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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 대합실. 북경 행 OZ0334기를 타기 직전에 찍은 사진
 인천국제공항 대합실. 북경 행 OZ0334기를 타기 직전에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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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여행은 즐거운 고행이다. 이 세상에서 이자를 가장 많이 내는 투자다. 또한 견문의 허기의 채우며 한 사회를 직접 읽은 독서와 같다. 모든 게 다 구경거리니 이를 즐기려면 혼자 떠나야 제 맛이다. 유럽10여 개국, 캐나다, 일본, 태국, 베트남 등을 여행한 후 내린 결론이다. 이번 4박5일 북경여행은 또한 미술기행의 성격도 띤다.

중국여행을 가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2003년 아트사이드갤러리에서 중국현대작가를 보면서다. 2004년엔 '쩡판츠', 2006년엔 '장샤오강' 등이 소개됐는데 그중 장샤오강은 범상치 않았다. 그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비싸게 팔리는 작가 중 한 명이다. 2011년 그의 유화 한 점이 홍콩경매에서 110억 원에 팔렸다.

2000년대 들어와 중국미술은 세계아트페어에 봇물을 이뤘다. 드디어 2011년 '아트프라이스(Art Price)'에 의하면 중국작가들 작품이 피카소보다 더 비싸게 팔리기 시작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 갑부들(억만장자 중국 213명, 미국 413명, 서울경제 2011년 4월 27일 자)이 자국의 그림을 많이 사주기 때문이다. www.forbes.com/lists/2011/74/china-billionaires-11_land.html

두 얼굴의 중국 어떤 나라인가

북경서부에 위치한 해정구 도로변 새로 생긴 고급미용실 중 하나인 '예스패션(Yes Fashion)' 머리만 아니라 손톱손질, 피부 관리, 경맥과 혈관마사지 등 다양하다. 가장 비싼 건 188위안(3만5천 원 정도). 이 건물 바로 건너편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거리이발소' 약 2-3위안(370-550원 정도) 하는 모양이다[아래]
 북경서부에 위치한 해정구 도로변 새로 생긴 고급미용실 중 하나인 '예스패션(Yes Fashion)' 머리만 아니라 손톱손질, 피부 관리, 경맥과 혈관마사지 등 다양하다. 가장 비싼 건 188위안(3만5천 원 정도). 이 건물 바로 건너편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거리이발소' 약 2-3위안(370-550원 정도) 하는 모양이다[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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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한문유교문화권이니 우리에게 큰 관심을 끌지는 못한다. 다만 한중 간 다른 점을 비교해 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중국은 한반도의 44배(남한의 97배) 인구는 13억 정도 1978년 개방이후 고도성장을 했고 2001년 WTO가입, 2008년 북경올림픽, 2010년 상하이엑스포로 도약중이다. 2020년엔 구매력에서 미국을 앞선단다.

중국은 알다가도 모를 나라다. 사회주의 국가지만 국민성은 시장주의에 적합하다. 왜냐하면 도급제나 성과급에 가장 잘 적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 되었다. '메이드인차이나'가 결국 미국월마트를 점령했고 지구촌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물건이 되었다.

인천에서 2시간 만에 북경 '서우두국제공항'에 도착해 시내와 연결되는 지하철이 있다는 것도 모르고 그냥 버스를 탔다. 매표소에서 표를 사면서 그만 '여행책자'를 두고 버스를 탔는데 한 직원이 버스에까지 달려와 책을 돌려줘 너무 고마웠다. 거리에서 흔히 보는 <북경정신: 애국, 창신, 포용, 후덕>이라는 표어 때문인가.

골초의 나라 중국. 그래선지 버스 안은 머리가 아플 정도로 담배와 다른 냄새가 뒤섞여 진동한다. 버스에서 내다본 북경 거리는 고층건물로 즐비하다. 그냥 종점에 내렸는데 거기가 북경서부 청화대학이 있는 '해정(海淀)구'였다. 날은 어둡고 예약한 숙소가 없어 당황하다 간신히 '성정경수(星程京水)' 여관에 짐을 풀었다.

