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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의 백재현 의원은 지난 1월 21일 "레미제라블 코제트입양법"을 긴급발의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백재현 의원은 이 코제트입양법이 "거리에 유기되거나 낙태되는 청소년 미혼모의 아이들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이라고 합니다. 아울러 2011년 전부 개정된 입양특례법의 지난 해 8월 시행 이후 이 법 때문에 베이비박스에 유기되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백재현 의원이 발의한 이른바 코제트입양법의 주요 핵심내용을 이렇게 정리 할 수 있습니다. 첫째 문제가 되는 것은 재개정안 13조로 다음과 같습니다.

(24세 이하)"청소년 한부모가 본인의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한 입양을 동의하는 경우에는 해당 아동의 출생일부터 1주일이 지나지 아니한 때에도 입양의 동의가 이루어질 수 있다."

이 조항의 문제점은 기존 입양특례법의 입양숙려제도를 폐기하려는 데 있습니다. 입양숙려제는 친모가 아동을 출산 후 최소한의 숙려기간인 1주일을 두어 입양여부에 대한 친모의 선택권을 보장하려는 제도입니다. 기존에는 친모가 출산 후 병원 입원기간인 3일안에 대부분 입양이 이루어져 출산 후에 친모가 아이를 입양시키는데 있어 충분한 숙려기간을 갖지 못했습니다. 이로써 입양동의에 있어 미혼모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받지 못하고 입양을 종용받던 경우가 많았던 것입니다.

더욱이 위 재개정조항의 문제는 24세 이하 청소년 한부모 일수록 1주일 이내에도 입양이 가능하도록 권장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한부모의 나이가 어릴수록 제대로 된 상담을 받고 나서 진지하게 고민할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백재현 의원 법안은 1주일간의 숙려기간 마저 줄여서 아이를 쉽게 입양 보내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이것은 아주 잘못된 접근입니다.

백재현 의원이 발의한 이른바 코제트입양법의 두 번째 문제점은 아래 23조입니다.

"청소년 한부모가 가족관계등록이 되지 아니한 본인의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한 가족관계 등록 창설 절차의 개시를 요청하는 경우에는 입양기관의 장이 대법원규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아동에 대한 가족관계 등록 창설 절차를 거친다."

백재현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 23조는 입양절차에 있어 가족관계 등록을(출생신고에 대해) 입양기관이 가정법원을 대신하여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입양특례법에 가정법원에 의한 입양절차가 명시된 이유는 아동입양에 있어, 영리를 추구하는 사설입양기관이 아니라, 국가가 법적인 책무를 가지고 아동입양절차를 추진한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공적영역인 국가기관이 아동의 출생등록을 책임져야 아동은 입양 시 향후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또 해외입양의 문제(파양, 무국적, 양자의 아동학대) 시에도 아동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체계가 확립될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향후 다른 문제가 발생 시 아동입양에 있어 국가를 상대로 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백재현 의원은 한 인간의 출생등록과 기록에 관한 사안을 공적 영역이 아닌 영리를 추구하는 사설입양기관의 손에 맡기려고 하는 것입니다.

사설입양기관이 아니라 입양인과 미혼모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제가 지난 달 국회에 가서 백재현 의원실 관계자를 면담하고 놀란 것은 이 입양특례법을 재개정 하는 과정에 있어서 백재현 의원실 관계자들이 당사자인 입양인이나 미혼모를 만나서 조언을 듣기보다는 입양기관 관계자와 입양부모를 만나서 조언을 들었다는 사실입니다. 입양특례법의 가장 중요한 당사자는 입양인과 미혼모이지 아이를 팔아서 돈을 버는 사설 입양기관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 법의 이름이 왜 코제트일까요? 저 자신 해외입양인으로써 이 법의 이름을 코제트입양법이라고 하는 것은 아주 부적절하다고 봅니다. 레미제라블을 보면 코제트의 엄마는 미혼모이고, 어린 코제트는 엄마와 떨어져 살며, 그 살고 있는 주인집에서 여러 힘든 노동에 시달리며 비참하게 삽니다. 나중에 코제트는 성공한 사업가인 장발장에게 비공식으로 입양되어서 행복한 삶을 삽니다. 그러나 입양특례법을 개정하고자 그 법을 "레미제라블 코제트입양법"이라고 부르는 것은 코제트의 이야기를 피상적으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코제트의 친엄마는 코제트를 이 세상의 무엇보다도 사랑합니다. 그래서 공장에서 온갖 노동을 하며 코제트를 위해 생활비를 보냅니다. 그러나 그녀가 미혼모인 것을 안 동료들은 그녀를 비난하고 결국 그녀는 공장에서 쫓겨납니다. 결국 사회에서 버림받고, 병들고, 가난한 그녀는 그녀가 일하던 공장의 공장주 장발장을 만납니다. 장발장은 그녀를 불쌍히 여깁니다. 더욱이 그녀가 자기 공장의 전 종업원이었던 것을 발견하고 장발장은 극심한 죄책감을 갖습니다. 장발장은 그녀의 고통과 죽음에 자신이 책임 있다는 것을 깨닫고 결국 그녀의 딸 코제트를 찾아 나서고 입양하게 됩니다.

