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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장어 수육은 가시오가피 잎과 풋마늘에 배추쌈을 하면 그 맛이 가히 환상이지요.
 꼼장어 수육은 가시오가피 잎과 풋마늘에 배추쌈을 하면 그 맛이 가히 환상이지요.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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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꼼장어로 불리는 먹장어는 다갈색 몸빛에 윤기가 자르르합니다. 껍질 채 숙회를 해먹으면 그 맛이 별미지요. 단백질 함량이 높은데다 콜라겐이 풍부해 서민들이 즐겨 찾는 대표적인 술안주랍니다. 부산 등의 업소에서는 꼼장어 껍질을 벗겨낸 채로 요리해서 나오는데 사실은 껍질 채 먹어야 최곱니다.

예전 해방 후에는 핸드백의 고급 가죽소재로 일본으로 죄다 수출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당시에는 껍질을 벗겨내고 살코기는 다 버려진 것이지요. 2002년 국내의 한 피혁가공 업체에서 공업용으로 수입한 냉동 꼼장어를 식용으로 내다팔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적도 있답니다.

알고 계셨나요? 꼼장어가 어류가 아니라는 사실을

꼼장어는 어류가 아닙니다. 척추동물입니다. 턱뼈가 없어 무악류로 분류되며 둥근 입 때문에 학자에 따라 원구류로 분류하기도 한답니다. 무악류와 원구류는 척추동물 중 가장 하등동물이라고 합니다. 꼼장어 이 녀석은 척추동물입니다. 스태미너 식품으로 널리 알려진 것은 껍질을 벗겨내도 한동안 살아서 꼼지락거리기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또한 꼼장어라 불리게 된 겁니다.

오랜만에 진짜배기 선술집을 찾아냈습니다. 서민적인 분위기에다 아주머니의 손맛이 깊어 음식 맛이 남다릅니다. 남도의 맛이 한껏 배어있는 상차림은 우리 일행들의 입맛을 순간에 사로잡았습니다. 제철 식재료를 이용한 음식들입니다. 매일 시장을 봐오기 때문에 시장 상황에 따라 안주는 달라집니다. 가격 또한 당일의 경매가를 기준으로 하지요.

바지락과 쑥향이 어우러진 바지락쑥국으로 먼저 속을 달랩니다.
 바지락과 쑥향이 어우러진 바지락쑥국으로 먼저 속을 달랩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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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차림이 좀 별나 보이는데요. 튼실한 바지락과 쑥향이 어우러진 바지락쑥국으로 먼저 속을 달랩니다. 색다른 가시오가피 잎에 다시마, 열무물김치, 파김치 등 남도의 토속적인 음식들이 기본입니다. 여린 배춧잎을 된장과 막걸리식초에 조물조물 무쳐낸 배추물겉절이는 토속적인 맛이 도드라집니다.

꼼장어수육입니다. 대중소로 구분해서 2, 3, 4만 원을 받는답니다. 중간 크기면 셋이서 먹기에 아주 딱입니다. 살짝 데쳐낸 부추와 함께 먹으니 참 좋군요. 간 기능에 좋은 부추와 기력 보강에 좋은 꼼장어의 만남 그야말로 찰떡궁합이지요. 나른한 봄철 춘곤증에 아주 제격입니다.

선술집 벽에는 주당들이 따낸 병뚜껑을 하나둘 걸어두었습니다.
 선술집 벽에는 주당들이 따낸 병뚜껑을 하나둘 걸어두었습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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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술집 벽에는 주당들이 따낸 병뚜껑을 하나둘 걸어두었습니다. 저걸 다 채우려면 얼마나 많은 술병을 비워내야 할까요. 주인아주머니는 병뚜껑이 너무 많아 일부를 떼어냈다고 합니다. 그냥 두면 더 좋을 텐데요.

행복한 식감, 진정한 식도락이란 이런 겁니다

이곳 선술집에는 탁자가 달랑 4개뿐입니다. 늘 미식가들과 주당들로 붐비기 때문에 예약은 필수랍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쉬운 발길을 돌리기 부지기수랍니다. 부추와 꼼장어의 조화도 좋지만 꼼장어 수육은 쌈으로도 그만입니다. 가시오가피 잎과 풋마늘에 배추쌈을 하면 그 맛이 가히 환상이지요. '사그락~사그락~'대는 독특한 꼼장어의 식감과 가시오가피 이파리 아린 향이 입안을 행복감으로 감싸주거든요.

된장에 찍어 먹는 풋마늘입니다.
 된장에 찍어 먹는 풋마늘입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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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풍나물 쌈도 괜찮답니다. 방풍나물과 가시오가피 이파리에 꼼장어 수육 쌈맛도 쉬 잊지 못할 겁니다. 입안에 봄 향기가 은은하게 퍼집니다. 진정한 식도락이란 이런 겁니다.

"꼼장어수육 이거 별민데요."
"아구, 수육도 이렇게 나와요, 매일 장을 봐서 다 생물만 써요."

여수수협공판장이 경매를 쉬는 매주 첫째 셋째 일요일은 휴무입니다. 그날은 싱싱한 생선을 구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갑오징어와 새우, 준치 등의 해산물도 선보인답니다. 지인의 말에 의하면 이집의 서대회 맛도 빼놓을 수 없는 존재랍니다. 이곳은 맛돌이가 진짜 혼자만 알고 싶은 멋진 선술집이랍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꼼장어 수육, #선술집,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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