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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사건 피해아동을 제대로 보살펴 주는 사람이 없었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어요. 하지만 취약계층이든 아니든, 모든 아동은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위험한 지역을 안전하게 만들고, 주변 어른들이 믿을 만한 사람이 되어주는 게 필요해요."

'영등포 성평등한 마을 만들기'를 추진하고 있는 김황수진 서울여성회 아카데미위원회 위원
 '영등포 성평등한 마을 만들기'를 추진하고 있는 김황수진 서울여성회 아카데미위원회 위원
ⓒ 박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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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서울시 영등포구 서울여성회 사무실에서 만난 김황수진(31) 서울여성회 아카데미위원회 위원은 말했다. 서울여성회는 올해 4월부터 서울시 여성발전기금의 후원을 받아 '영등포 DO DO DO 성평등한 마을 만들기(아래 영등포 성평등마을)'를 진행하고 있다.

영등포 성평등마을의 목표는 아이들이 안전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는 지역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김 위원은 "아동 성폭력 예방 교육의 대상은 주로 아이들"이라며 "피해아동과 그 가족뿐 아니라 지역사회 구성원마다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해 담당할 몫이 있다"고 말했다.

"우선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은 피해아동에게 '네 잘못이 아니다'라고 말해줘야 해요. 또 '아동지킴이'로 지정된 학교 앞 문방구나 슈퍼에서 아이가 도움을 요청하면 잠깐 데리고 있다가 내보내는 경우가 있는데, 보다 적극적으로 보호해 줘야 합니다. 마을의 위험한 지역이나 공원·놀이터를 안전하게 만들고, 학교 앞 폐쇄회로 화면(CCTV)이 잘 작동하는지 점검하는 일 등이 필요해요."

김 위원은 경상남도 통영시에서 초등학생 한아무개양이 이웃에 사는 김아무개씨에게 살해당한 뒤 그 해법으로 성범죄자 신상공개·전자발찌·화학적 거세 소급 적용 등 '처벌 강화'만 강조하는 분위기도 우려했다. "가해자의 변태성욕이나 우발적 성충동을 억제하면 성범죄를 막을 수 있다는 식으로만 접근해선 또 다른 피해를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동 성범죄자=변태'라고만 접근하면 성폭력 막을 수 없다"

서울여성회에서 '영등포 성평등한 마을 만들기' 사업 중 하나로 진행하고 있는 학부모 강좌에 참여한 지역주민들
 서울여성회에서 '영등포 성평등한 마을 만들기' 사업 중 하나로 진행하고 있는 학부모 강좌에 참여한 지역주민들
ⓒ 서울여성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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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사건 가해자 집에서 아동 음란물 70여 개가 나왔다던데, 지금 당장 혼자 사는 남자들 컴퓨터를 뒤져보면 야한 동영상이 없을까요? 아이가 나오는 걸 보면 변태성욕자고, 안 나오는 걸 보면 아니라고 구별할 수 있는 문제인가요? 왜 성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사람의 이성을 포기하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건지….

가해자에게 평생 동안 성교육을 받게 해 그를 바꾸려하지 않으면 성폭력은 없어지지 않아요. 또 '남자는 성욕이 많다, 이걸 참을 수 없다'는 가치관이 남아 있는 한 누구나 가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여성을 따먹는다'고 말하는 현실에서 성폭력이 안 일어나는 게 이상하겠죠."

서울여성회는 한국 사회의 성 문화가 변해야 성폭력을 막을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자신들이 있는 지역에서부터 행동에 옮기기로 했다. 영등포구는 2010년 소위 '김수철 사건'이 일어난 곳이다. 성범죄 전과가 있던 김수철(48)은 ㄱ초등학교 운동장에서 8세 여아를 강제로 자신의 집으로 끌고 가 성폭행했다. 당시 정부는 CCTV와 배움터 지킴이 확충, 성범죄자 특별관리 등을 대책으로 내놨다. 그러나 아동 성범죄는 끊이질 않고 있다.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지난해에도 949건 발생했다.

영등포구를 성평등마을로 만들기 위해 서울여성회는 지난 6월부터 교육철학과 아동성폭력 예방을 주제로 학부모 강좌를 진행 중이다. 8월부터는 '아동성폭력 예방은 지역사회의 몫입니다' 캠페인과 심화 강좌도 시작한다. 세 가지 프로그램으로 주민들과 만남을 갖고, 이들과 내년부터 아동성폭력 예방 조례 제정과 환경 개선 등을 요구하는 행동을 함께 하려는 계획이다.

김 위원은 "지역주민들의 생각이 변하고, 그들이 직접 요구해서 사회를 바꿔 나가는 건 더디지만 근본적인 일"이라며 "영등포구에서 나아가 서울 전체가 성평등한 도시가 되는 게 저희들의 꿈"이라며 웃었다.

통영 초등생 살해 사건과 제주 올레길 살해 사건으로 위치추적전자장치(일명 전자발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 관심 커진 '전자발찌' 통영 초등생 살해 사건과 제주 올레길 살해 사건으로 위치추적전자장치(일명 전자발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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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자 신상공개·전자발찌 소급적용 검토하겠다"
경남 통영과 제주에서 잇따라 성폭력 관련 범죄가 발생하자 정부는 26일 성범죄자 정보 공개 제도 개선, 소급적용 검토 등을 담은 '성폭력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 범위가 넓어지고 절차는 간편해진다. 정부는 앞으로 성범죄자의 재범 여부를 공개대상에 포함하고, 현재 동 단위까지만 공개하는 거주지 주소는 도로명까지 공개한다. 또 '성범죄자 알림e' 홈페이지에서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확인할 때 필요했던 실명인증절차가 없애고, 스마트폰을 활용한 모바일 서비스 제공도 추진한다.

최근 여론이 분분한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전자발찌 부착 대상 소급적용 여부는 아직 미정이다. 정부는 "법무부와 여성가족부 등 관계부처는 전문가와 함께 위원회를 구성해 이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아동·청소년 음란물 관련 처벌도 강화된다. 정부는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만들거나 수입 또는 수출한 사람의 형벌을 5년 이하 징역에서 10년 이상으로, 유통하거나 소지·운반·전시한 사람의 경우는 7년 이하에서 10년 이하로 올리기 위해 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취약계층 아동 대상 돌봄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저소득층 밀집 지역, 농어촌지역 등을 중심으로 지역아동센터 지원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민간시설을 세우기 어려운 농어촌지역에는 공립형 지역아동센터를 설치·운영할 예정이다.


태그:#성폭력, #서울여성회, #통영 초등생, #제주 올레,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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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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