생활고로 이별한 미혼모와 그 자녀

레미제라블에서 코제트가 엄마와 이별하게 된 원인은 엄마의 코제트에 대한 사랑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돈이 부족해서, 즉 생활고 때문입니다. 결국 한 사람이 아니라 18세기 프랑스사회 전체가 코제트의 친엄마를 죽인 것입니다.

한국의 베이비박스와 그곳에 담겨진 편지를 보면 우리는 말 못할 친엄마들의 고통과 가슴이 찢어지는 듯 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습니다. 이 친엄마들도 아기를 미워하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이 친엄마들은 한국사회에 의해서 강제로 아이 양육을 포기 할 수 밖에 없었고, 그러한 절망감과 비애감을 베이비박스에 남긴 것입니다.

지금 21세기 한국사회는 아이 양육을 어쩔 수 없이 포기한 친엄마들을 사회적으로 죽이고 있습니다. 생활고로 아이 양육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친모들은 그래서 우울증에 시달리며 심지어 자살도 시도합니다. 비유적으로 말하면, 미혼모들은 사회적으로 엄마라고 인정을 못 받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죽어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혼모들은, 민수엄마, 다빈엄마 등과 같은 이름으로 불릴 기회를 박탈당합니다. 만약 이 미혼모들이 이런 방식으로 자기가 사랑하는 아이와 이별 당할 수밖에 없다고 한국사회에 하소연 하면, 미혼모가 아이를 기른다고 외면하던 사람들은 이제 미혼모가 아이를 버렸다고 외면합니다. 이렇게 지금 21세기 한국 미혼모들은 18세기 프랑스 코제트의 엄마처럼 사회로부터 소외받으며 빈곤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입양기관, 입양인의 엄마가 누구인지 알권리조차 박탈하려고 해

지금 입양기관들은 입양특례법을 개정하여 미혼모자녀들의 출생등록에 제재를 가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입양기관들은 코제트에게 이제 엄마가 누구인지 입양인의 알권리조차 박탈하려고 합니다.

입양특례법개정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아동의 출생등록을 하지 않는 것을 허용해 달라고 합니다. 그래야 입양 보내진 아이들이 친모의 교육받을 기회나 장래에 결혼 할 기회를 망치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아이가 친모의 인생을 망칠 것이라며 아이를 마치 친모의 적이나 되는 듯이 보는 한국사회는 정말 심각하게 병이든 사회입니다. 인간의 기본권이라고 할 수 있는 출생등록을 반대하는 사회, 정말 한국사회는 가치관이 완전히 잘못된 사회입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 지금 서울에서는 애완견을 등록하라는 새로운 법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진돗개는 1962년부터 국가보물 53호로 지정되고 보호받고 있습니다. 어쩌다 한국아이들의 가치가 정말 개보다 못한 대우를 받는 처지가 되었나요?

해외입양인들은 종종 한국방문 중 "한국문화"에 대해 듣습니다. 이것이 정말 한국문화입니까? 인간이 자기 부모가 누구인지를 알권리는 가장 기본적인 인권문제입니다. 아이를 몰래 유기하는 것은 인권이 아닙니다. 아이 유기를 생각하는 엄마가 있다면 정부는 이런 엄마에 대해 친절한 상담, 지원, 교육의 기회를 제공 해 주고 엄마와 아동의 권리에 대해 알려주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법적인 신원과 정체성은 가장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인권문제입니다. 1991년 한국정부가 비준한 유엔아동인권협약과 2008년 장애인권리협약, 1990년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들은 모두 아동은 출생즉시 등록되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입양특례법은 2011년 한국아동권리문제를 다룬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서 인정된 법입니다. 또 2012년 유엔인권이사회에서는 한국인권문제 정기검토보고서(Universal Periodic Review)에서도 2011년 개정된 한국의 입양특례법에 대해서 지지와 칭찬을 표명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현재의 출생신고제도는 충분하지 않으며, 그래서 자동출생등록제도로 변화되어야 합니다. 이런 면에서 2012년 유엔인권이사회는 한국인권문제 정기검토회의에서 9개국이 한국의 현 출생신고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개선을 권고했습니다.

