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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운다. 아니, 새들의 노랫소리가 들린다. 서울 도심 한 가운데 건물 안에서 각종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가 들린다. 사진 속 새가 아니다. 그곳은 분명 산 숲에서 들려오는 새들의 합주곡 소리다.

전주 출신 사진작가 김탑수씨(금호기계 대표)의 사진전, '새의 선물'이 지난달 28일부터 12월 4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 작품은 총66편.

 11월 28일 오후 5시 서울 인사이트센터 2층, 김탑수 사진전 '새의 선물' 첫날 많은 지인들이 참여해 전시된 사진을 감상하고 있다. 맨 앞줄 오른쪽이 김탑수 작가.
▲ 김탑수 사진전 '새의 선물' 11월 28일 오후 5시 서울 인사이트센터 2층, 김탑수 사진전 '새의 선물' 첫날 많은 지인들이 참여해 전시된 사진을 감상하고 있다. 맨 앞줄 오른쪽이 김탑수 작가.
ⓒ 신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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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사진전 개막 첫날에는 (사)하철경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장을 비롯, 주인공 김탑수 작가, 유희문 연출가 겸 오페라 대표, 김정길 영호남수필문학협회 회장, 그리고 김 작가의 사진동호회 회원과 지인 등 약 100여 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특히 이날 사진전에는 소설가 이외수씨의 축하 메시지가 눈길을 끌었다.

부족함이 없는 동박새 가족들의 식사시간. 둥지 만큼이나 견고한 부모와 자식간의 인연.
▲ 동박새 부족함이 없는 동박새 가족들의 식사시간. 둥지 만큼이나 견고한 부모와 자식간의 인연.
ⓒ 신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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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 소설가는 김탑수 사진집에 "진실한 사랑의 고백들은 모두 하늘로 가서 새가 됩니다"라는 축하 메시지를 남겼다.

어미새가 뱃속 모이주머니에 저장해둔 먹이를 토해 새끼에게 먹이고 있다. 비록 어미 입에 먹이가 없어도 새끼들은 귀신같이 식사시간을 알아차린다.
▲ 어치 어미새가 뱃속 모이주머니에 저장해둔 먹이를 토해 새끼에게 먹이고 있다. 비록 어미 입에 먹이가 없어도 새끼들은 귀신같이 식사시간을 알아차린다.
ⓒ 신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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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탑수 작가는 인사말에서 "어느 날 갑자기 집으로 찾아온 한 마리 새에게 먹이를 주면서부터 새와 인연을 맺게 되었으며, 그때부터 새의 습성을 알게 됐고, 이후 야산으로 올라가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를 듣고 새를 좋아 하고 새에게 관심을 갖고 새를 관찰해왔다"고 사진전의 의미와 취지를 밝혔다.

머미가 위 속에 저장해 두었던 먹이를 토해 새끼를 먹이려는 순간이다. 아래층 둥지 위에 있는 새끼들도 어미의 관심을 끌기 위해 필사적이다.
▲ 물까치 머미가 위 속에 저장해 두었던 먹이를 토해 새끼를 먹이려는 순간이다. 아래층 둥지 위에 있는 새끼들도 어미의 관심을 끌기 위해 필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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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철경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장은 축사를 통해 "새가 선사하는 아름다운 모습들이 보는 사람의 가슴에 훈훈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런 면에서 '예술은 감동이다'라는 명제를 아주 잘 보여주는 사진전이다. 예술을 전문으로 하는 일 자체도 결코 쉽지 않은데, 사업 도중 틈틈이 촬영한 사진으로 이렇게 좋은 전시회를 열게 되었다는 것은 작가의 뜨거운 열정과 강인한 의지 덕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무를 타고 둥지로 침입한 뱀이 새끼 두 마리 중 한 마리를 취하고 있다. 어미새의 눈물겨운 사투도 무서운 침입자 앞에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결국 새끼 한 마리의 목숨이 먼저 끊어지고, 오직 야속한 시간만이 흰배지빠귀 가족 앞에 남아있다.
▲ 흰배비빠귀 나무를 타고 둥지로 침입한 뱀이 새끼 두 마리 중 한 마리를 취하고 있다. 어미새의 눈물겨운 사투도 무서운 침입자 앞에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결국 새끼 한 마리의 목숨이 먼저 끊어지고, 오직 야속한 시간만이 흰배지빠귀 가족 앞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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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문 오페라마당 대표는 "아름다운 새들의 울음소리가 우리에게 마치 다정한 친구의 선물처럼 평온한 위로를 주는 듯하다"며 "보기만 해도 미소가 피어나고 어미 새들과 어린 새끼들이 보여주는 가족의 행복감, 생명의 소중함들이 생생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이런 사진전이야말로 예술의 지평을 넓히고 사진의 질적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리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축하했다.

