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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①] <대한민국 건강 불평등 보고서>

김기태 씀, 나눔의집 펴냄, 2012년 6월, 272쪽, 1만4000원

 

대한민국 최고의 부자동네 '강남'. 집값도 땅값도 이곳이 제일 비싸다는 기사야 새로울 것도 없지만, 얼마 전 기대수명까지 최고라는 기사를 읽고는 정말 기분이 참담했다. 부의 불평등이 목숨의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세상. 잔혹하게도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 책은 우리 사회의 건강 불평등에 대해 증언하는 르포집이다.

 

부자와 가난한 자는 죽음의 속도도 서로 다르다. <한겨레21> 김기태 기자가 한 달 동안 직접 호스피스 병동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며 '죽음'을 확인한 결과다. 가난한 죽음의 현장에서 길어올린 가슴 저린 이야기들과 건강 불평등에 대한 꼼꼼한 연구결과들이 어우러져 책장 한 장 한 장이 무거운 의미로 다가온다.

 

[새책②] <청춘의 고전>

이순웅·김성우·김세서리아·김시천·박영균 외 씀, 알렙 펴냄, 2012년 6월, 408쪽, 1만7000원

 

철학고전과 할리우드영화. 가야금산조와 셔플댄스처럼 참 어울리기 힘든 궁합이다. 하지만 눈에 익숙한 영화를 통해 무겁고 오래된 고전에 손쉽게 다가갈 수 있다면, 그것도 참 신선한 방법이라 하겠다. 이 책은 10명의 '삐딱한' 철학자들이 '위험한' 영화를 함께 보면서 인문고전을 새롭게 풀어낸 강연집이다.

 

<쿵푸팬더>로 <장자>를 읽고 <본아이덴티티>로 헤겔 <법철학>을 읽는다. 이들은 '순수하게 좋은 고전이란 없다'고 단언한다. 그리고 지금의 삶의 가치와 기준으로 고전에 딴죽을 걸며, 끊임없이 '낯선' 방식으로 고전을 읽으라 역설한다. 술술 읽어내려갈 주제는 아니지만, 강연 당시의 입말을 그대로 살려 한결 수월하게 읽힌다.

 

[새책③] <죽은 원조>

담비사 모요 씀, 김진경 옮김, 알마 펴냄, 2012년 6월, 255쪽, 1만5000원

 

우리나라도 이제 국제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가 됐단다. 정부는 '세계 최초'라고 신이 나서 자랑했지만 사실 그게 그리 반갑지 않았다. 사실상, 받는 나라의 '자립'보다는 주는 나라의 '명망'을 위해 이뤄지는 원조. 이 책은 서구의 원조 때문에 아프리카 경제가 어떻게 무너졌는지를 분석한 책이다.

 

잠비아 출신 경제학자인 저자는 원조를 '인도주의적 재앙'이라고 정의한다. 아프리카에 제공되는 원조가 부패와 갈등을 조장하며 자유기업 체제를 방해한다는 것이다. 부패와 법치 약화, 투자 기피와 취업률 하락으로 이어지는 빈곤의 악순환을 설명하고, 더 많은 원조보다는 원조에 의존하지 않는 경제모델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새책④] <슬로라이프를 위한 슬로플랜>

쓰지 신이치 씀, 장석진 옮김, 문학동네, 2012년 6월, 254쪽, 1만2000원

 

인간의 불행은 알람시계의 발명에서 시작됐다. 그 때문에, 해가 지면 자고 해가 뜨면 일어나는 삶에서 탈피해 지금과 같은 피곤한 삶을 살게 된 것 아닌가. 하루 종일 시간 맞춰 '할 일'을 다 해내는 게 하루의 성패를 가늠하는 숨 가쁜 일상. 이 책은 그런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사소한 습관들을 제안한 책이다.

 

저자가 제안하는 '슬로라이프'는 거창한 사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시계를 차지 않기, 버스에 급히 올라타지 않기, 식사시간에 일 들고 오지 않기 등 일상을 채우는 수많은 사소한 습관에서 시작한다. 문명의 이기가 주는 편리함 때문에 몸과 마음의 건강을 잃고 있다고 지적하며, '즐거운 불편'을 즐기는 여유를 권하고 있다.

 

[새책⑤] <기적의 학교>

이시즈카 고우이치 씀, 오세웅 옮김, RHK 펴냄, 2012년 6월, 1만2500원

 

경쟁과 통제, 왕따와 폭력…. 학교에 가고 싶다는 학생이 몇이나 될까. 새 친구 사귀는 재미에 빠진 초등학교 1학년생이나 총각 선생님을 짝사랑하는 여고생 정도? 등교거부가 심각한 일본을 보면 그것이 우리의 미래 같아 불안하다. 이 책은 학교를 거부하던 아이들에게서 놀라운 변화를 이뤄낸 한 일본 교사의 수기다.

 

저자는 오토이넷푸미술공예고등학교 교장으로 재직하며 이른바 '문제아'로 찍힌 아이들 9명을 만나 그들을 바꿔나갔다. 저자가 강조한 것은 훈육이 아니라 '감동'. 미술교사 출신인 저자는 예술교육을 통한 '교감'의 힘으로 '기적의 학교'를 만들었다. 인간교육과 입시교육 사이에서 갈등하는 교사와 학부모들에게 필요한 책.


대한민국 건강 불평등 보고서 - 가난한 이들은 쉽게 아팠고 쉽게 다쳤고 쉽게 죽었다

김기태 지음, 나눔의집(2012)


태그:#새책, #신간, #책소개, #김기태, #한국철학사상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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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는 사람. <사다 보면 끝이 있겠지요>(산지니, 2021) 등의 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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