아침에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니 막 개업한 쇼핑몰, 백화점 그리고 파리바게트도 있다. 파리바게트는 우리 것과 100%같다. 하지만 골목 안은 좌판을 깐 재래식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건 도로를 한가운데 두고 한쪽은 '거리이발소'가 있고, 한쪽은 강남을 연상시키는 초호화판 미용실이 있다. 바로 이게 중국의 얼굴 아닌가.

민주화, 빈부차 등 중국의 최대과제 산적

천안문입구 대기 중인 공안차량 첨단장비로 무장하고 거리를 샅샅이 순찰한다
 천안문입구 대기 중인 공안차량 첨단장비로 무장하고 거리를 샅샅이 순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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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최근까지 7-8%고도성장을 했지만 그만큼 그늘도 크다. 실업, 빈부차, 지역차가 심각하다. 동부가 6배의 수입을 올리는 반면 서부는 전보다 더 못살게 되었다. 중국은 아직도 법치가 안 통해 인치로 간다. 다시 말해 부정부패가 심각하다는 뜻이다. 당국에서 수백 명을 처단해도 별 효과가 없는 모양이다.

그리고 천안문사태 이후 중국 당국이 가장 신경을 쓰는 게 민주화다. 이에 대한 반응이 지나칠 정도로 과민하다. 2011년 '아트리뷰'가 선정한 미술계파워 1위인 '아이웨이웨이(1957-)'를 가택 연금시킨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다른 건 몰라도 체제 비판은 용납하지 않는다. 그래서 중국공안은 국민을 보호도 하지만 철저하게 감시도 한다.

중국국가박물관 대표적 전시유물 중 하나로 한나라(AD 220-206 BC) 때 금과 옥으로 만든 황제의 장례의상인 '금누옥의(金縷玉衣)'
 중국국가박물관 대표적 전시유물 중 하나로 한나라(AD 220-206 BC) 때 금과 옥으로 만든 황제의 장례의상인 '금누옥의(金縷玉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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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위기는 인천국제공항과 북경국제공항 보안수색에서도 눈치를 챌 수 있다. 왜 중국당국이 비자를 요구하는지 이해가 된다. 북경시내에서 가방을 가지고 지하철을 타면 검색대를 꼭 통과해야 한다. 중국국가박물관에 들어갈 때 여성보안요원이 샅샅이 몸수색을 했는데 내 거기(?)까지 건드려 불쾌하고 황당했다.

뜻밖의 '피렌체 르네상스전' 보고 전율하다

1중국국가박물관에서 현재 열리고 있는 <피렌체 르네상스미술 특별전> 포스터. 왼쪽 남자초상화는 라파엘 작품이고, 오른쪽 '여인두상(1508)'은 다빈치 작품이다. 입장료 10위안. 사진촬영이 금지돼 여인두상은 위키페디아에서 가져왔다
 1중국국가박물관에서 현재 열리고 있는 <피렌체 르네상스미술 특별전> 포스터. 왼쪽 남자초상화는 라파엘 작품이고, 오른쪽 '여인두상(1508)'은 다빈치 작품이다. 입장료 10위안. 사진촬영이 금지돼 여인두상은 위키페디아에서 가져왔다
ⓒ 위키페디아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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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검색대를 무사히 통과한 국가박물관 1층 메인 홀에는 혁명가들 동상이 있고 전시장 안으로 들어가면 중국혁명을 형상화한 대작 역사화가 많다. 사실주의 풍이다. '아프리카조각전'도 소개하고 있고 지하로 내려가면 최근 발굴한 '송대 도자기전'에서부터 오천 년이 넘는 유수한 중국유물도 만날 수 있다.

마침 2층에서는 이탈리아문화재청장 아치디니(C. Acidini)가 기획한 <피렌체 르네상스미술전(2012.7.6-2013.4.30)>이 열리고 있었다. 다빈치의 '여인두상(Female Head[La Scapigliata] 1508)'을 보고 기절할 뻔 했다. 모나리자보다 훨씬 더 감동적이었다. 나의 여행콘셉트를 완벽하게 만족시켜줘 쾌재를 불렀다.

