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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이 혁신학교를 지정하여 운영한 지 일년 반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경쟁위주의 메마른 우리 교육에 희망을 안겨주고 새로운 공교육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혁신학교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고 있습니다. 혁신학교를 다니며 경험한 초등학생의 글을 통해 아이들이 느끼는 학교의 변화를 주목해 주시기 바랍니다.   

신나게 놀고, 즐겁게 공부하는 우리 학교
                                                              
나는 1학년 때부터 6학년인 지금까지 계속 서울상원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그동안 우리 학교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놀이터나 화장실, 보도블록 공사도 다시 했고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도 2번이나 바뀌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달라진 점은 이용환 교장선생님이 취임하신 것과 서울형 혁신학교로 지정된 것이 아닐까 싶다.

이 두 가지 변화는 서로 깊게 관련이 있는데 그 이유는 2010년 말, 혁신학교로 지정된 바로 다음 해에 이용환 교장선생님께서 취임하셨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가 본격적인 변화가 생긴 것도 지난해 초, 내가 5학년일 때부터이다. 초반에는 우리 학교가 어째서 혁신학교 라는 것인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방송국 기자들이 자주 찾아온다는 점을 제외하면 당시에는 달라진 점을 크게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혁신학교가 된 지 약 1년이 지난 지금은, 우리 학교가 많이 변했다는 점을 확실히 알 수 있다.

우선, 나는 교장선생님이 달라지셨다는 것을 느꼈다. 이전의 다른 교장선생님들은 인사하기도 어색했는데 이용환 교장선생님께서는 늘 반갑게 인사해 주시고 아침마다 교문에 서서 학생들을 맞아주신다. 취임식 때에는 학생들에게 삼행시와 동시로 인상깊게 자기소개를 하셨고, 입학식 때에는 지루한 연설 대신 1학년 아이들 수준에 맞추어서 전래동화를 읽어주셨다. 이렇게 학생들과 가깝게 지내면서 교장선생님 하면 떠올랐던 무겁고 엄숙한 이미지가 사라지고 오히려 고민과 부탁이 있으면 전부 들어주실 것 같은 친근한 느낌이 생겼다. 나는 교장선생님에게서 무언가 다른 느낌을 받았고 어쩌면 우리학교가 바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곧 공부하는 분위기와 방식이 확 달라졌다. 4학년 때까지는 대체적으로 선생님의 일방적인 설명을 들으며 교과서나 학습지를 푸는 방식으로 공부를 했다. 그래서 수업시간은 매우 따분했고 쉬는 시간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일이 다반사였다. 특히 학원에서 예습을 하고 온 친구의 경우에는 말도 못할 정도로 지루해했다. 그러나 지금은, 노는 건지 공부하는 건지 헛갈릴 정도로 재미있게 배우고 있다. 수업이 수업 같지가 않고, 공부가 공부 같지가 않다. 친구들과 의논하고 토론해서 문제를 해결하고, 과목에 따라서는 각자 일정 부분을 자세하게 조사해서 서로에게 알려주기도 하며 선생님께서는 전체적으로 정리하는 정도로만 가르쳐 주신다. 선생님께서 가르쳐주시는 양은 줄었지만 공부하는 분위기는 발표와 질문이 늘어나는 등 훨씬 적극적이 되었다.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이 바뀌니 이처럼 분위기도 바뀌게 된 것이다.

이 공부 분위기를 바꾸는 데에 결정적이었던 요소 중에 하나는 바로 시험이 거의 없어졌다는 점이다. 교장선생님께서 우리에게 누누이 말씀하셨던 점들 중에 하나가 경쟁하지 말고 서로 협력하며 공부하라는 것이었는데 요즈음 나는 그 결과를 아주 잘 느끼고 있다. 내가 3학년일 때만 해도 시험에서 90점을 맞고도 엄마에게 혼날 거라며 엉엉 우는 친구가 있었다. 분명 선생님께서는 시험이 자기가 공부를 얼마나 했는지 스스로 검사해보는 것이라고 하셨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 의미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시험 위주로만 공부하는 것이라서 금방 잊으니 효과도 별로 없는 것 같고 엄청난 스트레스와 부담감만을 받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정말로 시험이 없어졌다. 처음에는 시험을 안 보면 공부를 안 하는 것 같아서 불안하기도 했지만 그 마음은 잠시, 곧 힘든 시험공부를 할 시간에 과학탐구보고서 등을 더 즐겁게, 열심히 작성했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공부를 하다 보니 역시 어렵지도 힘들지도 않았다. 지금이라도, 우리 학교에서라도 시험이 많이 없어져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를 비롯해 혁신학교에 다니다보니 4분기로 나뉘어 계절방학을 하고 학교 동아리도 생겼으며 학습준비물실, 학교 내 텃밭과 닭장도 생기는 등 그 혜택은 이로 말할 수가 없을 정도로 엄청났다. 하지만 혁신학교가 된 뒤, 그 중에서도 가장 내 마음에 드는 변화는 다음 3가지이었다.