미혼모와 아동인권 계속 유린 되어선 안 돼

개정된 입양특례법을 후퇴시켜 재개정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현 제도의 맹점을 악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지난 60년 동안 그렇게 해왔고, 이렇게 하는 동안 해외입양인들은 벌써 3세대에 이르고 있습니다.

만약 한국이 개정된 입양특례법을 후퇴시켜 현재도 불충분한 출생신고제도 하에 있는 사회적 약자들을 다시 착취한다면, 한국은 세계의 주요한 유엔인권기구들에게 어떻게 책임 있게 응답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 한국은 주요 국제인권기구에 적극 참여하고 있습니다. 만약 한국이 국제적 의무에 상응하는 국내법을 제정하지 않고 인권을 계속해서 유린한다면 국제인권기구들로부터 탈퇴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이 여러 국제인권기구에 참여하는 것은 단순히 국가 이미지를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들을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을 하기 위해서 입니다. 유엔인권이사회의 국가별인권정기검토(UPR)에 대한 한국법무부의 답변은 2013년 3월까지입니다.

만약 현재의 제도가 미혼모와 그 아동을 지원하는데 부족하다면, 그러면 이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여 잘못된 문제를 지금 해결하는 기회로 삼으면 안 되나요? 해외입양인들은 한국정부가 아동복지제도를 개선 할 때 까지 이미 60년을 기다려왔습니다. 해외입양인들은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한국사회가 변화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지금부터 60년 후인 2073년에도 우리 해외입양인들은 한국인들이 세계인들을 향해 여전히 "한국문화가 특별해서 바꾸기 어렵다"거나 "사람들의 마음을 바꾸기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등의 변명을 듣고 싶지 않습니다.

만약 환자가 병이 있다면, 의사는 병의 원인을 치료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한국사회 병의 원인을 치료해야지, 병의 증상이라고 할 수 있는 베이비박스를 감춘다고 한국사회의 병이 치료되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사회는 지금도 희생적인 미혼모로부터 코제트를 구원하고 부자가 죄의식을 느끼게 하는 18세기 프랑스사회로 돌아갈 것입니까? 아니면 구시대 패러다임을 깨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모든 코제트의 엄마들이 제대로 된 환경에서 미혼모라는 이유로 자녀와 헤어지지 않고 함께 살 수 있는 삶을 선택 할 수 있도록 해야 할까요? 모든 엄마는 지원을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베이비박스에서 몇 몇 아기를 구출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런 상황이 결코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입니다.

아이와 엄마는 분리돼선 안 됩니다

우리는 물론 코제트법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법은 코제트가 엄마와 헤어지지 않고 함께 살 수 있는 법이어야 합니다. 그 법은 코제트 엄마가 직장에서 미혼모라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살만한 급여를 받으며, 당당하게 다닐 수 있도록 보장해 주는 법이어야 합니다. 우리가 지금 올바른 일을 한다면 성공한 기업가 장발장이 가난한 코제트 엄마에게 지닌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됩니다.

코제트 엄마를 경제적 잔인함과 사회적 편견으로 죽이는 사회에서는, 우리가 아이를 입양 보내는 길을 찾기 보다는 아이가 엄마와 분리되지 않고 함께 살 수 있도록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주는 것이 낫습니다. 21세기 한국 미혼모들은 18세기 프랑스 미혼모인 코제트의 엄마처럼 일을 하고 싶어 하고 일할 기회를 주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지금 입양역사에서 해외입양프로그램이 근본적으로 난처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유치기간에 한국의 세계최고수준의 해외입양이 국제사회에 부끄러움이 되었던 것처럼, 오는 2018년 평창세계올림픽 유치기간에 한국의 세계최고수준의 해외입양은 또 다시 국제사회에 큰 부끄러움이 될 것입니다. 한국인들은 자신들이 낳은 자녀를 계속해서 무한하게 해외입양 보낼 수는 없습니다.

종종 한국인들은 문화적 이유로 입양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한국정부의 다양한 노력에도 불국하고 입양활성화 정책이 실패로 돌아 간 것이 그런 한국문화를 반영한다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입양활성화 정책인 시작 된 1년 후인 2004년 1641명 아이들이 입양 보내졌고 2011년에는 1548명이 입양 보내졌습니다. 입양활성화 정책으로 국내입양이 해외입양의 비율보다 조금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적으로 이정책의 실행이전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아동권리를 모르는 사람들은 큰 고아원이나 시설을 지원해 주고 있습니다. 그러면 고아원이나 시설을 지원해 주면 미혼모나 그 아동의 문제가 해결 되나요? 결코 아닙니다. 해결책은 코제트가 엄마와 이별하지 않고 함께 살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입니다. 이 길만이 미혼모와 그 아동에 대한 최고의 해결책이자 유일한 해결책입니다.


태그:#제인 정, #입양, #코제트, #장발장, #입앵특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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