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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지금도 매일 3명 이상 아기가 해외입양되고 있다. 전 세계에서 한국과 비슷한 경제규모를 가진 나라 중 아직도 해외입양을 보내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미국의 국가별 해외입양인 건수
 미국의 국가별 해외입양인 건수
ⓒ 제인 정 트랜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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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미국의 국가별 해외입양 건수를 보면 북한 0, 미얀마 0, 캄보디아 0, 파키스탄 59, 필리핀 292, 인도 308, 베트남 748명이었다. 반면 한국은 그 해 무려 1065명의 아이를 미국으로 입양보냈다. 이 당시 파키스탄은 1인당 GDP가 2644달러, 베트남은 2785달러, 인도는 2972달러, 필리핀은 3510달러였던 데 반해 한국은 2만 달러가 훨씬 넘었다.

그러나 다행으로 최근 미국으로의 입양숫자는 2008∼2009 회계연도에는 1079명이었으나 2009∼2010 회계연도에는 863명으로 줄었고, 2010∼2011 회계연도에 736명으로 감소했다. 이런 미국입양 감소 흐름에도 불구하고 최근 1년간 미국 가정에 입양된 아동 36%가 한국 출신이다. http://www.segye.com/Articles/NEWS/INTERNATIONAL/Article.asp?aid=20111120002409&subctg1=&subctg2

그렇지만 최근 약간의 감소 추세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여전히 '아동수출대국'이다. 그리고 이것이 GDP 규모 세계 13위인 한국의 모습이다.

입양 사업엔 '아이'가 없고 '수요'와 '공급'만이 있다

'아기농장(Baby Farm)'이라는 말이 있다. 높은 해외입양률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에서 한국을 비하해서 부르는 말이다. 현재 한국엔 23개의 입양중개기관이 있는데 그 기관들은 입양아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 병원과 연계해 미혼모가 출산한 아이를 바로 데려가고 있다.

또한 한국의 27개 미혼모단체 중 절반 정도를 해외입양 중개기관에서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것들이 모여 거대한 입양시장을 위해 '입양아 공급'을 맡고 있다. 그래서 해외입양은 이제 자선행위가 아니라 그저 아기를 팔아서 돈을 버는 '사업(Business)'이라고 할 수 있다.

입양과 미혼모를 대하는 사회적 편견은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 미혼모에 대해 타락한 여성인 듯이 바라보는 한국사회 주류의 시각과는 달리 외국에는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사는 성공한 미혼모들이 있다.

프랑스의 유명 여배우 카트린느 드뇌브, 미국의 세계적인 시인이자 배우 그리고 사회운동가인 마야 안젤루가, 세계적 베스트셀러 <해리 포터> 작가 영국의 조앤 롤링은 미혼모였거나 지금도 미혼모다.

또한 오프라 윈프리, 레오나르도 다 빈치, 영국의 음악가이자 싱어송라이터로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기타리스트 중 한 사람으로 꼽힌 에릭 클랩튼, '에비타'로 잘 알려진 아르헨티나의 에바 페론, 영국의 정복자 윌리엄 그리고 쿠바의 전 대통령 카스트로가 모두 미혼모 자녀였다.

동아시아 문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공자(55년-470 BCE)도 아버지의 세 번째 부인으로 부터 태어났고 3살 이후로는 아버지 없이 싱글맘인 어머니에 의해서만 길러졌다. 3살 때부터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공자가 오늘날 한국사회와 같이 심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의 어려움을 겪었다면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지금 한국인들은 <논어>를 아예 접할 수 없었을지 모른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혼모

영화 <쉘부르의 우산>으로 유명한 프랑스 영화배우 캐서린 드뇌브(1943-)는 두 다른 남편사이에 두 명의 아이를 가졌었던 미혼모였지만 프랑스 사회의 편견이나 차별 없이 자식들을 훌륭하게 키워냈다.

<해리포터>의 작가 영국의 조앤 롤링(1965- )은 1990년 모친이 사망하고 동시에 실직을 하게 되어 포르투갈로 가서 영어강사를 하였다. 그곳에서 만난 포르투갈 기자와 결혼을 하여 딸을 출산하였다. 하지만 불화로 결혼 3년이 못 되어 이혼하였고, 생후 4개월 된 딸과 함께 영국으로 돌아왔다. 실직상태에서도 그녀는 싱글맘으로 정부에서 주는 자녀양육비와 실업수당을 받으면서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집필을 시작하였고, 1996년 첫 소설을 완성한다.

출간된 즉시 베스트셀러가 된 이 책은 세계 최우수 아동도서로 선정되었고, 이후 '네슬레 스마티 니어스 상', '브리티시 북 어워즈' 등 수많은 문학상을 수상했고 2000년에는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하면서 그 탁월한 문학성을 인정받았다.

