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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터 아이작슨이 쓴 스티브 잡스의 자서전 표지입니다.
 월터 아이작슨이 쓴 스티브 잡스의 자서전 표지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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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변하고 인간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합니다. 사람들은 생활이나 삶속에서 늘 새롭고 편하고 신기한 것을 찾아 나섭니다. 단순히 육체적인 욕망 그 이상으로 생활이나 일 속에서 편리하고, 좋고, 아름다운 것을 찾아다닙니다. 사람은 원래 심미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그런지도 모릅니다.

천재나 영웅은 시대가 만들어내느냐, 아니면 천부적인 능력으로 자신을 인정받느냐는 아직 확실히 말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컴퓨터가 세상을 지배하기 시작할 무렵 그것을 만들어 시장을 지배하고, 사람들의 생활을 지배하려는 노력은 많이 있었습니다. 그중 스티브 잡스는 여러 가지 면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였습니다.

애플 컴퓨터는 스티브 잡스가 아니라 워즈니악이 만들었던 기판에서 시작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가치를 알고, 그것을 공짜로 나눠주지 못하게 하고 팔기 시작한 것은 스티브 잡스입니다.

일 년 전 스티브 잡스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제 50을 넘은 비교적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졌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작가  월터 아이작슨에게 부탁하여 쓰기 시작한 자서전 스티브 잡스가 작년 그의 죽음에 맞추어 세상에 나왔습니다.

월터 아이작슨은 스티브 잡스 옆에서 이야기를 듣거나 잡스가 보여주는 사진을 보거나 이야기에 나오는 사람들을 인터뷰하여 사실을 확인하거나 그동안 나온 여러 자료를 참고하여 글을 썼으며 가끔 자료 원문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자서전 스티브 잡스에서는 그의 성장 과정, 인격 형성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활동, 워즈니악과 애플 컴퓨터를 처음 만들기 시작하여 회사를 세우고 컴퓨터를 파는 일, 자신이 만든 애플 컴퓨터를 떠나서 넥스트나 픽사를 만들어서 토이스토리를 만들었던 일, 뒤에 다시 애플로 돌아와서 맥북, 아이포드, 아이폰, 아이패드 등을 만드는 일들에 대해서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의 가족관계나 자식들 그리고, 그가 사업을 위해서 만났던 여러 사람들에 대해서나 50 전후 췌장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하고, 가족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여러 가지 모습이나 그의 생생한 성질 등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상품은 물건에 따라서 시장조사를 하여 어떤 제품이 잘 팔리고, 소비자들이 어떤 제품을 원하는지 파악하여 거기에 맞는 상품을 만들어서 파는 회사가 많습니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는 소비자가 아직 생각하지 못하는 창조적인 제품을 만들어서 소비자를 선도하는 능력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스티브 잡스의 직관과 창의성, 예술적 능력이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 제품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끊임없이 세상의 흐름을 읽고 지금 사람들이 요구하고, 필요로 하고, 있으면 더욱 생활이 편리하겠다는 예측을 통해서 상품을 계발했습니다. 현실적으로 회사 안에서도 많은 회의와 의견 수렴을 통해서 방법을 찾고, 발표를 통해서 수시로 점검하고, 필요로 하는 것을 끊임없이 수소문하여 찾아다녔습니다.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기술자들과 디자이너가 충돌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는 늘 디자이너의 의견을 중시하였습니다. 디자인이야말로 인간이 만든 창작물의 근간을 이루는 영혼이라 생각했습니다. 또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자재는 자신이 공장을 세워서 직접 조달하기도 하고, 특정 기술을 가진 사람은 미리 선점하여 유용하게 활용하였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사람은 아닙니다. 무언가 새롭고 혁신적인 무엇을 찾아서 늘 고민하고 그것을 실현시킨 사람입니다. 이과의 기술이나 자연과학과 문과의 인문기술과 예체능을 구별하는 교육방식이나 사고방식을 거부하고, 이 세 가지를 통합시켜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든 사람입니다. 새롭게 미래를 여는 방식으로 아이디어, 기술, 예술을 통합시키는 달인이었습니다.

