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30일 오전 9시 30분부터 금속노조 위원장 간담회를 하고 체육대회를 했습니다.
▲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현수막 30일 오전 9시 30분부터 금속노조 위원장 간담회를 하고 체육대회를 했습니다.
ⓒ 변창기

관련사진보기


'불법파견 철폐, 정규직 쟁취, 금속노조 위원장 간담회 및 조합원 체육대회가 30일 오전 9시 30분부터 있으니 모두 참석해 주시기 바랍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에서 문자가 왔습니다. 저는 운동하는것을 별로 즐기지 않으나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는 관심 많아서 금속노조 위원장과 비정규직 노조 조합원 간담회가 있다고 해서 오늘 오전 서둘러 가보았습니다. 장소는 중구에 있는 태화강줄기 따라 가다보면 십리대밭이 있는데 그 근교에서 한다고 했습니다. 인조잔듸로 된 축구장이 줄지어 만들어져 있었고 여러 모임에서 축구를 하고 있었습니다.

운동장 위로는 길이 있었는데 길따라 벗꽃나무가 심어져 있었고 연보라색 벗꽃이 만발해 바람에 꽃비가 휘날리고 있었습니다. 봄나들이 다니기 참 좋은 날씨속에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는 2010년 7월 22일 대법판결 이후 현대차를 상대로 '정규직 전환' 해 달라며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철탑농성도 165일을 맞았습니다. 비정규직 노조는 천막과 앉을 자리를 무대 양 옆으로 길게 설치하여 가족과 함께 하루를 보낼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다른 여러곳에서 지원을 받아 행운권 추첨 상품도 많았습니다.

운동회 행사 전 먼저 금속노조 위원장과 간담회를 했습니다.
▲ 금속노조 박상철 위원장과 간담회 운동회 행사 전 먼저 금속노조 위원장과 간담회를 했습니다.
ⓒ 변창기

관련사진보기


"체육행사를 하기전에 먼저 우리 금속노조 박상철 위원장 모시고 간담회 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전국 규모의 금속노조라 좀처럼 만나기 힘든 금속노조 위원장. 그는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를 어떻게 풀것인지 참석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모두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현대차 불법파견 투쟁을 노예해방 투쟁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금속노조와 현자지부, 비정규직 3지회가 모여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우리의 교섭기조는 내부 의견통일을 조속히 이뤄 교섭을 재개하는 것입니다."

오늘은 운동회가 있으니 간담회를 끝내고 운동회를 시작해야 했습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원은 불법파견 문제가 잘 풀리지 않는게 답답한지 많은 사람들이 금속노조 위원장에게 이것저것 질문을 쏟아 냈습니다.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문제가 매우 중요합니다. 다시 현대차와 협상이 시작되면 위원장님이 직접 울산 철탑에 와서 같이 철탑농성하면서 진두지휘를 하시면 안됩니까?"

간담회는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가 진행하고 있는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 문제를 놓고 노사협상을 위해 어떻게 할 것인지를 설명하고 조합원 질문을 받는 순서로 이어졌습니다.
▲ 비정규직 노조 조합원의 질문 간담회는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가 진행하고 있는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 문제를 놓고 노사협상을 위해 어떻게 할 것인지를 설명하고 조합원 질문을 받는 순서로 이어졌습니다.
ⓒ 변창기

관련사진보기


금속노조 위원장은 조심스레 대답했습니다.

"금속노조는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지회를 가볍게 보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금속노조 사업장중 26개 사업장에서 투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위원장으로서 모두 챙겨야 할 사업장들 입니다. 얼마 전 노동위원회에서 직접공정과 간접공정의 불법파견 유무를 판정했습니다. 모두 금속노조 조합원입니다."

금속노조 위원장은 "직접 부서든 간접 부서든 모두 불법파견 아닌곳이 없다"고 하면서 현대차와 노사협상이 다시 진행되면 "내가 직접 교섭에 나설 것이며 최대한 반영해서 협상에 임하겠다"고 했습니다. 2·3차 문제에 대해선 지부에서 내세우기 어렵다고 했고 현대차 사규에 걸려 안되면 어쩌냐는 질문엔 "10년을 일했는데 배제되면 되겠느냐. 있을수 없는 일이다"고 말했습니다. 불법파견에 대한 금속노조의 투쟁전술에 대해 묻자 위원장은 "우선 다시 협상자리부터 만들어야 한다. 협상을 해야 그에 따라 전술도 짤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어 말했습니다.

"지회와 지부의 입장 차이가 큽니다. 불법파견 문제를 풀려면 우선 지부와 집회의 하나된 입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교섭이 다시 시작되어야 신규채용 진행을 중단시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잠정합의가 있더라도 조합원 총회가 있습니다. 지회와 현대차가 교섭하는것이 가장 이상적인 교섭방식이지만 현대차가 나오지 않잖아요. 현대차는 현자노조와 협상을 하려합니다. 현자지부가 나서야 현대차가 교섭장에 나오니 3주체(금속노조·현자지부·울산전주아산 3지회)가 하루속히 하나된 안을 만들어야 합니다."