다빈치, 보티첼리, 라파엘 등 이탈리아 르네상스작품은 나로선 초면이다. 그 당시 축적된 부를 통해 문화예술의 수준과 품격을 얼마나 높여놓았는지 엿볼 수 있다. 한눈에 반해버렸다. 프랑스인상파도 이에 비하면 아류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

명암법이 뚜렷한 다빈치의 초상화는 초정밀이 그 특징이다. 그는 먼저 그 대상을 철저히 탐구하고 관찰했다. 이렇게 그리기 위해 백과지식을 갖췄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실제로 신체해부까지 했다. "실험으로 이론을 검증한다"는 원칙이 따라 창작에서 상상력만 아니라 수학, 천문학, 해부학, 기하학도 동원됐다.

중국인의 가치관, 실용적 생활철학

중국 팝아트작가 유청(柳靑)의 '지하철13호선' 100×160×220cm 2007년
 중국 팝아트작가 유청(柳靑)의 '지하철13호선' 100×160×220cm 2007년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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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중국인의 일상을 잠시 보자. 중국인의 생활철학은 그 독특한 실용주의와 현실주의에 근간한다. 예컨대 의식주를 보면 '식(食)'이 가장 중요하다. 먹는데 엄청나게 돈을 쓴다. 남에게 잘 보이기보다는 내 실속을 차린다. 북경 지하철이 서울보다 그 폭이 좁고 택시도 그런데 이 역시 공간을 실용적으로 쓰려한 것인가.

중국인의 이런 현실주의와 실용주의는 어떤 체제이든 잘 적응한다. 장사도 잘 한다는 뜻이 된다. 젊은이들은 실용학문에 열을 올린다. 귀국할 때 이름이 '펑'인 여대생1학년과 동석했는데 1년간 경영학 연수를 위해 미국으로 간단다. 학구열이 대단하다. 또한 중국지도자들이 이공계인 것도 이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북경 지하철에서 본 스마트폰으로 무장한 젊은 세대는 기존세대와 다르다. 그중 뜻밖인 점은 위 '13호선'에서 보듯 연애천국을 구가한다는 점이다. 남녀의 스킨십이 거침없고 노골적이다. 더 재미있는 건 온달과 평강공주처럼 여자주도형이다.

북경의 거리, 건축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북경올림픽 주경기장 근처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패턴의 빌딩들. 가운데 뒤에 보이는 건물은 IBM본사다. 도시 분위기가 아주 활기차게 보인다
 북경올림픽 주경기장 근처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패턴의 빌딩들. 가운데 뒤에 보이는 건물은 IBM본사다. 도시 분위기가 아주 활기차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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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은 없던 길이 자고 나면 생긴다고 말이 있을 정도로 급변한다. 북경은 이제 세계적으로 역량 있는 건축가의 실험장이자 각축장이다. 하루에도 어마어마한 양의 철강을 잡아먹는다. 한국의 대표적 건축가 승효상은 지금 '798예술구' 건너편 '파나소닉 공장부지' 6만 평 규모의 예술단지 프로젝트를 맡고 있다.

승효상은 건축은 원래 반생태적 반환경적이라 우아한 살인자라며 그러나 세월이 건축을 착하게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하여간 건축은 그 시대를 담은 거울이다. 북경의 변화무쌍한 현재를 잘 보여준다. 북경올림픽공원은 그런 변화의 촉진제가 되는 것 같다. 적응하는데 준비가 덜 된 사람들은 어지럼증을 느낄 것이다.

세계문화유산, 자금성과 이화원의 면모

북경 자금성의 정전인 '태화전(太和殿)' 북경의 대표적 문화유적지로 관광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산 넘어 산이라고 궁전 뒤로 궁전이 수없이 이어진다
 북경 자금성의 정전인 '태화전(太和殿)' 북경의 대표적 문화유적지로 관광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산 넘어 산이라고 궁전 뒤로 궁전이 수없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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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중국의 과거를 볼 수 있는 북경의 세계문화유산 두 곳을 보자.