특히 애플 제품은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모델을 거부하고 늘 통합적이고 수직적인 모델 계발에 노력하여왔습니다. 이것은 마이크로소프트웨어와 IBM과 구별되는 애플의 특징입니다.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회사가 PC 시장에서 점유율을 넓히고 더 많은 이익을 누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애플은 통합적이고 수직적인 모델을 통해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콘텐츠까지 아우르는 애플 세상을 애플 PC,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포드 등으로 실현시켰습니다. 이 모든 것이 스티브 잡스가 가진 사고방식과 철학에서 나온 것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스티브 잡스는 미국에서 출생했지만 인도 사상이나 선불교에 관심을 가지고 인도를 직접 여행하기도 하고 평소 금식이나 선 수행 등을 하기도 했고 채식주의자와 비슷한 식생활을 즐겨했습니다. 이러한 생활이나 사고방식이 스티브 잡스가 만든 애플 제품에는 스며있습니다.

애플 제품은 제품에 따라서 단순하고 간결하면서 필요한 모든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비록 기기를 마음대로 열어볼 수도 없고, 간단하게 배터리 하나 바꿔 끼울 수 없고 불법 복제한 노래 한 곡 쉽게 넣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아이무비를 통해서 동영상을 쉽게 편집하여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고, 스타일러스 펜 없이 손가락으로 자유롭게 화면을 가지고 놀 수 있습니다.

돈이 아니고 멋진 제품을 만들어 누구나 즐겁고 손쉽게 쓸 수 있는 물건을 만들겠다는 야심, 사회에 필요한 영속적인 회사를 만들어서 소비자를 위하여 봉사하겠다는 마음은 두고두고 새겨들을 만하다고 봅니다.

이러한 고집 때문인지 못된 성질 때문이지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 쫓겨나는 불운을 겪기도 합니다. 그러나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고, 지금 세상에서 필요로 하는 일이 무엇인지 파악하여 그 일을 추진하고 토이스토리라는 애니메이션으로 성공합니다.

그 뒤 애플이 어려움에 처하자 다시 애플로 들어가 애플 I(1976), 애플 II(1977), 맥켄토시(1984)를 넘어선 맥북 시리즈나 아이포드, 아이폰(2007), 아이패드 등을 발표하여 회사를 거대 기업으로 키웁니다.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는 4년 만에 9천만 대를 판매하여 세계 휴대폰 시장 이익의 반절을 차지하기도 합니다. 

한 해 전 스티브 잡스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그가 세운 애플은 아직 남아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꿈꾸어온 아이클라우드의 이상적인 세상은 아직 제게도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윈도우 PC, 맥북, 아이포드, 아이패드 등을 사용하는 제게도 아직 망설여지는 부분입니다. 아마 제이, 제삼의 스티브 잡스가 나와서 이루어 낼 것입니다.

영웅이나 천재는 시대가 만들어 내느냐, 그들이 가진 능력으로 만드느냐하는 질문은 진부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천재적인 재능으로 시대를 읽고, 사람들의 바람과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비록 스티브 잡스가 혼자서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든 것은 아니지만 취향이 다르고, 분야가 각기 다른 기술자, 디자이너, 광고업자, 회계 관리자, 음반업자, 가수 등등 여러 사람을 만나고, 설득하고, 생각을 공유하면서 통합적이고, 편리한 상품을 만든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것은 스티브 잡스가 가치 있고 멋있는 것을 늘 찾으며 사용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읽었기 때문입니다.

컴퓨터가 중심인 오늘날 우리들은 천재적인 발명가이자 예술가이자 디자이너를 만나서 행복했습니다. 그것은 우리 손에서 떠나지 않고 있는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등이 증명해 주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한국어를 맡아서 가르치고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 (보급판)

월터 아이작슨 지음, 안진환 옮김, 민음사(2015)


태그:#스티브 잡스, #월터 아이작슨 , #아이폰, #아이폰, #컴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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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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