첫째, 블록타임제가 실시되고 있다. 이 블록타임제는 40분 수업 후 10분 휴식 대신 2교시 끝나고 30분의 쉬는 시간을 합쳐서 갖는 제도인데, 나는 '그렇게 오랫동안 집중할 수 있을까?'하고 걱정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선생님과 학생들 모두에게 좋은 결과를 가지고 왔다. 선생님께는 오랫동안 더 깊이 있게 가르치실 수 있고 다음 수업 준비시간이 충분해지는 점이, 우리 학생들에게는 원하는 만큼 쉬는 시간을 즐기고 그래서 수업 집중도 잘 되는 점이 참 좋았다. 일석이조의 효과였다.

둘째, 회의시간이 많아졌다. 학급에 어떤 문제가 있을 때, 이전 같으면 선생님의 말씀에 따랐을 테지만 이제는 우리끼리 직접 회의를 진행하여 스스로 결과를 이끌어 낸다. 그리고 선생님께서는 그 의견을 되도록 존중해서 받아들여 주신다. 최근에 있었던 회의 중에서 '하루 공부내용을 정리하는 학습노트 폐지'란 결과가 나왔는데 선생님께서는 반대하실 만도 했지만 그 의견을 존중해 주셔서 허락하셨다. 그리고 회의시간이 많아진 것, 즉 학급회의를 자주 하게 된 것 뿐만 아니라 학년 전체가 모여서 회의를 하는 학년 다모임 시간도 생겨났다. 나는 이 회의야 말로 모두의 의견을 반영하는 자율적인 방법이고 우리가 회의를 통해 진정한 공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회의를 자주 했으면 한다.

셋째, 체험학습이 많아졌다. 지난해부터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는데 한 번은 선생님께서 웃으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시기도 했다. '여태까지는 이렇게 데리고 다니고 싶어도 교장선생님께서 허락을 안 해 주셔서 못 갔는데 이제는 실컷 놀러갈 수 있다'고 말이다. 올해에도 학교에서 체험학습을 적극 권장하는 분위기여서 지난 다섯 달 동안 벌써 에버랜드 체험학습, 장흥 체험학습, 강원도 수련활동 등 8번이나 다녀왔다. 특히 자연과 관련된 활동이 많았는데 평소에는 가기 힘든 산도 가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바람을 쐬니 참 상쾌하고 좋았다. 솔직히 너무 놀기만 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몸으로 체험하며 배우니 훨씬 재미있게 많은 것을 배울 수가 있었다.

나는 지금의 우리 상원초등학교가 정말 마음에 든다. 우리 학교처럼 즐겁게 수업하고, 많이 놀러 다니는 학교가 또 있을까? 수락산과 중랑천 등 가까운 자연과 시험 부담 없는 자율적인 학습 분위기, 늘 노력하시는 선생님과 웃음 가득한 친구들.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하루하루 오늘은 학교에서 무슨 재밌는 일이 생길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등교하고 오늘 역시 즐거운 하루였어 하고 만족스럽게 하교한다. 나는 우리 학교에 다니는 것이 진심으로 기쁘고 자랑스럽다. 신나게 노는 학교! 즐겁게 공부하는 학교! 모두가 행복한 학교! 그런 학교가 바로 우리 상원혁신초등학교다. 항상 하는 생각이지만, 내가 이 학교에 다닐 수 있어, 이토록 즐겁고 유쾌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어 얼마나 행운인지 모르겠다. 여러모로 내게 참 고마운 학교다.
서울상원초 6학년 이정은

함께 배우며 행복한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 상원초 어린이들
 함께 배우며 행복한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 상원초 어린이들
ⓒ 이용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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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혁신학교, #서울상원초, #이용환, #블록타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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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 정상화와 혁신교육의 성공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가끔 영화평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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