아침, 길가에서 촬영한 흰배지빠귀 식구들. 새끼들이 경쟁하듯 어미가 물어온 먹이를 탐하고 있다. 주먹만한 둥지 안에서도 생존의 본능은 끝없이 피어난다.
▲ 흰배비빠귀 아침, 길가에서 촬영한 흰배지빠귀 식구들. 새끼들이 경쟁하듯 어미가 물어온 먹이를 탐하고 있다. 주먹만한 둥지 안에서도 생존의 본능은 끝없이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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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새들이 저의 프레임 속으로 날아와 서로 사랑을 나누고 가정도 이루었습니다. 노심초사 자식들을 키우는 과정에서 비록 많은 시련과 위기가 있었지만 장성한 새들은 부모가 그랬던 것처럼 다시 짝을 찾아 둥지를 떠나고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제게 돌아와 오래 자리를 지켜주었습니다. 몇 번의 계절이 바뀌고 마음속에서 새 소리가 날 때마다 셔터를 누르며 확인했습니다."      

김 작가는 최근 수년간 우리나라 산야를 오가며 다양한 새와 그 보금자리를 촬영했다. 처음에는 자연으로의 막연한 동경과 더불어 지친 심신을 달래고자 시작한 일이지만 어느새 세월이 흘러 촬영 분량만큼 울창해진 자신의 마음 숲에도 수많은 빛의 동지가 생겨났고, 새를 사랑하게 됐다고 말한다.

비가 그치고 새끼들이 가지에 늘어서 있다. 벌레와 곡물로 이루어진 풍족한 식사가 마치 뷔페식처럼 넉넉해 보인다.
 비가 그치고 새끼들이 가지에 늘어서 있다. 벌레와 곡물로 이루어진 풍족한 식사가 마치 뷔페식처럼 넉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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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오후, 서재에 앉아 무심코 창문 불라인드의 줄을 잡아당기다가 거대한 날개와 마주칩니다. 마치 높은 하늘에서 하얗고 큰 새가 태양을 지날 때 활짝 날개의 깃털 사이사이로 빛이 새어드는 것처럼 은밀하면서도 청명한 느낌입니다."

그는 처음엔 산악회에 다닐 때부터 당시 필름사진을 찍게 됐었는데, 그때부터 관심을 갖게 되었다. 불과 15년 전이다. 사진작가로서 활동 기간은 그리 길지 않다.

"사진은 인내력이 제일 중요합니다. 순간의 포커스를 맞추기 위해 시간과의 싸움이지요. 그때 그 상황을 맞추지 못하면 그 기회가 좀처럼 오지 않습니다."

잘 익은 홍시 하나를 셋이서 다정하게 나누어 먹고 있다.
▲ 동박새 잘 익은 홍시 하나를 셋이서 다정하게 나누어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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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도 마찬가지지만 새도 자식사랑이 강합니다. 어떤 새는 자기 새끼를 건드리면 모성애, 또는 부성애의 본능으로 사람에게도 공격적으로 대들지요. 새 전시회를 통해서 생명에 대한 소중하고 귀중한 것을 알리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가지 위에 아기새가 어느덧 둥지를 떠날 연습을 한다. 어미새는 남은 새끼들을 먹이면서도 한편, 떠날 아이를 걱정스러운 듯 유심히 살피고 있다.
▲ 꾀꼬리 가지 위에 아기새가 어느덧 둥지를 떠날 연습을 한다. 어미새는 남은 새끼들을 먹이면서도 한편, 떠날 아이를 걱정스러운 듯 유심히 살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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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종류의 새를 찍기 위해 그 둥지를 찾아야 하는 것이 하나의 숙제이며, 찾아낸 새의 보금자리를 사진에 담기 위해 길게는 몇 달, 몇 년 간, 많게는 50번도 넘게 깊은 산 속, 가파른 절벽, 외떨어진 낙도를 오가는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

이번 전시의 모든 작품들은 그 구도와 완성도가 매우 돋보인다. 그것은 새가 희귀하고 각자 사연을 담고 있기도 하지만, 작가가 오랜 시간 자연을 관찰하며 수많은 셔터를 누른 끝에 탄생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11월 28일 늦은 오후, 많은 관람객들이 서울 인사이트 2층에 전시된 새 사진을 감상하고 있다.
▲ 새에게 눈을 홀린 관람객들. 11월 28일 늦은 오후, 많은 관람객들이 서울 인사이트 2층에 전시된 새 사진을 감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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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탑수 사진전 , #새의 선물 , #사진작가 김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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