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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맞닿은 마을 통영 동피랑 벽화마을
 하늘과 맞닿은 마을 통영 동피랑 벽화마을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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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을 다시 찾았다. 2013년 첫날. 해맞이를 마치고, 미륵산케이블카도 타고, 이곳저곳 둘러보다 동피랑 벽화마을로 향했다. 얼마 전에 들렀을 때 서두르느라 제대로 못 봐서 미련이 남았던 곳.

동피랑 마을로 가는 길은 시내 한 복판을 지나야 한다. 당연히 좁은 도로는 차가 막힌다. 막혀도 너무 막힌다. 은근히 짜증이 난다. 시장 옆에 벽화마을 입구가 있어 더욱 복잡한 것 같다. 해안도로에서 길게 늘어선 차들이 한 발자국씩 움직이면서 마을과 가까워지기를 기다린다. 멀리 동피랑 마을이 보인다. 하늘과 맞닿은 마을 풍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온다.

여행자의 마음이 조급하지만 않다면 서서히 걸어도 좋은 길. 충무김밥집마다 자신들이 원조라고 뽐내며 늘어선 거리. 도로 건너편으로는 어선들이 정박해 있는 항구다. 차를 가지고 움직이는 것은 소소한 즐거움을 느낄 수 없어서 항상 불만이지만, 낮선 곳을 여행할 때는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다는 편리성 때문에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

동피랑 마을 입구 건너편 통영항 풍경
 동피랑 마을 입구 건너편 통영항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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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는 주차하기가 쉽지 않다. 들어가면 아마 엄청 고생을 할 터. 도로 건너편 항만에 조성된 유료주차장에 차를 댄다. 주차를 하고서 바닷가를 걸어본다. 항구를 빽빽하게 채우고 있는 어선들이 나른한 햇살을 받으며 쉬고 있다. 묘한 느낌이다. 항구만이 주는 매력. 항상 바쁠 것 같은 느낌이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은 여유가 있다. 항구는 멀리 떠날 수 있다는 도피 본능을 생각하게 한다.

동피랑 마을에 커다란 조형물? 그런 거 없어요

커다란 호텔 옆으로 입구가 있다. 주변에는 꿀빵을 파는 집도 있고, 횟집도 있다. 꿀빵은 통영에서 먹어봐야 할 것 중에 하나다. 팥이 가득 들어있는 빵에 왜 꿀빵이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하여튼 한 번 먹어보면 달달한 게 계속 먹고 싶어진다.

동피랑 마을로 올라간다. 골목으로 들어서면 커피 판매점 벽면에 '동피랑 끝의 시작'이라는 글을 써서 입구를 알린다. 끝이지만 시작하는 곳. 동피랑이라는 말은 동쪽 벼랑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통영의 동쪽 벼랑에 있는 마을이 동피랑 마을이다.

동피랑 마을 벽에 그려진 벽화
 동피랑 마을 벽에 그려진 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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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피랑 마을 벽화
 동피랑 마을 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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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동피랑 마을이 벽화마을로 유명하게 된 사연이 있다. 동피랑 마을은 재개발 지역이었다. 재개발은 참 말도 많고 탈도 많다. 몇 해 전에는 서울에서 사람 여럿이 죽는 참사도 있었다. 재개발 지역은 보통 서민들의 오랜 삶터이다. 동피랑 마을도 마찬가지로 바다가 바라다 보이는 오래된 언덕마을이다.

동피랑 마을도 철거가 예정됐는데, '푸른통영21'이라는 시민단체에서 이 지역을 일괄 철거하기보다는 서민들의 삶이 녹아있는 독특한 골목 문화를 만들기로 하고 벽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탄생된 곳이 동피랑 벽화마을이다. 지금은 통영을 상징하는 유명한 관광지가 됐고, 드라마에 나오면서 밀려드는 관광객으로 몸살이 날 지경이다.

동피랑 마을에 가면 꼭 해보고 싶은 게 있다

바로 커피 마시기다. 동피랑 마을 곳곳에는 커피를 파는 곳이 있다. 가장 높은 곳에는 넓은 터를 가진 커피 판매점도 있다. 분위기는 유명 커피 판매점과 다른 노천카페다. 의자는 따로 없다. 서서 먹어야 한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한다. 아름다운 항구를 내려다보면서 커피향을 즐긴다. 하늘 아래서 커피를 마시는 기분이 좋다. 이런 분위기는 동피랑에서만 느낄 수 있다.

동피랑 마을 제일 높은 곳에 있는 커피 쉼터
 동피랑 마을 제일 높은 곳에 있는 커피 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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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피랑 마을 정상에 있는 커피판매점. 노천카페다.
 동피랑 마을 정상에 있는 커피판매점. 노천카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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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피랑 마을에서 날개사진 찍기
 동피랑 마을에서 날개사진 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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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는 날개가 그려진 벽화에서 천사 사진 찍기. 예능 프로그램에서 날개를 배경으로 사진 찍기가 인기를 끌면서 날개 그림은 벽화마을의 대표적인 아이콘이 됐다. 당연히 사람들은 몰리고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날개 사진을 찍어야 벽화마을을 다녀온 기분이 난다.

날개 그림 앞에 서면 날개가 돋는 느낌이 난다. 날아갈 것 같다. 날개 사진을 찍고, 찍은 사진을 보면서 느끼는 만족감은 벽화마을에서 느끼는 또 다른 감동이다. 날개 그림 앞에서 팔을 펴고 날아갈 것 같은 포즈도 취하고, 새침하게 옆으로 서서도 찍어본다.

동피랑 마을에서 하지 말아야 할 것도 있다

조용히 다니고 기웃거리지 않기. 쓰레기 버리지 않기. 동피랑 마을 벽화거리로 들어서면 전봇대에 마음이 아프게 하는 문구가 적혀있다.

할머니가 병원가면서 하신 말씀
진짜 조용히 다녔으면 좋겠네
조용히 다니세요

동피랑 마을 전주에 쓴 글씨. "조용히 다니세요"
 동피랑 마을 전주에 쓴 글씨. "조용히 다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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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피랑 마을 벽화그림 앞에 걸린 부탁사항. "목청자랑 금지!"
 동피랑 마을 벽화그림 앞에 걸린 부탁사항. "목청자랑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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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그림 앞에 걸린 '긴급 부탁사항'은 마을 사람들의 고통을 말하고 있다.

주민들이 생활하는 공간입니다.
너무 큰 목소리로 떠뜰지 마셔요. 목청자랑 금지!
특히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지 마셔요 제발요ㅠㅠ

화려하지 않은 동피랑 마을

동피랑 커피쉼터. 커피도 팔고 주스도 판다.
 동피랑 커피쉼터. 커피도 팔고 주스도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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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집들이 무질서하게 산비탈을 타고 지어졌다. 골목도 좁다. 집들도 담장 너머로 다 보인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마을을 떠나지 않는 대신 살아가는 속살을 보여줘야 했다. 보여주고 싶지만은 않은 삶의 모습들.

동피랑 벽화마을은 벽들은 온통 그림이다. 벽마다 다양한 그림들을 그리고 시들을 적어 놓았다. 만화 캐릭터도 있고, 통영을 상징하는 그림들도 있다. 김춘수 시인의 시나 백석의 시는 벽화마을을 더욱 아름답게 장식한다.

동피랑 벽화는 화려하다. 어떻게 보면 유치한 그림이다. 그런데 그 벽화를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게 동피랑 벽화마을의 매력이다.


태그:#동피랑, #동피랑 벽화마을, #통영, #날개 사진, #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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