 양자 및 다자간 회담을 진행하여야 하는데 첫 단추가 잘못 끼이면 향후 회담에서도 추진력을 얻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반면 첫 회담에서 서로의 입장과 협력의 필요성을 공감한다면 향후 5년간의 한러관계는 크게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양국 정상은 공감대가 높은 경제협력 의제를 먼저 꺼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올 9월 한러정상회담이 중요한 두 번째 이유는 북한의 핵실험과 군사적 도발이후 만나는 첫 번째 회담이라는 점이다. 한국과 러시아는 북한 문제에 대해 기본적인 입장은 같이 하면서도 해결 방안에 대해서는 미묘한 차이점을 보이고 있는데, 차별성을 부각시키기보다는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라는 전략적 측면에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올 9월 한러정상회담에서는 그동안 지지부진한 한러 협력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남북러 가스관 건설 문제에 대해 원칙적 합의 이상의 추진 일정이나 협력체계를 제시하여야 하며 극동개발과 자원개발을 위한 한러 협력방안이 나와야 할 것이다. 동북아 국가들 가운데 다른 어떤 나라들보다 경제적 상호 보완성이 높은 한국과 러시아가 경제적으로 협력한다면 양국의 경제발전은 물론이고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에도 큰 기여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윤성학님은 고려대학교 러시아CIS 연구소 연구교수입니다. 이 글은 코리아연구원 홈페이지(knsi.org)에도 함께 실립니다.



태그:#러시아 한반도전략, #푸틴과 한반도, #러시아의 북한정책, #한러 정상회담, #러시아 극동개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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