북경관광하면 우선 '자금성(1987년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이 떠오른다. 이곳은 1406년부터 500여년 24명의 명과 청의 황제들이 거처한 곳으로 흔히 9999칸(실제는 8707칸)이라고 말한다. 그 길이만도 1000m나 되어 세계 최고다. 규모면에서 경복궁과는 비교가 안 된다. 천안문도 자금성의 일부지만 정문은 아니다.

자금성은 황제가 업무 보는 '외조'와 주거하는 '내정'으로 나뉜다. '외조'에는 태화전(집무)-중화전-보화전(의례)이 있고, '내정'에는 건청궁(황제침실)-교태전-곤년궁(황후침실)이 있다. 또한 '금지된 도시'라고 하여 황제의 목숨을 외부침입자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소리 나는 벽돌을 깔았고 그들이 숨지 못하게 나무도 심지 않았다.

북경서쪽 이화원의 '장랑(長廊)' 그 길이가 728m나 돼 기네스북에 올랐다. 왼쪽으로 '쿤밍호수'가 있다. 홍루몽 등 1만4천편의 채색화가 세밀한 붓질로 그려져 있다
 북경서쪽 이화원의 '장랑(長廊)' 그 길이가 728m나 돼 기네스북에 올랐다. 왼쪽으로 '쿤밍호수'가 있다. 홍루몽 등 1만4천편의 채색화가 세밀한 붓질로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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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화원(颐和园, 1998년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이 있다. 큰 권력을 가지면 대정원을 가지고 싶어 한다. 프랑스 절대왕정시대에 베르사유 궁이 생긴 이유다. 중국황제 역시 그런 정원을 가지고 싶었을 것이다. 1750년 건륭제 때 15년 간 공사로 시작되었다. 주변에 만수산과 쿤밍호수도 있다. 중국조경과 정원양식의 백미다.

1860년 제2차 아편전쟁으로 영불연합군의 공격을 받고 약탈당했다. 1900년 의화단 때도 역시 8개국의 서양열강에 의해 공격당했다. 다행히도 완파되지는 않아 1886년과 1902년에 서태후에 의해 재건되었고 서태후는 이곳을 여름별장으로 삼았다.

중국현대미술을 생산하는 공장 '798'

'798예술구' 안에는 다양한 카페, 아트 숍, 갤러리, 미술관 등이 있다. 그중 하나로 배경건물이 과거 공장지대임을 짐작할 수 있다
 '798예술구' 안에는 다양한 카페, 아트 숍, 갤러리, 미술관 등이 있다. 그중 하나로 배경건물이 과거 공장지대임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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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798'을 소개한다. 이번에 내가 중국의 간 이유 중 하나는 여길 보기 위해서였다. 북경당국은 이곳을 2006년부터 '문화예술특구'로 지정했다. 아파트촌이 되거나 철거될 수도 있었는데 그 고비를 잘 넘겼다. '뉴욕의 소호'로 비유되기도 한다. 이젠 미술전문가만 아니라 대중에게도 강한 흡입력을 주는 관광명소가 되었다.

이곳은 한눈에 봐도 공장지대였음을 알 수 있다. 이제는 중국현대미술을 생산해내는 공장이 되었다. 60만㎡ 부지에 시대를 앞서가는 실험 공간만 아니라 다양한 갤러리도 많다. 자유로운 예술가의 혼이 집적된 곳이다. 중국은 지금 분명 문화의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여기가 그걸 증명한다. 중국미술관은 지면상 다음으로 미룬다.

덧붙이는 글 | [여행기간] 북경에서 2012.8.31-9.4(4박5일) [참고도서] <모던 북경> 저자 안지위 디자인하우스 320쪽 2010년 10월 25일 간행



태그:#북경, # '798'예술구, # 중국국가박물관, # 피렌체르네상스미술, #아이웨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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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중 현대미술을 대중과 다양하게 접촉시키려는 매치메이커. 현대미술과 관련된 전시나 뉴스 취재. 최근에는 백남준 작품세계를 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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