현재 <해리포터>는 67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총 4억 5000만 부가 팔리는 등, 출판 사상 유례 없는 대성공을 거두었고 영화로 까지 만들어졌다. 영화의 엄청난 흥행 성공과 더불어 그녀 역시 2004년 미국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최고 부자" 리스트에 첫 등장했으며, 현재 롤링의 재산은 47억 달러 이상이라고 한다.

마야 안젤루(1928-) 는 미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퓰리처상을 수상하였고 흑인 최초로 빌 클린턴 미국 전대통령의 취임식 때 그녀의 시(On the Pulse of Morning)을 낭송하였다. 마야 안젤루는 16살 때 미혼모가 되었다. 미국 대통령 오바마와 오프라 윈프리가 멘토로 꼽는 그녀는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흑인 여성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녀는 1960년대는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요청으로 '남부 기독교 지도자 회의' 북부 조정자가 되었고, 제럴드 포드 대통령은 그녀를 미국건국200주년고문위원회' 위원으로 추대했으며, 카터 대통령은 그녀를 '국제 여성의 해' 미국 준비위원회 위원으로 위촉했다.

그녀는 다수의 시집과 에세이 소설도 발표했으며, 현재 미국 웨이크포리스트 대학의 종신교수이다. 그녀는 가수, 작곡가, 연극배우, 극작가, 영화배우, 영화감독, 영화제작자, 여성운동가, 흑인 인권운동가, 저널리스트, 역사학자, 대학교수, 교육가, 강연가 등 어떤 직함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르네상스적 인물이다.

미혼 부모로부터 양육되어진 유명한 위인

영국의 음악가 에릭 클랩튼(1945- )은 16살의 어머니, 24살은 군인이었던 미혼 부모로 부터 태어났다.

에바 페론(1919-1952)은 역시 미혼 부모로부터 태어났다. 그녀의 삶은 나중에 'Evita'라는 제목의 영화의 소재로도 사용되어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도 하였다. 그녀는 아르헨티나의 대통령 주안 페론(1895-1974)의 두 번째 아내였고, 1946년 이후로 삶을 마칠 때까지 영부인의 삶을 살았다.

피델 카스트로(1926-) 전 쿠바 대통령은 가정부였던 어머니와 이미 다른 부인을 가지고 있었던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그가 15살이 되던 해에 결혼하였다.

오프라 윈프리(1954~)는 미혼 부모로부터 태어났다. 오프라 윈프리가 태어날 당시 그녀의 어머니는 18살 가정부였고 그녀의 아버지는 20살 군인이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1412-1519)도 미혼의 부모로부터 태어났다. 그의 예술과 과학에 대한 공헌으로 지금 "Renaissance Man"(여러 가지 재능이 있는 사람을 말함)이라는 관용표현이 생기게 되었다.

영국의 정복왕 윌리암(1028-1087)은 미혼 부모로부터 태어났다. 그는 노르만-프랑스 문화를 영국에 가져오고, 중세 역사의 흐름을 변화 시켰다.

미혼모에 대한 차별이 한국처럼 심하지 않은 외국에서 이렇게 유명한 미혼모와 미혼모로부터 양육되어진 유명한 위인들이 많다. 한국도 미혼모와 그 자녀들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없어지면 유명한 미혼모와 미혼모로부터 양육되어진 유명한 위인들이 향후 생길 것이라 확신한다.

세계적 추세, 결혼보다 동거 늘어

최근 영국의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국가통계청의 자료를 인용해 동거 커플이 1996년 150만쌍에서 올해 290만쌍으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영국에서 결혼하지 않고 함께 사는 '동거 커플'이 지난 16년간 두 배로 증가한 것이다.

동거하는 부모와 함께 사는 자녀들의 숫자도 같은 기간 90만 명에서 180만 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영국에서 혼인신고를 한 부부나 결혼한 부부는 올해 계속 줄어들고 있다. 또 자녀가 있는 가정 4곳 중 1가구는 한 부모 가정인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영국에선 200만 가구가 한부모이며, 이는 1996년 160만 가구에서 크게 증가한 것이다.

이렇게 앞으로 가족의 형태는 영국이나 유럽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변화할 것이다. 사람이 제도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제도가 사람을 위해 있다. 향후 한국정부도 사람을 위한 제도, 특별히 그 사람의 결혼 여부와 무관하게 당당하게 살 수 있는, 사람이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 제인 정 트렌카 : 미국입양인이며, 진실화해를위한해외입양인모임(TRACK) 대표, 저서엔 <피의 언어>, <도망자 비전>, 편저엔 <내부의 낯선자들> 이 있다. <피의 언어>는 그녀의 자전소설로 2003년 가을 반즈앤노블이 정한 '신인작가'에, 2004년 미네소타 북어워드 '자서전', '새로운 목소리' 부문의 상을 받았으며 현재 미국 내 여러 대학에서 영문학과 부교재로 채택하고 있다.

- 번역 <함석헌평전> 저자 김성수



태그:#미혼모, #입양, #위인, #편견,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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