여러가지 질문이 쏟아지고 위원장이 답변을 하면서 간담회가 진행되었습니다. 더이상 질문이 없자 위원장은 짧게 소견을 말하고 다음 순서로 넘어갔습니다.

"여러가지로 섭섭하고 힘들 것 입니다. 대법판결 있어도 안되는 안타까움도 있을 것 입니다. 3주체가 하나된 안으로 다시 교섭자리를 만드는게 중요합니다. 교섭이 진행되면 최대한 쟁취 되도록 노력할 것 입니다."

운동회 앞서 조합원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습니다.
▲ 박현제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지회장 인사 운동회 앞서 조합원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습니다.
ⓒ 변창기

관련사진보기


간담회가 마무리 되고 모두 다시 운동장으로 모였습니다. 박현제 지회장이 운동회 인삿말을 했습니다.

"작년 무더위와 함께 시작된 12년 불법파견투쟁의 시작이 아직 마무리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병승 동지 판결과 최근 GM대법원 판결과 함께 이번 현대차 불법파견 중앙노동위 판결에서 보여주는 의미는 우리가 정규직이고 현대차가 사용자라는 것입니다. 많은 대기업이 사회적 지탄과 불법행위로 인해 최근 많은 사업장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불법파견 대법판결까지 난 현대차는 사회적 지탄 속에서도 법조차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많이 힘들고 어려운 조건이지만 우리가 포기해서는 안 될 것이 있습니다. 최소한 투쟁해온 동지들 모두 정규직 전환과 우리가 10년간 착취된 것은 반드시 보상받아야 합니다. 이번 체육대회를 통해서 다시 한 번 단결하고 다시 한 번 결의를 모읍시다.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강성신 민주노총 울산본부장도 나와 즐거운 운동회 투쟁 하자고 했습니다.
▲ 강성신 민주노총 울산본부장 강성신 민주노총 울산본부장도 나와 즐거운 운동회 투쟁 하자고 했습니다.
ⓒ 변창기

관련사진보기


윤종오 북구청장도 나와 인사말을 했습니다.
▲ 윤종오 북구청장 윤종오 북구청장도 나와 인사말을 했습니다.
ⓒ 변창기

관련사진보기


그 외에도 강성신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장 인삿말, 북구청장 인삿말이 이어졌습니다. 식전행사가 끝나고 축구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공장별로 모여 가져온 음식을 나눠 먹었습니다. 저는 그냥 혼자 앉아서 지켜보았습니다. 저도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원 이지만 저도 비정규직 노조 초기부터 함께 해왔지만 저는 혼자였습니다. 제가 다닌 공정은 외주 하청으로 넘어갔고 변속기 1부엔 저혼자 조합원이었습니다. 2000년 7월에 현대차 하청업체 들어가 2010년 3월 중순까지 근 10여 년을 일했고 2003년 노조가 생겨나던 때부터 외롭게 혼자 싸워왔었습니다.

조합원은 개회식 후 공장별로 나눠 공도차고 족구도 하면서 즐거운 하루를 보냈습니다.
▲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원들 조합원은 개회식 후 공장별로 나눠 공도차고 족구도 하면서 즐거운 하루를 보냈습니다.
ⓒ 변창기

관련사진보기


2010년 3월 중순 저는 권고사직형 해고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금속노조 자문변호사에게 저도 불법파견에 해당되는지 물어보고 긍정적 답변을 듣고 다시 노조에 가입하고 함께 불법파견 투쟁은 하고 있지만 늘 혼자여서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다른 공장 노동자들이 부럽기도 합니다. 저는 그곳에 머물다 힘들때 저를 응원해준 정규직 활동가가 철탑으로 간다기에 그분과 함께 철탑으로 향했습니다.

현대차에서 감시하는 승합차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있었고 바람은 강하게 불어 깃발을 펄럭이게 했습니다. 을씨년스런 풍경이었습니다. 철탑위에서 최병승·천의봉 두사람은 작년 10월 중순경부터 혹독한 추위의 겨울을 지내고 봄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오늘로 165일째. 강성신 민주노총 울산본부장이 만들어 세워놓은 솟대가 철탑을 지키고 있는듯 보였습니다. 철탑에서 두 노동자가 승리하고 내려올때 현대차 불법파견인채 10여년 다니다 부당하게 정리해고 당한 저에게도 봄소식이 들려왔으면 좋겠습니다. 처자식과 먹고 살일이 세월이 흐를수록 막막하게 느껴지는 오늘이었습니다.

조합원들이 모두 운동회 한다고 가서 철탑주변 허허벌판에서 휭허니 바람만 세차게 불어왔습니다. 솟대는 강성신 민주노총 울산지역 본부장이 만든 작품입니다.
▲ 철탑 지키는 솟대 조합원들이 모두 운동회 한다고 가서 철탑주변 허허벌판에서 휭허니 바람만 세차게 불어왔습니다. 솟대는 강성신 민주노총 울산지역 본부장이 만든 작품입니다.
ⓒ 변창기

관련사진보기




태그:#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간해방 사회는 불가능한가? 노동해방 사회는 불가능한가? 청소노동자도 노동귀족으로 사는 사회는 불가능한가?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